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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집에서 본 여자
게시물ID : panic_841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errard
추천 : 18
조회수 : 626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10/29 12: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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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제가 어렸을 적에 살던 집 구조를 설명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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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때입니다.

그림과 같은 구조의 집에서 살았습니다.

기와집이었고, 뒷집은 저희가 구매했는데, 세입자를 아직 들이지 못해 빈 집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뒷집 대문은 옆 골목길로 나 있었고, 또 저희 집 부엌 뒷문을 통해 들어 갈 수 있었죠.

기억에 꽤 오랫동안 빈 집으로 남아 있었어요.

이유는 당시에는 몰랐지만, 훨씬 더 뒤에 그 이유를 알게 됩니다.
 

집 위치는...

서울입니다. 산비탈이었고, 지금도 다음 지도로 찾아보면 그대로 건물이 남아있어요.

배경이 되는 시대는 1970년대 중반인가 아마 그 쯤 됩니다.

돌이켜 보니 오래되었지만 지금도 어제 일처럼 눈앞에 너무 선합니다.

아직도 가끔 꿈을 꾸거든요. 제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담겨있는 곳입니다.

 
형제들이 자는 방에는 창문이 있는데 그 창문을 통해서 뒷집을 훤히 볼 수 있었습니다.

겁이 많은 저는 항상 그 창문에 있는 커튼을 닫곤 했습니다. 그러면 형들이 답답하다고 커튼을 열어젖히곤 했죠.
 

하루는 잠을 자는데 정말 한밤 중에 눈이 딱! 떠지더군요.

형들은 모두 자고 있는데 혼자 깨어 있다는 게 참 무서웠습니다.

그렇게 이불을 눈 밑에까지 올리고 다시 잠을 자려고 해도 잠이 안 와요.

정말 정신이 또렷해지는 게 잠이 안 오더군요.

겁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화장실도 재래식이라 무서웠고, 무엇보다 마당에 오래된 우물이 있어 더욱 그랬습니다.

정말 영화 링에 나오는 딱 그런 우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쓰다가 나중에는 우물에 뚜껑을 덮고 모터를 달아서 물을 길어 내곤 했습니다.
 

여튼 밤에 잠이 깨서 그렇게 있는데, 창문 너머 뒷집에서 사람 소리가 나는 거예요.

그 집은 아무도 살지 않고, 또 아무도 들어 갈 수 없는 곳입니다.

그림상에서 뒷집 대문은 당시 거지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대문 위까지 가시철조망으로 심하게 울타리를 쳐 놨었거든요.
 

그런데 사람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여자 목소리였고, 누군가와 소곤거리는 소리 정도...

그래서 이불에서 나와서 살며시 창문으로 갔습니다.

겁이 많았던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땐 정말 너무너무 궁금했습니다.
 

살짝 일어나서 창문으로 갔습니다.

커튼을 들추고 밑에서 살짝 보려는데 잘 보이지가 않더군요.

그래서 정말 겁도 없이 창문 걸쇠를 열고 한쪽 창문을 살짝 아주 조금 열었습니다.
 

그랬더니, 

그곳에는 한 여자가 혼자 서 있었습니다.
 
깜깜해서 잘 보이지는 않았는데, 마치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더니 이내 그 자리에 앉아서 소변을 보더군요.
 
그러다가 갑자기 제 쪽으로 고개를 확 돌렸습니다.
 
저는 기겁을 하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창문을 닫지도 못하고 너무 놀라서 다시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갔습니다.

무서워서 벌벌 떨다가 잠이 들었고, 이 사실을 아침에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소변을 보더라는 말은 못했죠. 훔쳐봤다고 엄마에게 혼날 것이 더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의외로 그냥 한쪽 귀로 흘려들으시더군요.

꿈을 꿨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며칠 뒤, 토요일이었습니다.
 
안방에서 주말의 명화를 보고 있었습니다.

당시 영화는 서부극이었고, 작은 형과 보고 있었습니다.
 
영화가 시작하고 반쯤 되었을까 작은 형은 재미없다고 자러 갔습니다.

부모님들도 이미 주무시고 계셨고, 큰형도 자고 있었을 겁니다.
 
작은 형이 자러 간다고 방을 나설 때 보니 비가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끝까지 영화를 보고 있었어요.
 
저는 당시 그런 영화가 그렇게 재미있었어요.

혼자 깨어 있다는 게 걱정도 됐고, 영화도 봐야겠고, 정말 걱정 반, 재미 반으로 그렇게 영화를 봤습니다.

이윽고, 영화가 끝나고, 무서운 마음에 “아빠~”하고 불러보니 쿨쿨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안방을 나서 건넌방으로 혼자 건너 갈 일이 정말 무서웠습니다.
 
안방 문을 열고 나와 보니 깜깜한 데 비가 오고 있었습니다.

얼른 마당에 나와 마당을 비추는 형광들을 켜고 그 불을 켜둔 채 건넌방으로 후다닥 들어갔습니다.
 
방에 들어가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자. 자자. 자자.” 하고 잠을 청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목이 말랐습니다.
 
당장 부엌에 가서 물을 마셔야겠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습니다.
 
그 겁 많은 초딩 꼬마가,

식구들이 모두 자고 있는 그 밤에,
 
비가 처덕처덕 오는 그 밤에,
 
목마른 게 뭐 큰일이라고,
 
당장 부엌으로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마당에는 을씨년스런 우물도 있고, 비도 오고, 쥐들이 들락거리는 연탄광도 있고, 변소도 보이고, 더군다나 며칠 전 이상한 여자도 봤었는데, 저는 정말 망설임 없이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방을 나왔습니다.
 
곧바로 부엌에 들어갔습니다.
 
 
부엌 불을 켜고 주전자를 찾아 대접에 물을 따라 물을 마셨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정말 고개가 확~ 돌아갔습니다.
 
마치 누군가 내 고개를 잡고 돌리 듯이 고개가 확~ 돌아 간 겁니다.
 
고개가 돌아 간 곳은 바로,
 
부엌 뒷문.
 
 
뒷집으로 통하는 뒷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접을 내려놓고 그 뒷문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습니다.
 
부엌 뒷문은 형과 내가 자꾸 뒷집으로 들어가서 놀고 그래서 우리가 못 들어가게 아빠께서 굵은 철사로 자물쇠를 만들어 놓았었습니다.

바로 이렇게.

 
20120814_083911.png

이렇게 해 놓으면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이기에 그 후로 절대 들어가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걸 미친 듯이 풀고 있었습니다.
 
그림은 저렇지만, 얼기설기 돼 있어서 한참을 돌리고 풀어야 하는데,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걸 미친 듯이 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물쇠를 다 열자마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문을 팡 열었습니다.
 
그 곳에는, 문을 연 그 곳에는
 
 
 
 
 
 
 
 
 
 
여자가 서 있었습니다.
 
 
4~5m 정도 앞에 여자가 서 있었습니다.
 
옷은 흰 저고리에 짧은 검은 치마에,
 
머리는 비에 젖어 축 늘어지고,
 
뒤에는 아기를 업었는지, 포대기를 싸서 손을 뒤로 받치고 있었고,
 
그렇게 비를 맞으며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눈은 마치 우는 듯 그렇게 슬퍼 보였습니다.
 


................. 정말 한참을 그렇게 혼이 나가 소리도 못 지르고 도망도 못 가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벅대다가 간신히 방에 들어왔습니다.



다음 날 아침,
 
엄마께서는 누가 부엌 뒷문을 열었냐고 형들을 타박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제 일들을 말씀드렸죠.
 
엄마는 또 제가 꿈을 꿨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하지만, 마당 불도 켜 있었고, 부엌불도 켜 있었고, 마시다 만 대접의 물도 있는데.... 그리고 뒷문도 열려 있었는데...

 
그런 일이 있은 후, 이상하게 겁이 없어지고 그런 일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꼬맹이는 나중에 중학교에 진학하더니만, 귀신이 나와서 오전 수업만 한다는 학교를 신문에서 보고 그 귀신을 직접 파헤쳐 보겠다고 야밤에 그 학교 담을 넘어가는 놈이 됩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제가 성인이 된 후,
 
어머니에게 우연히 그 때 일이 생각나서 여쭤봤습니다. 
 
 
 
 
어머니 : 나도 봤었다...


 
그 동네는, 일제 강점기 때 공동묘지로 쓰인 곳이었습니다.

한 번은 앞집에 미군이 이사 와서 양옥으로 집을 짓는다고 땅을 팠었는데, 반쯤 썩은 관이 두 개가 나온 적이 있었어요. 그 안에 유골도 있었다고 하는데,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 뒷집이 그렇게 오랫동안 비어 있던 이유가 있었더군요.
 

사람들이 망해 나가는 그 집을 사서 부모님은 많은 돈을 버셨고, 

다른 곳에 집을 또 한 채 사셨습니다.
 

그런데 그 집이 또 문제였습니다.

새로 산 그 집을 헐고 3층 건물로 올리는데, 집을 헐다 보니 (오래된 한옥이었죠.) 대들보 안쪽과 천장 안쪽에서 이상하게 많은 글씨들과 뻘건 종잇 조각들이 나오는 거였어요.

형들은 “야, 이집 무슨 문화재 같은 거 아냐?" 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부적이었습니다.



세상에서 담력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작은형, 이번에는 작은형이 고초를 겪게 됩니다.

밤샘해서 뭘 하고 있을 때 화장품 냄새가 풀풀 나는 누군가가 오밤중에 찾아 오더랍니다.

그러다 여러 험한 일도 겪게 되고 (2번 죽을 고비 넘겨요.), 집에 기르는 개들은 다 죽어 나가고,

꿈에서 개들이 살려달라고 깽깽대면 (작은 형 꿈.) 아침에 나가보면 죽어 있고.

또 개를 들여 오면 (우리 식구가 개를 좋아함.) 세퍼트든 진돗개든 사냥개든 뭔 종류의 개든 항상 죽어 나갔어요. 그러다 다른 집에 맡기면 잘 자라고...

제가 살면서 처음이자 지금까지 마지막으로 가위 눌린 곳도 그 집이 유일했습니다.

어머니는 터줏대감이라고 노인네가 집터를 지키고 있는데 개를 무척 싫어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가끔 오밤중에 마당에서 그 노인네를 보셨다고 합니다.
 

마당에 심은 대추나무는 미치고... 옥상에는 여인네가 화장품 냄새 진하게 (술집 여인네 화장품 냄새처럼) 풍기며 돌아당기고...
 
여튼 그런 집이었습니다.
 

결국 그 집에 살면서 재산을 까먹고 이사하게 됩니다.
출처 판 센치히로 님

http://pann.nate.com/b316527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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