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진짜 할로윈이네욤..
우리나라에서는 별로..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어릴 적 나는 친구를 사귀는 데에 운이 따르지 못한 경우에 속한다.
뭐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다른 면이 있어서라든가,
괴팍한 성질이 있어서라든가 하는 다소 일반적인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평범한 아이에 불과했는데 어느 할로윈 이후로 그렇게 되버렸달까.
그 해에 나는 호일로 칭칭 감은 박스를 준비했었다.
앞면에는 반짝이는 전구과 버튼을 붙이고 양 옆에는 팔을 넣기 위한 구멍을 도려낸 뒤 구부러지는 알루미늄 배기관을 연결했다.
금속 여과기를 머리에 두르고 레이저 총까지 구비하고 나니 완전 무시무시한 로보트로 변신한 기분이었다.
엄마가 사진을 한 장 찍어주셨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나를 따라 엄마도 거리로 나왔다.
오코넬아저씨 댁에 가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
우리처럼 아저씨도 이 마을에 이사온지 얼마 안된 분이셨다.
연로하셨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한데 그래도 아마 연세가 중년 밖에 안되셨던 것 같다.
아 그리고 내 기억에 아저씨는 굉장한 부자였었다.
주먹 가득 쥐어서 건네주시는 사탕들 크기가 엄청 컸었는데,
소문이 빠르게 퍼져 아저씨 댁으로 가지 않은 아이들이 없었다.
물론 나도 아저씨 댁으로 가서 사탕을 받았다.
근데 어딘가 조금 신나는 표정이 아니었다.
할로윈이 뭐 그리 대수라고 사탕을 나눠줘야 하나 라고 생각하는지 심술이 나 보였다.
그래도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리려고 머리에 두른 여과기를 살짝 들췄더니 아저씨 눈이 엄청나게 커졌다.
벌어진 입을 한참이나 다물지 못하다가 이내 고개를 내젓고서는 큰 미소를 지어 보이셨다.
"그래 그래. 맛있게 먹거라."
우리가 그 집을 나서자 마자 아저씨가 현관 앞 전등을 꺼졌는데
아마 그 때부터 우리를 몰래 따라오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무와 풀숲, 담장 뒤에 숨어서 살금살금 따라오며
일정한 간격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지만 엄마가 이내 눈치를 채셨다.
결국 엄마가 화를 내며 나더러 꼼짝말고 있으라고 하시곤 아저씨 쪽으로 걸어가셨다.
거리가 있어서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화가 나서 쫙 깔린 엄마의 목소리에 아저씨는 이내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저으며 계속 사과를 하는가 싶더니 지갑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엄마에게 내밀었다.
엄마는 빛의 속도로 입을 틀어 막았다.
그리고는 아저씨의 팔을 붙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는 내 쪽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고 옆에 앉으시곤 슬픈 미소를 지으셨다.
"네가 우리 아들을 참 많이 닮았어.."
나에게 초코렛을 하나 꼭 쥐어주시며 무언가 말씀해주셨는데
엄마에게는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어렸을 땐 착했던 아이었기에 나는 그 약속을 지켰다.
내가 만약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다른 사탕을 먹기 전에 이 초코렛을 먼저 먹으면 나에게 행운이 온다는 내용이었다.
배가 살짝 아프긴 했는데 초코렛 하나를 더 먹었으니 행운이라고 생각했나 그랬다.
대신 다음 날부터 친구를 사귀는 데에는 운이 따라주질 않았다.
동네에 남은 아이들이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