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사랑을 덜컥, 대출하다
게시물ID : lovestory_843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42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12/24 21:58:05
사진 출처 : https://darling-with-no-problems.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EstaslP6nfE




1.png

송찬호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

 

 

 

누가 저기다 밥을 쏟아놓았을까 모락모락 밥집 위로 뜨는 희망처럼

늦은 저녁 밥상에 한 그릇씩 달을 띄우고 둘러앉을 때

달을 깨뜨리고 달 속에서 떠오르는 고소하고 노오란 달

 

달은 바라만 보아도 부풀어 오르는 추억의 반죽 덩어리

우리가 이 지상까지 흘러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빛을 잃은 것이냐

 

먹고 버린 달 껍질이 조각조각 모여 달의 원형으로 회복되기까지

어기여차밤을 굴려가는 달빛처럼 빛나는 단단한 근육 덩어리

달은 꽁꽁 뭉친 주먹밥이다 밥집 위에 뜬 희망처럼

꺼지지 않는







2.png

이외수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저녁비가 내리면

시간의 지층이 허물어진다

 

허물어지는 시간의 지층을

한 겹씩 파내려가면

먼 중생대 어디쯤

화석으로 남아있는

내 전생을 만날 수 있을까

 

그 때도 나는

한 줌의 고사리풀

바람이 불지 않아도

저무는 바다 쪽으로 흔들리면서

눈물보다 투명한 서정시를

꿈꾸고 있었을까

 

저녁비가 내리면

시간의 지층이 허물어진다

허물어지는 시간의 지층

멀리 있어 그리운 이름일수록

더욱 선명한 화석이 된다







3.png

정호승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잘 자라 우리 엄마

할미꽃처럼

당신이 잠재우던 아들 품에 안겨

장독 위에 내리던

함박눈처럼

 

잘 자라 우리 엄마

산 그림자처럼

산 그림자 속에 잠든

산새들처럼

이 아들이 엄마 뒤를 따라갈때까지

 

잘 자라 우리 엄마

아기처럼

엄마 품에 안겨 자던 예쁜 아기의

저절로 벗겨진

꽃신발처럼







4.png

김승해냉이의 꽃말

 

 

 

언 땅 뚫고 나온 냉이로

된장 풀어 국 끓인 날

삼동 끝 흙빛 풀어진 국물에는

풋것의 향기가 떠 있는데

모든 것 당신에게 바친다는 냉이의 꽃말에

찬 없이도 환해지는 밥상머리

국그릇에 둘러 피는 냉이의 꽃말은

허기진 지아비 앞에

더 떠서 밀어 놓는 한 그릇 국 같아서

국 끓는 저녁마다 봄땅심이 선다

 

퍼주고도 다시 우러나는 국물 같은

냉이의 꽃말에

바람도 슬쩍 비켜가는 들

온 들에 냉이가 돋아야 봄이다

봄이라도

냉이가 물어 주는 밥상머리 안부를 듣고서야

온전히 봄이다

 

냉이꽃환한 꽃말이 밥상머리에 돋았다







5.png

김화순사랑을 덜컥대출하다

 

 

 

잔액 바닥 드러난 통장

위험한 사랑 하나

덜컥마이너스로 장기대출 하고 싶네

 

사랑을 빌린 죄로

불어나는 고통의 이자

내 비록 몸은 마른 풀잎처럼 가물어도

가슴은 드넓은 갯벌처럼 빛나겠네

 

사는 일은 영혼의 저축 털어 나날의 할부금을 갚는 일

불안한 일수놀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랄랄라꿈이 기울지 않는 한

룰룰루목숨 붙어 있는 한

그의 목줄 생을 조여와도

불온한 꿈의 애완견으로 살겠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