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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닌 게 살고 있는 우리집 -2
게시물ID : panic_842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errard
추천 : 26
조회수 : 3585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5/11/03 12: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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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이 기승, 이었다면 이번 편이 전결. 입니다.

시작합니다!





1. 발단
 

함께 귀신님의 장난질을 겪어 오던 사촌동생이 이사를 가게 됨.

이유는 뭐 여러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가, 우리 동생이 전역을 하게 됐다는 거였음.

 
원래 나는 이 집에 계속 있을 생각이 아니라 안정만 되고 나면 다른 집 구해서 나갈 생각이었는데,

여차저차 사정도 있고, 고모(사촌동생 엄마)가 배려를 해주셔서 결국 이 집에 살던 사촌동생은 옆에 원룸을 얻어서 이사를 가게 됐고 사촌동생의 빈자리를 우리 친동생이 채우게 되었음.

그게 작년 12월 중순의 일임.
 

 
 
 
2. 전개
 

간략하게 소개하고 들어가자면, 나의 동생은 세상에 귀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인간임.

이 세상에 과학으로 증명되지 않는 것은 없다! 고 생각함.

합리적인 것을 추구하는 아이임.

어렸을 때부터 내가 이상한 거 봤다고 하면 누나 머리가 이상한 거라며 독설 날리고, 내가 이상한 거 들었다고 하면 누나 귀가 썩었다고 하는. 그런 아이였음....
 
여튼 뭐, 귀신에 대한 생각만큼은 나랑 정반대임.
 
 
그런 동생녀석이 이 집에 들어오는 게 정해지자마자 내가 한 이야기는 잘살자는 각오를 다진다거나, 이사 일정을 구체화한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었음.
 

나 : 최. 이건 알아둬. 이 집 좀 이상해.

친동생 : 뭐가.

나 : ... 블라블라블라블라~

 
1편에 적었던 이야기들(플러스알파)을 쭈욱 들려줌.

물론 우리 동생한테 그런 이야기 들려줘봤자 별 반응 없을 거라는 건 알았지만.

내심 세 달 동안 겪었던 경험들을 말해주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음!

어떠냐! 세상엔 과학으로도 설명하지 못할 일들이 많다!

니 생각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야!

라고 말해주고 싶었던 거임...
 

근데. 끝까지 다 듣고 있더니 우리 동생이 한숨을 푸욱 쉼.

그러고 나서 하는 말.

 
친동생 : ... 누나. 누나도 알겠지만 TV는 혼자서 켜질 수가 있어. 주파수가 잘 맞으면 그럴 수 있대. 그리고 비닐은 보나마나 바람 불어서 떨어진 거고. 물통도 걍 뭔가 바람이 불었다거나, 아니면 누나 걸음의 진동 때문에 떨어진 거임. 누나 킹콩 걸음이잖아? 아니면 주위에 공사를 하고 있었을 수도 있고. 그리고 국자는..............
 
 
(30분 후.......)
 
 
 
친동생 : ..... 그러니까 그런 일은 귀신의 소행이 아니야. 알았어?

나 : 넵.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음.

30분동안 귀신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미친 듯이 설명하는 애 앞에서 내가 뭐라고 할 수 있었겠음?

솔직히 동생의 말엔 논리적으로 타당한 구석이 한 군데도 없었지만, 나는 지고야 말았음. 

 
그냥, 녀석한테 귀신의 존재를 증명해보이느니 차라리 바다를 둘로 가르는 게 쉽겠다는 생각을 했음.........
 
 
 
 
결국, 동생에게 귀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채로 동생이 이사를 오게 됨.

예전의 침실은 동생방이 되었고, TV방(창고방)은 내 방이 되었음. <-1편참조

 
근데 막상 이사는 했는데 동생 짐이 하나도 들어오지를 않아서 동생방에 있는 건 오직 침대와 이불, 서랍장 하나 뿐이었음.

짐 어딨냐고 물었더니 학교 동아리방에 있다고 함.

그러곤 오후 다섯시 쯤엔가, 짐 가지고 오겠다며 동생이 나감.

 
그 후. 나는 혼자서 이 집을 전체를 다 청소함.

수건로 닦고, 내 방 가구 혼자 다 옮기고.. 다시 또 닦고.... 물건 정리하고......
 
그렇게 다 정리하니 밤 11시가 됐음.


아 막 간만에 대청소하고 가구 옮기고 해서 그런지 몸이 노곤노곤한 게 죽겠는 거임?

그래서 잠깐 쉬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쿨쿨 잠.

개 피곤했나 봄. 머리를 잠시 쿠션에 댄 기억밖에 없는데 어느샌가 잠을 자고 있었음.
 
 
 
 
잠을 깬 건 새벽 4시쯤.

거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잠이 깸.

 
슥슥, 탁.
슥슥, 탁.
 

사실 실제로는 저런 식으로 규칙적인 소리는 아니었음.

글로 설명하려다 보니 저렇게밖에 못 썼는데, 여튼 뭔가 인기척 같은 소리.

옷자락 끄는 것 같기도 하고.

발이 방바닥 스치는 것 같은 소리가 자꾸 들리는 거임.

가끔 옆방에서 탱~ 탱~ 하고 침대 매트리스위에서 뛰면 들리는 그 스프링 소리 같은 것도 들림.
(우리 집에 침대는 동생방밖에 없음. 난 침대 안 씀.)
 
 
근데 뭐. 말했다시피 그런 소리 들리는 거 이제 예삿일이 됐음.

그래서 별 신경 안 쓰고 자연스레 TV를 켬.

무도 보면서 헉헉거리면서 웃고 있는데 5시쯤? 번호키 누르는 소리가 들려옴.

 
띡디디딕~
 

아.. 그러고 보니 동생이 있었지~

그제서야 나는 우리 동생의 존재를 기억해 냄.

진짜 까마득하게 동생의 존재를 잊고 있었던 거임.
 

나 : 왔엉?

동생 : 아~ 겁나 무거워!!!

나 : 뭔 짐을 얼마나 들고 왔길래 그렇게 무거운데?
 

하면서 방에서 나가보니 동생 손에 진짜 어마어마한 짐이 들려있는 거임?

옷보따리 두 개에 가방 하나 메고 있고, 어깨에 걸친 것도 짐이고 목에 걸려있는 것도 짐이었음.
 

나 : 나 부르지!

동생 : 아... 자는 줄 알고... 아 진짜 죽는 줄 알았다. 무거워 뒈지는 줄 알았네..
 

현관에서 신발도 안 벗고 짐부터 후닥닥닥 내려놓길래 짐을 동생방으로 좀 옮겨주고 동생방에서 대화를 조금 했음. 걍 시시껄렁한 대화.

동생이 서울로 대학오면서부터 떨어져 살았고, 또 내가 일본에도 가있었고 해서 동생이랑 같이 사는 게 무려 6년만이었음.. 그래서 너무 설랬음.
 

근데 그렇게 5분 대화하니까 대화할 화제가 떨어져서...

나는 그냥 방으로 돌아와서 TV를 계속 봤고. 동생은 짐정리를 좀 하는 듯 했음.
 
 
 
 
그렇게, 5시 반 정도 됐을까? 동생 방에서 드르렁드르렁 코고는 소리가 들려옴.

나도 다시 자려고 했는데, 어설프게 잠을 자버려서 그런지 잠이 하나도 안 옴.

그래서 계속 낄낄대면서 무도를 봄.
 
 
 
 
 
 
 
 
근데 난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음.
 
.... 내가 낄낄대고 있던 그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3. 절정
 

결국 나는 밤을 꼴딱 새고 말았음.

아침 11시쯤 됐을 때 배가 고파졌음.

잠이 안 오는 것 같기도 한데, 그렇다고 해서 잠이 아예 안 오는 것도 아닌, 굉장히 피곤하고 굉장히 알딸딸한. 마치 하룻밤을 지세운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방에서 나옴
 

여느때와 다를 것 없는 풍경이었음.

냉장고에서 뭔가 꺼내 먹을까 하다가, 동생 놔두고 혼자 뭐 먹기가 좀 그래서 자는 거 깨울까 하고 동생방을 들여다 봤음.

근데 동생이 이불을 걷어차고 자고 있는 거임...

한겨울이라 춥겠다 싶어, 동생 이불을 덮어주려고 들어갔는데

인기척 때문인지 아니면 잘만큼 자서인지 뒤척뒤척하더니 동생이 일어나버리는 거임?
 

일어나자마자 그 녀석도 배고프다고 하길래, 집앞에 있는 겁나 맛있고 싼 라볶이 집에 가기로 했음.

나는 씻지도 않고 그냥 후드티 걸쳐입고 츄리닝에 슬리퍼 끌고 밖으로 나감.

동생한테 씻을 거냐고 물어보니 샤워는 안 하고 세수만 하고 나갈거라고 해서 빨리 하고 나오라고 말해놓곤 현관밖에 서 있었음.

 
나 원래 성격이 급한 편이라, 사람이 준비하는 시간을 잘 못 기다림.

막 1분이 10분 같음.

근데... 현관문 앞에서 몇 분 기다린 거 같은데, 동생이 너무 안 나오는 거임.

동생 좀 늦어질 거 같으면 밑에 세워둔 자전거 상태나 봐봐야겠다 싶어서 동생한테 물어봤음.

 
나 : 씻었어?

동생 : 어! 이제 로션만 바르고 나갈게!

나 : 그럼 나 밑에 먼저 내려가 있는다!
 

그러고선 1층으로 내려왔음. (우리집 3층)

1층에서 자전거 만지작거리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 얘가 진짜 10분이 넘도록 함흥차사인 거임.

와 나 진짜 열이 받아가지고, 1층에서 3층까지 들리게 되게 큰 소리로
 

나 : 야 니 뭐하는데 이렇게 안 나와!!!!!!!!!!!!!!
 

하고 짜증냄.

그랬더니 동생이 대뜸 짜증 100% 담긴 목소리로 ,
 

동생 : 아 누나 때문에 그렇잖아!!!!!!!!!!!!!!!!!!!!!!!!!
 

이러면서 나한테 오히려 성질을 내는 거임?
 
 
뭐? 나때문에? 내가 뭐! 내가 왜! 내가 뭘 했다고!

그러면서 열받아 가지고 올라갔음.

니가 지금 나 기다리게 해놓고 어디서 적반하장이냐고 성질내려고 문을 확! 열었는데
 
 
 
 
 
 
 
 
동생이 쭈그려 앉아서 뭘 하고 있는 거임.

뭘하고 있나 보니까 신발끈을 묶고 있는 거.
 
 
나 : 야이씨 내가 뭐!!!!!

동생 : 누나가 그랬지!

나 : 그러니까 내가 뭘!

동생 : 이거!!!!!!!!!!!
 

그러면서 동생이 대뜸 자기 신발을 가르키는 거임?

신발이 대체 뭐 어쨌다는 건지.. 어이가 없어서 내가 그랬음.
 

나 : 뭐래?! 어쩌라고!!!

 
라고 했음.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
 

동생 : 이거! 신발끈! 다 풀어놨잖아!!!!!!!!!!

 
허얼... 솔직히 내가 아무리 할일이 없어도 그렇지 신발끈을 왜 품?

게다가 우리 동생 걷다가 신발끈 풀리는 거 제일 싫어해서 신발 리본 묶을 때 풀리지 말라고 진짜 두 세 번씩 묶고.

진짜 끈이 끊어져라 쎄게 리본 맴.

그리고 내 손톱 하하손톱이라 꽉 묶인 줄같은 건 풀지를 못함...
 
 
나 : 내가 니 신발끈을 왜 풀어?

동생 : 그걸 내가 아냐? 누나가 알지?

나 : 그니까! 내가 안 풀었다고! 뭔 신발끈을 내가 왜 풀어!

동생 : 그럼 내가 풀었겠냐????????????????

나 : 아 왜 짜증내냐고!!!!!!!!!!!!!!!!!!
 
 
그렇게 한참 실갱이 하는데.

... 별안간 둘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 야 그럼.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니면,

대체 니 신발끈은 누가 푼 거냐?..................................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인 우리.
 
일단 진정하고. 나는 동생 말을 들어봤음.
 
 
 
 
동생이 로션 바르고 머리 좀 정리하고, 신발을 신으려고 봤는데 글쎄,

신발 끈이 죄다 풀어헤쳐져 있었다는 거임.

그게, 리본만 풀어져서 있는 게 아니라, 그 신발끈 끼울때 x자로 끼우잖음?

그것까지 다 풀어져서 제일 마지막까지 풀려있었다는 거임.

새신발 사면 보통 제일 아래쪽 구멍 두개에만 줄이 끼워져 있잖음? 그 상태!

그러니까 신발끈이 초기화 되어 있었다는 거임.....

그것도 신발 양쪽 다.

줄이 다 풀려서 두 짝 다 양쪽으로 살포시 줄이 늘어뜨려져 있었다고 함.
 
 
 
 
그래서 동생은 생각했다고 함.
 
아... 이건 필시 우리 누나의 소행이다.... 라고.
 
걔 입장에선 당연한 거임... 어제 동아리방에서 집까지 올 땐 신발끈 아무 문제 없었고, 집에 들어와서 신발 벗을 때까지도 신발끈 멀쩡했는데 일어나보니 신발이 이렇게 됐다는 건 집안의 누군가의 소행인 게 당연한 거임..

그리고 집엔 걔말고 나밖에 없는데. 본인이 아니니까 당연히 나라고 생각한 거임.
 

손톱이 없는 나를 알고 있는 동생이었기에, 나를 의심하면서도 조금 의아하긴 했다고 함.

그걸 대체 어떻게 풀었지? 하면서.

근데.

위에도 말했지만, 동생 입장에선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기 때문에 나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음....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차분차분하게 설명을 했음.
 

나 : 최. 일단 들어봐. 내가 그런 게 아니야. 나 손톱 없는 거 너도 알잖아?

동생 : 그렇다고 아예 못푸는 건 아니지. 풀기 어려울 뿐이지.

나 :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 내가 아닌 밤중에 대체 왜. 뭐하러 이런 짓을 하겠어.

동생 : 그건 모르지.

나 : 거봐. 이유가 없잖아 이유가. 그리고 난 아니야. 밤중에 손가락 아프게 이런 거 하고 있을 만큼 한가롭지 않아. 나! 나 어제 무도 봤다고!

동생 : ...... (내가 열혈무도빠인 걸 알고 있음. 그래서 침묵...)

나 : -_ -... 아무래도 귀신인 거 같애... 내가 말했잖아. 있다고.
 
 
 
 
거기까지 말했는데 갑자기 동생이 피식, 웃더니 그러는 거임.
 
 
 
 
 
 
동생 : 누나 혹시 귀신 있다는 거 나 믿게 하려고 일부러 자작극 하는 거 아냐?
 
 
 
 
 
헐..... 나 솔직히 그 때 진짜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왔음.................

...............................동생아............................... 내가 너한테 자작나무나 태우는 초딩마인드 뽐내는 그런 누나였니?;;;;;;;;;;;;;;;;;;;;;;;;;;;;;;;;;;;;;;;;;;;;;;;;

이런 생각이 들면서 너무 서운했음...
 
 
 
나 : ..... 나 진짜 엄마, 아빠 다 걸고 맹세하는데. 절대 나 아니야.
 
 
 
아빠, 엄마 다 걸었더니 동생이 한풀 꺾이는 듯 했음.

왜냐면. 내가 얼마나 아빠 엄마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줄 동생이 알기 때문임.

나 장난이든 뭐든 맹세할 때는 절대로 부모님 안 거는 거 내 동생은 알고 있음.

그리고 실제로도 절대로 부모님을 걸고는 맹세 절대 안 함.

근데. 진짜 저 때는 어떻게든 내 결백을 증명하고 싶어서 부모님을 걸었음. 아 이런 불효자식 같으니..

그데 걸 수밖에 없었음. 동생이 나를 자작나무나 태우는 초딩으로 본다는 사실이 진짜 너무 서러웠음........
 
 
여튼, 동생이 그 후로 두어 가지 가설을 더 내세움.
 
 
1. 누나나 내가 몽유병이다.
=> X. 
내가 한숨도 안자고 밤을 샜기 때문에 일단 나는 몽유병이 아니고,
또한, 밤을 새면서 동생이 코고는 소리를 한순간도 빠짐없이 듣고 있었기 때문에, 동생 역시 몽유병이 아님.
 

2. 어제 걷다가 신발끈이 풀렸는데, 짐을 두 손에 들고 있었고,
   짐이 무거웠기 때문에 발걸음도 힘겨워서, 풀린 줄 모르고 집까지 온 것이다.
=>이것도 역시 X. 
상식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걷다가 리본이 풀리는 경우까지는 있을 수 있어도 신발끈이 초기화까지되는 사태는 있을 수 없는 일임. 
만약 초기화가 되었다고 해도, 그 상태로 집까지 걸어오면서 신발끈을 한번도 밟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됨.
밟지 않았다고 해도 적어도 불편함 정도는 느꼈어야 함.
(이 대목에서 동생은 불편함을 느낀 적 없다고 대답함.
 그리고 집에서 신발을 벗을 때에도 신발끈이 풀려있지는 않았다고 진술함.)
 
 
 
 
 
.... 요목조목 반박했더니 결국. 동생은 3번째 가설로,

다시금 나의 자작나무설을 주장하고 나섰음.
 
 
 
 
하아.....
 
 
 
그리고 지금까지도 내가 그 신발끈을 풀었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음.

하아...........
 
나 엄마, 아빠도 걸었는데...................
 
 
 
 

4. 결말

 
근데 여기서 더 무서운 게 또 있었음.

이건 그 당시엔 생각 못했고, 나중에 되서야 깨달은 거임.

나 이거 깨닫고 나서 진심 소름 돋았는데.............
 
 
 
............. 분명, 동생이 집에 들어와서 신발을 벗을 때까지만 해도, 신발끈은 이상이 없었다고 했음.

그렇다면. 동생이 잠이 들고, 내가 무도를 보고 있는 사이에 신발끈이 풀렸다는 소리임.
 
 

.... 그렇다면 그거, 내가 무도 보면서 방에서 웃고 있었을 때

신발장에선....
 
 
 
 
 
 
 
 
 
 
신발끈이 지 혼자 조용히 스르르르 풀려지고 있었을 거라는 이야기????????????
 
 
 
 
 
 
 
 
 
 
헐. 나 상상하고 진짜 소름 쫙 돋았음.
 
 
 

 
5. 에필로그
 

귀신 님의 행방에 대해 말해야 할 때가 왔음.

내가 제목을 '우리집엔 귀신이 산다!'고 했지만 사실 지금 우리 집엔 귀신이 없음.

이상한 소리도 안 들리고, 뭐가 떨어지거나 하는 것도 없음.

화장실 조명도 제 역할 다 하고 있음.

이 모든 게 우리 동생이 이 집에 들어오면서부터임.
 
 
 
그래서 추리해 보건데, 이런 거 아닐까 싶음.

침실에서만 살던 우리 사촌동생 때는, 귀신님은 침실방을 제외한 구역, 즉, 거실, 부엌, 창고방, 화장실들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살았던 거임.

그래서 국자도 떨어뜨리고 티비도 껐다켰다 하고 그랬던 거.
 

근데 내가 여기 오고나서부터는 침실은 사촌동생이, 창고방은 내가 쓰게 돼버린 거임.

자기 영역을 빼앗기게 된 귀신님이 화장실과 거실로 영역을 옮기게 된 것 같음.

그래서 그렇게 유난히 화장실에서 사건이 많았던 거 같음.
 

근데 이번엔 우리 동생이 들어온 거지.

우리 동생이 화장실을 좀 많이 자주감.

그리고 집에 음기만 가득하던 전과 달리, 음과 양이 둘 다 있으니 뭔가 귀신님도 살기가 좀 그랬지 않겠음?

그래서 마지막으로 환영식 겸 작별인사로 신발끈을 풀러놓고 나간 게 아닐까 생각이 됨.

슥슥, 탁, 하는 소리도 귀신님 나름대로 이삿짐을 싸는 소리가 아니었을까?

....... 헣허허허.
 

실제로 그 신발끈 이후로 귀신님의 행적은 찾아볼 수 없음........
 
 
 
 
 
 
 
 
결국 지금 이 단란한 집엔 저랑 동생 두 명만 살아요! 라는 이야기임.

죄송함. 너무 거창하게 제목을 지은 거 같음.
 
근데, 너무 실망할 거 없어요 님들앙

저 예전에 살던 집 이야기는 하드코어함. 진짜 온갖 일들이 다 있었음.

만약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 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하드코어한 기억 되살려 광주 본가의 이야기를 한 번 써보도록 하겠음.
 
.... 근데. 솔직히 그 때 이야기는.... 쓰면서도 내가 무서울 거 같아서 쓰고 싶지가 않긴 함.

앞서 말했지만, 나는 소프트한 공포물을 표방하고 추구하는 사람임...

그래서 되도록이면 소프트한 이야기 위주로 쓰고 싶음....
출처 판 건대잉여인 님

http://pann.nate.com/b315979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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