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웹이나 디시 웹갤가면 맨날 나오는 말이에요. 저도 중고등학교땐 저렇게 생각했었구요. 중고등학생들이 주로 접하는 웹툰은 연재주기도 빠르고,대부분 컬러지만 묵직하고 손꼽힐만한 수작을 찾기가 힘든편이구요. 출판만화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 일본만화는 저나 제친구들 같은경우 고등학교 2학년쯤되면 "왜색"의 문제로 멀리하게 되더라구요. 단지 이미지나 상징성이 아니고 만화속에서 이야기가 나아가는 방향이나 등장인물이 행동하는 방식같은게 껄끄러워서요.
여기까지는 보통 고등학생의 이야기였어요. 그리고 지금부터는 스무살이 된 이후의 제 이야기입니다. 독립하면서 거주지역을 서울로 옮기고나서 특정한 도서를 취급하는 특별한서점들이 있다는걸 알게됐어요. 특히 홍대는 책좋아하는사람에게도 빵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성지죠. 물론 일애만을 보고자란 덕후라면 원서를 사기위해 북새통 문고를 들리겠지만 전 아무것도 모르고 만화전문서점 한양툰크에 들리게 됐어요. 그곳엔 정말 많은 만화책들이 있더군요.. 한쪽구석에 떡하니 자리잡은 BL코너를 보고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나니 뒷쪽에 있는 한국만화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고우영삼국지나 스포츠신문의 성인활극,웹툰 만화화 말고 한국만화요. 한국사람들이 그린만화. 진짜 20대에서 30대의 젊은 작가들이 그린 인터넷만화가 아닌 출판만화를 전 그때 처음 봤던거에요. 그때 다섯권을 지르고(한양툰크 현금결제하면 20퍼할인해주니 카드긁고 후회맙시다ㅠ) 집에와서 컬처쇼크를 받았죠. 내가 그토록찾던 한국만화는 이사람들이었나? 일본만화를 봐왔던 내가 생각하는 한국만화는 틀은 일본이고 이름이랑 소재만 로컬라이징한 동인계에서 인기있는 웹툰같은거였나? 왜 이렇게 좋은 만화들이 있는데 매일 멋진스토리와 연출이 한국에 없다고 욕해대는 사람들은 넘쳐나고 동네서점에선 이사람들의 책을 팔지 않는가?
그래서 이 글의 제목과 같은 생각을 그만두게 됐어요. 한국만화에 내가 볼것이 없다고 욕하던 나는 투니버스가 어린이 채널로 바뀐걸 욕하던 내친구같다고 느꼈거든요. 투니버스에서 대상연령층을 틴에이저 아래로 잡고 본격적인 아동만화를 틀기시작했을때 제친구들은 대부분 욕을했어요.어릴적 엄마가 없을때 한밤중에 원피스나 나루토나 달빛천사를 보던,그리고 연령에 안맞는 명작애니로 눈을 틔워줬던 채널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바뀐게 지금 어린이들의 수요를 충족시킬수있어서 더 나은효과도 있지않을까요? 한국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까지의 아이들을 대상으로한 디즈니채널같은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예능인 막이래쇼가 나왔을때 그런 변화를 보는것같아서 기뻤어요. 내친구들은 투니버스가 바뀌어서 욕한다 라고 했지만 욕하는건 그들뿐이었어요. 왜냐면 걔들은 12시에 19금애니를 해주고 7시에 판타지 15금 일본애니를 해주는 투니버스가 필요했으니까요.
자신의 수요의 정체성을 결정하는건 자신인것같아요. 제가 일본만화를 잘 안보게 된건 나이가 먹고 일본의 문화가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거리감이 있어서란 이유도 있었지만 윤리문제가 가장컸어요. 남성이나 여성에 마찬가지로 갈데까지 간 성상품화도 싫었고 머리색다르게 해놓을뿐 거기서 거기인 성격묘사도 싫었어요. 무엇보다 동인질을 하고 캐릭터를 19금으로 굴리는 나를 보면서 참 고민 많이 했던것같아요. 난 처음에 이 이야기를 보고 감동받지 않았나? 그 이유는 캐릭터를 사람으로 여기기 때문이 아니었나? 그냥 딸감이 되어버리는거라면 만화는 대체 사람에게 무얼 의미할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저널만화랑 리얼리즘 만화이 팬이 되어있었습니다.. 구매목록엔 아트슈피겔만의 쥐 나 용산철거민분들을 다룬 다큐만화가 들어있고...
다시 제목으로 돌아가서 결론에 대한 답이라면 제 친구들은 없다고 말하지만 전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의 젊은이들의 취향을 충족시킬만화는 얼마든지 있을수 있어요. 물론 아직 문화적 토양이 척박하긴하지만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젊은 지식인들은 도처에 널려있습니다. 중요한건 내가 한국만화를 좋아하는건지 한국계 일본만화를 좋아하는건지 자신의 성장과정을 돌아보며 한번쯤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