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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경험담입니다.
게시물ID : panic_842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해봄
추천 : 19
조회수 : 221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11/02 21: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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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짱공유에 올라온 여러가지 재미있고 엽기적이고 무서운 이야기를 즐겨보는 사람입니다.

이번에 제가 소개해 드릴 글은 2년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과거 경험담이에요.

아버지께선 어린시절 시골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워낙 가진 것 없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집안이었던 터라 국민학교만 가까스로 졸업을 하고 부모님(저의 조부모님) 밑에서 나무를 하고, 메밀묵을 만들어 파는 일

을 도우며 지냈습니다. 당시엔 그러한 사람들이 태반이었으나 요즘 세대들은 이해가 잘 안갈 수 있겠네요. 온갖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며 지내셨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어요. 날씨가 많이 후덥지근해서 오후에 집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스님

한분이 탁발을 하러 오셨답니다. 가진 돈이라곤 한푼도 없고 쌀도 없어서 고민을 하시다가 그냥 보내는 것은 실례인듯

하여 날도 더우니 시원한 냉수라도 드시고 가라 말씀을 하셨답니다. 시원하게 물을 드시고 난 스님이 아버지의 얼굴을

빤히 보시더니 하는 말씀이 " 당신은 39살이 되면 앉아서 일을 하게될 것입니다." 라고 말씀을 하시고 가던 길을 계속 떠나

셨고, 스님을 보낸 후 혼자 남게 된 아버지는 '나도 앉아서 일을 하게 되는구나.'라며 기분좋게 생각하셨답니다.

시간은 흘러 제가 국민학교 2학년이었던 1987년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오랜시간이 지났지만 마땅한 직업이 없으셨고

공사장에서 잡부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지냈지요. 여름엔 일거리가 많이 있어 생계유지엔 문제가 안됐지만 추운 겨울이

되다보니 일거리가 줄어들고 올 겨울을 어떻게 지낼지 걱정이 되셨나봅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께서 일자리를 구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리 말씀하시고 이틀 후에 경북 울진쪽으로 일을 하러 가셨는데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습니다. 아버지께서 일을 하시다 다쳤는데 병원에 입원중이라구요. 당시 철없던 저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지만 전해 들은 바로는 허리를 다치셨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 아버지께서 일하신 곳이 울진의 탄광이었고

동굴이 무너지며 아버지의 허리에 돌이 굴러떨어졌다고 하더군요. 척추가 골절이 되었고 평생토록 휠체어를 타고 지내야

한다는 청천벽력같은 말이었습니다. 결국은 아버지께서 평생 휠체어에 '앉아서' 생활을 하셔야 했고, 당시에 아버지의

연세가 놀랍게도 '39'살이셨답니다. 젊은 시절에 잠깐 만났던 스님의 말씀이 그제서야 생각이 나셨다고 하시더군요.

사람의 운명은 참으로 기고하다지만 이런 얘기를 들을때면 운명이 정해져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버지께선 어려서부터 그리 고생을 하시고, 결혼한 후에 처자식 먹여살리느라 물불 안가려가며 일을 하셨지만 안타까운

사고를 당해 고통스런 삶을 살아오시다가 지병으로 인해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철없게

행동하며 못된 행동을 하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풍수지탄'이란 한자성어가 생각나네요. 이미 늦었다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지만 이 글을 읽은 분들은 부모님께 효도하시기 바랍니다. 두서 없는 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출처 짱공유 - 물통
http://fun.jjang0u.com/articles/view?db=106&page=112&no=10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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