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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왜 이리 살기 복잡할까요?
게시물ID : gomin_842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Ω
추천 : 0
조회수 : 53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0/09/11 22:44:08



고등학생이에요
수능 얼마 안남았죠?
거기에 365일 더하면 제 카운트다운이 되는 고등학교 2학년이에요.

요즘 정말 살기 복잡해요..

공부는 하란대로 안되지
학교가면 재밌기는 한데 허전하지
야자시간에 비문학 다풀고 생각나는건....

좀 긴데 그냥 넋두리라고 생각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떄였어요
저는 외동딸이라서요, 집에 컴퓨터 하나가 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어요
그래서 주구장창 컴퓨터만 해댔죠. 하루에 네덧시간정도..
학교에서 인터넷 중독 프로그램이니 뭐니 끌려가고... 근데 게임은 안하는데..
사실 컴퓨터 키면 그때 만화 봤거든요.
원피스 아시죠? 자막깔고 막 열심히 봤었어요.
덕분에 지금은 자막 없이도 청해가 돼요-_-; 저도 신기.. 그때 심슨을 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때였어요
이제 중학교 들어가잖아요. 근데 주위 엄마들이 엄마한테 그랬나봐요
나는 학원 안보내냐고....
엄마가 그래서 마음먹고 저에게 종합학원을 보내 주셨어요
그게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될지 누가 알았겠어요.
초등학교때 반에서 두 손 안에도 안들던 아이가... 중학교 와서 으잉, 전교1등을 했네?
저는 그때 처음 알았어요. 아 전교1등은 특별한 아이만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예전엔 몰랐는데 엄마들 소문이 -_- 빠르더라구요
시험본 다음날에 우리집으로 전화가 막 수도없이 걸려오는데 무슨 학원 다니냐고-_-;;;;;

근데 결국은 뭐... 나중에 상산고(자립형사립고)갈 그 아이가 와서 제 1등자리를 채가서-_-
결국 졸업할때는 전교 3등으로 졸업했어요. 그리고 그 뒤로 공부 열심히 안해서 5등 안쪽에만 있었죠..
그렇게 공부 잘하는 학교도 아니었구요-_-;; 덕분에 고등학교 와서 많이 발리고 있구요.

그때 단어 안외우고 수학공부 안하고 문학작품 안읽어논게 지금 엄청 후회돼요.
단어때문에 고생하고 수학때문에 고생하고 문학때문에 고생하거든요.
그래도 그때 시사 관련 책이랑 그런거 많이 읽어둔건 정말 다행이에요. 비문학 만세! ㅜㅜ



고등학교에 들어왔어요.
이 주변은 전부 연구단지라서 외국에서 살다온 아이들이 많이 왔어요.
위축돼요. 정말 읽어보라고 선생님이 시킬때 정말 덜덜덜 했었어요.
아 나 진짜 정저지와구나 -_-;

그리고 처음 본 시험에서 전교 18등을 했었어요. 오 이런. 내가 중학교때 제일 못본게 17등이었는데..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했었어요. 적어도 한손안에는 들자는 느낌으로..
그래서 언어를 특히 많이 올렸어요.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때 제가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 같은 아이랑 만났어요.
그땐 영/수 학원에 다녔었는데... 그때 우리학교로 전학왔는데 하필 우리학원으로 온 아이를 만났어요.
처음 인상은 그냥... '아 진짜 순진해보인다. 우리학원에서 잘 살아나갈 수 있을까?'
우리학원 그때 야생이었거든요. 제가 홍일점이고 나머지 다 남자들인데
그 남자얘들이랑은 중학교때도 같은 반이었기 때문에 마냥 친했어요. 농담도 하고..

그렇게 잘생기진 않았는데.. 그냥 그래 보였어요.
강원도에서 있다 온 아이라는데.. 아버님 직업이 군인이라 여기저기 많이 옮겨다녔대요.
얼굴도 쫌 까맣고.. 음..... 강원도? 눈 많이 오겠네? 막 이런생각 했었죠.

그리고 친해졌어요.
원래 학원 반 얘들이랑은 마냥 친했지만 그 아이랑 대화할때는 마냥 즐거웠거든요.
그래서 점점 더 대화하고 문자도 많이 하고 그랬지요.
그리고 집 방향이 같아서 같이 집에도 가고 그랬지요.
중간에 공원이 하나 있었는데.. 마냥 좋았어요. 그때 보는 석양빛과 구름이 정말 아름다웠거든요.
밤에 집에 갈땐 달과 별이 마냥 반짝거렸구요.

그러던 어느날 제가 친구에게 영어과외를 소개받았어요.
그래서 학원을 영어만 끊고 과외로 돌렸는데..
하필이면 그 아이도 다른 친구에게 소개받고 그 과외로 들어온 거였어요!!!!!
그 아이랑 저는 약 2~3등급 정도 차이가 났는데.. 과외 선생님이
조금만 있으면 뉴질랜드에 유학간 놈이 돌아온다면서 한 2주정도만 좀 낮은 아이들이랑 받으라는 거였죠
근데 그 낮은 아이들 중 그 아이가 껴있었어요. 당연히 받아들여야죠!!!!!

그리고 더 마주치는 시간이 늘어났어요.
그게 마냥 좋아서, 일부러 일찍 가서 이야기하기도 했고..
다른 남자얘들과 좀 친해지기도 했어요.

그게 좀더 특별한 감정이라는 걸 안건 그해 초겨울이였죠.
친구들이 고백하라고 닦달하고 학원 얘들은 너 그런거였냐고 막 놀리고.. ㅜㅜ

정말 갈수록 미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발렌타인데이에 고백했어요.
그때 돌아온 대답은 이건... 줄여서 대강 말하자면
"미안해"

그날 한번도 빠져본 적 없는 과외와 학원을 전부 빠졌고
그 이후로 그 학원 끊고 전부 과외로 돌렸어요.


장점이 단점으로 변하는 순간이었어요.
과외에서 반은 다르지만 마주치는 순간이 생기면서 이제 난감해지는거죠.
서로 못 쳐다보는거죠.

예전에 과외에서 좀 친해져둔 아이랑 대화하면서 음.. 대화를 이제 뭔가를 통해서 하는거죠.
그 친구랑 저랑 대화를 하면서 그 아이가 끼고.. 음... 삼각대화인가요?
어쨌든 그 아이랑 저랑 직접 대화를 하는 일은 없는데.. 그냥 그렇게....

그래도 마냥 기뻤어요.
그냥 얼굴 쳐다보는게 즐거웠거든요.


친구들은 절 계속 볶아댔어요. 좀더 쿨해져라, 인사해라, 니가 초조해지면 지는거다,
애초부터 니가 먼저 고백한거부터 에러였다....
이럴거면 니들이 사귀라고... ㅜㅜㅜㅜ


그래도 어찌어찌 해가면서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그래도 문자할 수 있는 사이는 되었어요.
가끔 '뭐해?'라고 문자보내면 길게 문자할 수 있을 만큼...
그래도 녀석, 내가 시험기간(시험기간 중간에 주말이 끼워져 있어서, 토요일은 밤샘할 수 있잖아요)에
문자 보내니까 세시 반까지 공부한다면서 나랑 문자하고.. 
고백하기 전처럼 친해질 것만 같았어요.



내가 화내지만 않았더라도......
그때 녀석의 행동에 화가 정말 많이 났었어요.



그 뒤로 말을 못걸겠어요.
그리고 자꾸 생각만 나구요.
사과하고 싶어도 그럴 기회가 없어요.
지금 폰은 뺏겼고.. (추석연휴 이후에 돌려받아요)
과외시간은 옮겨져서 얼굴을 볼 수도 없고..
가끔 본다는게 급식시간에 줄 서 있을 때 잠시..
                교무실
                우리반
아, 우리학교는 사물함이 남자반 (여기) 여자반
이렇게 위치해 있거든요. 그래서 간혹가다 사물함에서 마주치곤 하는데요.
어제 봤었는데... 막 뛰어서 사물함 가는데... 어.. 정말.... 멋있더라구요......
그렇게 잘생긴 얼굴은 아닌데 그냥 다 멋져 보여요..... 이게 콩깍지인가요?


야자시간에 열심히 공부하다가 가끔 생각나요..
우리학교는 상위 몇명 뽑아다가 독서실처럼 생긴 교실에 넣어두고 야자 돌리거든요.
칸막이도 있어서 참 좋은데 그 칸막이 때문에 잡행동/잡생각도 많이 한단 말이죠.

수능기출사 비문학 지문 5개 다풀고 가끔 멍때릴 때가 있어요.
예전에는 살짝 무덤덤했는데 요즘은 거의 매일 생각나는거 같아요.
그때 차였을때 저랑 친했던 도덕쌤이 그랬는데 (지금은 전근)... 여자는 너무 감성적이라서 문제라고...
그러니까 선생님이 여친이 없는거라고 말하려다가 무례한 것 같아서 말은 안꺼냈지만 -_-;




게다가 고등학생이니, 학업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중학교땐 운좋아서 전교1등했다 쳐요. 그게 고등학교까지 가는건 아니잖아요?
공부 못하는 아이들도 스트레스 많이 받아요. 초등학교때 많이 경험했거든요. 알아요.
근데 공부 어느정도 하는 얘들은 더 받아요. 등수 떨어지면 이제 미치는거죠.
게다가 등급까지 내려가면 더 미치고 나랑 비슷했던 친구가 고액과외 돌려서 올리면 더더 미쳐요.

요즘은 컴플렉스였던 수리를 올려놔서 매우 기쁘지만..
점점 외국어가 나락으로 떨어져가요.
그것땜에 매일 위축되고, 멋모르는 얘들이 공부 잘하는 놈이 떨어져봐야 그게 그거라고 할때 더 화나요.
EBS고득점 300제풀때 많이 틀리면 정말 화나요. 아 내가 이따위 문제를 틀리다니.... 이러면서..


게다가 반에서 제 친구이긴 했는데 점점 짜증나고 얘가 초딩처럼 굴고 좀 그래서 내비뒀는데
다른 얘들이 찾아와서 쟤 너무 재수없지 않냐고 니네쪽도 안그렇냐고 해서 '좀..' 이라고 했더니
아예 자기들이 따 만드는 레퍼토리를 만들어와서 같이 하자고 그러질 않나..
그렇다고 얘를 보호해주자니 난 소시민이고 안받아주면 내가 대신 따되는거 아닌가 싶고..
그렇다고 좀 재수없으니까 동참하자니 왠지 불안하고...
그래서 어쩔수없이 좀 하는 척만 했더니 알아서 자기가 떨어져 나가고..
점심저녁 먹을사람이 없나 밥도 안먹고.. (그렇다고 걱정되는건 아닌데..-_-;;;)
원래 학교 안의 사회가 이랬나 싶고...



그냥 여러가지 일 때문에 자꾸 뭔가가 깎여나가는 것 같아요.
중학교 1학년떄부터 생긴 자존심... 이건 애초에 그 아이 좋아할 때부터 희미해졌긴 한데..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차라리 공부를 아예 못했으면 내가 이런 생각 안하면서 살았을텐데..
공부때문인지 그 아이때문인지는 몰라도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얘들이 요즘 쫌 신경질적으로 변했다고 그러고.. 안내던 짜증이 늘고...

그리고 자려고 누우면 눈물만 나고...



그냥 살기가 힘들어요.
가끔은 극단적인 생각도 들곤 하는데 이내 마음을 접어요.

고등학생도 이렇게 힘든데, 사회에 나가면 얼마나 힘들까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재수없다고 느끼신 분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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