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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닌 게 살고 있는 우리집 -6(完)
게시물ID : panic_843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errard
추천 : 35
조회수 : 3012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5/11/03 12: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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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고의 추억
 

저번에도 말한 적 있지만 내 고등학교 시절은, 가위와의 전쟁, 헛것&헛소리와의 전쟁이었음.

광주본가에서 살 때라서 진짜 지긋지긋하게도 많이 당했음...

그래서 그 때 당시엔 학교만이 유일한 숨 쉴 구멍이었음.
 

집에만 가면 몸이 묵직하고.... 기분도 안 좋고....

자면 가위에 눌리고, 안 자고 깨있을 땐 헛거 보고, 자꾸 이상한 소리를 듣고.....

근데 학교에 있으면 적어도 그런 일들을 없으니까 너무너무 좋았던 거임.

그냥 정말, 아무것도 안 보인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음.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그런 내 행복한 학교생활의 (거의)유일한 오점이 되는 이야기임.
 
 
 
1학년 때 내 친구 중에, 가끔 이상한 소리를 하는 애가 있었음. (편의상 W라고 칭하겠음.)

이상한 소리라기보다는 뜬금없는 소리랄까.

예를 들면 이런 식임.
 

자습시간에 한창 공부 열심히 하고 있는 나한테 갑자기 와선,

" 최양. 괜찮냐? "

이런 질문을 던짐.

너무 뜬금이 없어서 내가

" 뭐가? " 이러면, 한참 내 등 뒤쪽을 멍하게 보다가 " ㅋㅋㅋ 별 거 아니다ㅋㅋㅋ "

이러고 웃고 가고......

뭐 이런 식의 말을 자주 하는 애였음.
 

처음에 친해지지 않았을 때는 솔직히...... 걍 또라이라고 생각했음.

뭔가 있어보이려고 괜히 저러는구나 싶었음.

왜 그런 거 있잖음. 괜히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뭔가 보인다는 듯이 막 뻥치고.

튀어보려고 혹은 관심받고 싶어서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사람들 주위에 한 두 명씩 꼭 있지 않음?

 
나 중학교 때, 그런 걸로 뻥치는 애들이 많았음........

괜히 막 뭐 보인다고 그러고, 겁 많은 애들한테 괜히 이상한 소리해서 겁주고....

교실 한 구석에 머리가 떠있다느니.... 

신병을 앓았다느니..... 뭐 신꿈을 꿨다느니.... 그런 애들.
 

진실 여부야 알 수 없었지만 어찌됐든 나는 그 아이들의 말을 100퍼센트 믿을 수는 없었음.

근거도 없고. 왠지 믿음이 잘 안 가서?
 
 
그래서, 사실 처음엔- W도 그런 뻥쟁이 중 하나라고 생각했음.

근데, 자세히 보니까 걔가 나랑 막 그렇게까지 친한 친구도 아니었는데 굳이 꼭 그런 장난(?) 같은 말을 나한테만 하는 거임.
 

W와 짱친인 다른 애한테도 물어봤는데, 자기한테는 그런 장난 한 번도 친 적이 없다고 함.

그리고 걔가 보기에도 그런 장난은 나한테만 치는 것 같다고 함.

.... 보통 그런 뻥 치는 애들은 동시 다발적으로 아주 여러명한테 그런 뻥을 치고 다니지 않음?

근데 W는 나한테만.

그냥 오직 나한테만 그런 장난을 쳤음.
 
 
그래서 내가 한 번은 물었음.
 
 
 
" 너 가끔 나한테 이상한 소리 하는 거. 뭐냐? "
 
그랬더니 그 친구가,
 
" 그걸 니가 모르면 어떡하냐?ㅋㅋㅋㅋㅋㅋ "
 
라면서, 키득키득 웃고 가버리는 거임.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W와 나는 이 대화 이후에 굉장히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음.

뻥쟁이라는 의심이 해소가 된 것은 아니었음.

하지만 왠지 그냥 갑자기 친해지게 됨.

여고생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여.
 
 
 
 
여튼, 그렇게 걔랑 나랑 친해지고 나서의 일임.

언젠지는 지금 잘 생각이 안 나는데, 에어컨이 켜져 있어서 창문을 다 닫아놨던 걸 생각하면 아마 여름방학이나, 아니면 1학기 말 정도 될 때의 일인 것 같음.
 
당시에 내 자리는 1분단 네 번째 줄. 운동장쪽 창가자리의 옆자리였음.

W는 3분단 두 번째 줄 자리였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남.
 
 

----------칠판----------
            *교   탁*
    운 I  XX XX XX XX   I
       I  XX XX XW XX  I  복
    동 I  XX XX XX XX   I
       I  XO XX XX XX   I  도
    장 I  XX XX XX XX   I
 
     사 / 물 / 함 / -에어컨-
 


대충 그리자면 내 자리가 O고 W의 자리가 W임.

뒤엔 사물함이 있고 에어컨이 오른쪽 제일 뒤에 있었음.
 
 
 
마지막 자습시간이 시작되기 전이었으니까 밤 9시 정도 됐었을 거임.

별안간 W가 내 짝꿍한테 오더니,
 
" 미안한데. 오늘 자리 좀 바꿔줭~ "

이러는 거임.

 
.... ?
 

나는 좀 의아했음.

생전 그런 일이 없었는데 갑자기 왜 이래 얘가?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또 공교롭게도 내 짝꿍이랑 W의 짝꿍이 단짝이었던 거임.

그래서 내 짝꿍이 냉큼 짐을 싸가지고는 W의 자리로 가버렸음. 
 
 
약 3분 후 짐을 싸들고 W가 와서 내 옆에 앉았음.

오자마자 나한테 한 말이 뭐였는 줄 암?
 
 
 
" 나 니랑 놀러 여기 온 거 아님. 서로 걍 책상만 쳐다보고 공부나 하자? " 
 
 
그러더니 그냥 내 옆자리에 앉아서 걍 공부를 하는 거임.

한 십분쯤 흘렀는데도 나한테 뭐 말을 건다던가, 장난을 건다던가 그런 것도 없이 걍 공부만 막 함.

 
아니.... 님들도 알겠지만....... 여고생들이 자습시간에 자리를 바꿔서 옆에 앉는다는 건 수다를 떨면서 논다던가, 의미없는 장난질을 하면서 논다던가, 여튼 어떻게 해서든 놀아보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잖음?

진짜 공부만 할 생각이면 왜 자리를 바꿔? 안 그럼?

 
그냥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나의 체취를 느끼고 싶다던가, 나한테 사적인 마음이 있다던가,

그런 거 아니면 굳이 공부하는데 내 옆으로 올 이유가 없잖음?

그래서 난 당연히 얘가 나한테 할 이야기가 있거나 공부가 하기 싫어서 걍 수다 떨러 온 거락 생각했는데..
 
근데 얘가 진짜 미동도 없이 걍 가만히 앉아서 공부만 하는 거.........
 
나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음.
 
그렇게 한 20분 쯤 흘렀나?
 
 
 
드디어 참지 못하고 나는 옆에 앉은 W에게 슬금슬금 장난을 걸기 시작함.
 
처음에는 연습장에 낙서를 해서 슬쩍 보여줌.
 
[ 야. 너 자리는 왜 바꿨어ㅋㅋㅋㅋㅋㅋㅋ 공부만 미친듯이 할거면서ㅋㅋㅋㅋㅋ ]
 
그랬더니 W 왈.
 
[ 고개 쳐들지 마옵시고 공부나 하시옵소서. ]
 
 
 
 
헐????????????
 
 

해도해도 너무 시크한 거임.

너 나랑 놀고 싶어서 온 주제에 시크가 도를 넘었어 이 새키얔ㅋㅋㅋㅋㅋㅋㅋ

너의 마음을 다 알고 있단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랑 놀고 싶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죠오와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의 공부를 철저하게 방해해 주겠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면서 그 떄부터는 슬슬 장난의 강도를 높임ㅋㅋㅋㅋ
 

처음엔 낙서를 쓴 연습장을 계속 들이댔음ㅋㅋㅋㅋㅋㅋㅋㅋ

반응이 없길래 이번엔 내 팔꿈치로 툭툭 걔 팔꿈치를 쳤음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걔가 조낸 시크하게 웃더니 내 팔을 겁나 아프게 찰싹 때렸음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아 질 수 없다면서 진짜 온갖 장난을 다 치기 시작함ㅋㅋㅋㅋㅋㅋㅋ
 
 
 
복도 쪽에서 감시하는 선생님이 돌아다니고 있었으므로, 그 분을 쳐다보면서 본격적으로 장난치기엔 조금 열악한 상황이었음.

그래서 칠판이나 책보는 척 하면서 지우개 던지고, 걔 이어폰끼고 공부하는데 이어폰 줄 잡아댕기고.. 아 뭐 여튼 유치한 장난을 쳐댔음.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나 싶은데, 그냥 그 땐........ 공부가 너무 하기 싫었나 봄.
 

여튼 그렇게 투닥투닥 하고 있는데, 아무리 해도 W가 대꾸를 안하는 거임.

그래서 내가 참다 못해 이 아이에게 어떻게 해서든 반응을 얻어내리라, 는 각오로
 

" 아 조카 공부가 그렇게 재밌냐고!!!!!!!!!!! "
 
 
라고 작지만 크게 속삭이면서 걔 있는 쪽을 봤음.
 
 
 
근데, 위에 내가 찍어놓은 기호들(?) 보면 알겠지만,

W가 바로 창문쪽 자리고 내가 그 옆자리라서 내 쪽에서 걔를 쳐다보면 운동장쪽 창문이 보이게 되어 있었음.

낮이었으면 창밖으로 푸르른 잔디밭이 보였겠으나

밤이라서, 운동장이 보이는 게 아니라- 반사가 돼서 거울처럼 교실 안쪽이 보였음.
 

거울에 내가 비쳤고 옆에서 공부하는 W의 옆모습도 비치고, 다른 아이들의 옆모습도 비쳤음.

문득 봤는데 내 머리가 왜인지는 모르게 산발이 되어 있길래

창문을 거울 삼아 머리를 고쳐 묵고 있는데
 
 
 
 
 
그 순간 뭔가 위화감 같은 게 느껴짐.

뭔가, 섞여 있어서는 안되는 무언가가 섞여있는 듯한 느낌이 듦.
 

뭘까.

뭐가 이상한 걸까.
 
 
 
 
 
 
하고 창문속에 비친 교실 풍경을 찬찬히 보고 있는데
 
 
 
 
 
" !!!!!!!!!!!!!!!!!!!!!!!!!!!!! 엥? "


진짜 식겁해서 나도 모르게 소리지름.
 
 
 
 
 
그리고 그와 동시에 W가,

" 야 이 미친X아. 닥치고 고개 숙이고 있으랬잖아. "
 
 
이러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서는 거임.

그러고서는 다짜고짜 나를 일으켜 세워서 방금까지 지가 앉아있던 창가자리 쪽으로 앉히고 지가 내 자리에 앉았음.
 
 
 
" 그냥 지금부터, 종칠 때까지 걍 죽어라 책상만 보고 있어. 알았어? "

" 어.... 어.......... "
 
 
 
 
 
나 진짜................ 머리 속이 혼란스러웠음.......

내가 방금 본 것 만으로도 심장이 덜컹거려 죽겠는데,

W가 그렇게 무서운 얼굴 한 것도 처음 본 거라서 그냥 걔가 하라는 대로 걍 종칠 때까지 죽어라 책만 봤음.

아니, 책을 보는 척 했음.
 
 
 
W는 옆에서 뭘하고 있나 신경이 쓰이긴 했는데

진짜 1미리도 옆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음.
 

와나....... 나 진짜 너무 무서웠음.
 
 
 
진짜.... 너무나도 무서웠음.
 
 
 
 
왜냐면.

내가 본 게 뭐였냐면.
 
 
 
 
 
 
 
 
 
 
 
 
 
 
............... 에어컨 앞에 서 있는 여자.
 

................................ 우리 학교 교복을 입고 서 있는 단발머리 여자를 봤음.

............. 까만색 동복을 입고 있던 여자.........................
 
 
 
......근데 지금은 여름임.......................
 
 
 
 
 
 
 
 
 
 
.... 만약에 그게 우리 학교 교복이 아니라 다른 옷이었으면 아예 맨 처음 봤을 때부터 ' 뭐야 저건! ' 이렇게 생각했었을 것 같음.

근데 처음에 눈치를 못 챘던게-_ - 일단은 눈에 익은 동복이라서였던 거임.
그냥 우리 반 애가 잠깨려고 저기 서있는 거겠거니 하고 넘어갔던 거임 내가.
 
 
근데... 머리 묶다보니 뭔가 위화감같은 게 드는 거..........
 
뭔가 이상한데?..................... 라고 느낀 순간.
 
 
나를 포함한 모두가 지금 새하얀 하복을 입고 있다는 걸 깨달음...........
 
 
 
 
 
 
 
 
 
저건 모다?
 
 
 
 
 
그 순간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질렀고..

그 여자 설마 실존 인물인가 싶어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에어컨 쪽을 돌아보려는 순간,

갑자기 W가 나한테

" 야 이 미친X아. 닥치고 고개 숙이고 있으랬잖아. "

라고 해서, 나는 자리를 바꿔앉은 채로 가만히 10시가 될 때까지 닥치고 책상만 보고 있게 된 거임.
 
 
 
 
 
 
10시가 되고.

종이 울렸음.

 
종이 울리자 마자 W가 나를 붙들고 진짜 미친 듯한 스피드로 교실을 빠져나감.

거의 미친 듯이 달렸음.

운동장 가로질러서 교문 밖으로 나가서 버스정류장 있는 데까지 전력질주로 달림.

와나.............................. 솔직히 달리는 게 더 힘들었어.................
 
 
 
 
 
 
그리고 그제서야 W가 이야기를 해줌.
 
 
 
 
 
 
 
 
 
W의 눈에는 어느샌가부턴가 이상한 것이 보인다고 함.

의도치는 않았는데 그냥 예전부터 귀신이랄까, 헛것이랄까. 그런 게 보였다고 함.

중학교 때 그런 거 보인다고 솔직하게 한 번 말했는데

'튀어보이려고 뻥친다' 어쩐다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함. <- 나같은 놈이 또 있었나봄.....

 
그래서 그 때 그 말 듣고 자존심이 너무 상해서 그 후부터는 죽어도 그런 말을 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함.

근데.
 
그런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같은 반이 된 이 '최양' 이라는 작자 옆에 너무나도 많은 것이 들러붙어 있었다는 거임.

맨날 최양 옆에서 히히덕 대고, 건들고 그러는데 정작 본인은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함...
(그럴 수밖에................. 집에 비하면 학교는 천국처럼 행복했는 걸........................)
 

가끔씩 뜬금없는 소리를 한 게, 나를 건들고 있는 귀신들 쫓아내주려고 한 거였다고 함.

갸가 내 주변에 오면, 자기도 뭐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걍 귀신 같은 것들이 내 옆에 잘 안 온다고 함.

시너지 효과..... 라고 불러도 되려나 이거?
 
 
 
여튼 갸는 뭐 최대한 모르는 척, 못 본 척 하면서 살고 있었고,

나는 뭐 워낙 둔해서 뭐가 나 괴롭히는지조차 눈치를 못챘으니, 그저 모르는 채로 살고 있었는데
 

바로 오늘.

쉽게 간과할 수 없는 포스를 가진 분께서 하루 종일 교실을 어슬렁대면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셨다고 함.......
 
 
 
 
바로 그거임.

내가 본 그 분임.

동복을 입으신. 에어컨 앞의.
 
 
 
 
 
 
 
 
 
처음엔 그냥 단순하게 생각했다고 함.

평소에도 내 옆에 많이 들러붙는 데다 동복을 입으셨으니 우리 학교 선배일테고, 뭔가 나쁜 마음이야 있겠어? 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놔두고 보고 있었다고 함.
 
 
근데, 보통은 장난 좀 치다가 없어지고 하는데 그 분은 거의 아침부터 밤까지 자꾸 나만 쳐다봤다고 함.

게다가 장난도 안 치고 그냥 계속 쳐다만 봤다는 거임. 

그래서 점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고 함.

뭔가 저러다가 큰 일이 빵-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함.

그래서 내 옆자리로 일단 오고 본 거.

자기가 있으면 내 옆으로 안 올 것 같아서.
 
 
 
 
 
혹시 무슨 일 있을까봐 나한테 닥치고 책상이나 쳐다보라고 충고까지 해줬는데.

이 멍청한 여인네가 말귀를 못 알아듣고 창문으로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쳤네?

아 이 어리석은 여자..
 
 
 
 
 
 
 
 
 
" 근데 나 그 여자 보고 난 후에 니랑 나랑 자리는 왜 바꾼겨? "

" 아...... 그거? "
 
 
 

....................... 한참 망설이더니 W가 하는 말.
 
 
 
 
 
 
 
 
" 니랑 눈 마주치자마자......... 그 사람이 미친 듯이 니 쪽으로 달려오더라고.....
  ................................ 근데........ "
 
 
 
 
" .....? "
 
 
 
 
 
 
 
" ............. 웃으면서 달려오는데, 손톱에서 피가 뚝뚝뚝 떨어지고 있어서............................. "
 
 
" ........!!!!!!!!!!!!!!!!!!!!!!!!!!!!!! "
 
 
" 근데 .......... 그 전까지만 해도 피 같은 건 없었거든........
 ... 여튼.......  위험해보여서 니랑 자리바꿨어. 뭔가 해꼬지 할까 봐. "
 
 
 
 
 
 
 
 
 
 
 
 
 
 
 
 
 
 
 
 
 
 
................................ 헐............ 너란 놈은 대체..............................
 
 
 
 
 
나랑 자리 바꿔 앉은 후로, 미친 듯이 달려온 그 분이 W옆에 서서 W를 미친듯이 노려보기 시작했다고 함.

W가 그 시선 모른 척 하느라 너무 애쓴 나머지 온 몸에서 식은땀이 좔좔 흘렀다면서 조카 기분 찝찝하다면서 웃는데.........
 
 
 
 
 
 
 
 
 
 
야............. 너 왜 웃냐?;;;;;;;;; 지금 웃음이 나오냐?;;;;;;;;;;;;;;;;;;;; 
 
 
아 여튼 쟤도 진짜 보통 물건이 아님..

될 놈일세.
 
 
 
그리고
 
 
 
 
넌 나의 진정한 친구
 
 
 
 
 
2. 후일담
 
 
그 일을 겪은지 한 이삼주 쯤 됐을 때였음.

그 이삼주 동안 W가 내색을 안 한 건지, 아니면 정말 아무 일이 없었던 건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나한테는 아무 이상이 없었음.

뭐 나야 집에서 벌어지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지쳐있었기 때문에..

학교에서만큼은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는 일념으로 되도록이면 유쾌하게 지내려고 노력했음.

 
그래서 나는 그 일 자체를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살고 있었음.

W한테 가끔 넌지시 물어도 이제 그 이야기는 그만 하라고 화내기만 해서 제대로 묻지도 못했음.
 
 
여튼. 이삼주 지났을 때의 일임.

7교시 끝난 쉬는 시간에, 배터리가 방전돼서 자려고 엎드렸음.
 
 
 
 
내가 집에서 잘 땐 진짜 가위를 너무 많이 눌리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잘 땐 가위에 눌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음.

근데 하필이면 그 날. 가위에 덜컥 눌린 거임.
 
 

팔에 고개를 묻고 엎드려 있었음.

눈을 뜨고 있었고.

옆에서 짝꿍이 다른 애랑 연예인 이야기 하는 것도 다 들렸음.

막 잠들랑 말랑 하는 순간에, 몸이 갑자기 굳은 거임.
 

아..... 가위 눌리는 더러운 기분이 들면서..............

아................. 엿됐네......... 이러면서 누가 나를 좀 깨워주기를 바라고 있었음.........

누구 한 명만 나 좀 건드려줘라......... 제발....................
 
 
이러고 있는데, 내 시야에 흰색 실내화가 보이는 거임.
 
 
 
그래! 바로 너!

나를 건드려! 제발!!!!!!!!!!!!!
 
 
 
 
 
이러고 있었는데

잘 생각해보니,
 
 
 
 
 
 
 
 
 
 
우리 학교 교칙 때문에 애들 다 삼선 슬리퍼 신는데??????????????????????????
 
 
 
 
 
 
 
 
 
 
그리고 그걸 깨닫자 마자 그 실내화 주변으로 후두둑 떨어지는 피.
 
 
 
 
 
 
그리고 그 사람......... 무릎을 수그리고 쭈그려 앉았음.

하얀 두 팔로 무릎을 안듯이 쭈그려 앉는데, 그 와중에도 내 시선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톱으로 향함...................
 
 
 
 
 
설마..... 그 때 그???????????????????
 
 
 
 
 
 
내 시야에 그 때까지는 그 쪼그려 앉은 사람의 가슴부터 다리까지만 보였는데

별안간 그 사람이
 
 
 
 
 
 
 
까꿍하듯이 고개를 숙여서 나랑 시선을 마주해왔음.

그리고 약 3초 뒤에
 
 
 
그 얼굴이
 
내 얼굴 바로 앞으로 돌진...........................................
 
 
 
 
 
 
 
 
 
 
 
 
 
 
 
 
 
 
"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사자후를 지르면서 가위에서 깼음.

그리고 내가 얼마나 격하게 일어났는지 책상이 와당탕 엎어졌음..
 
 
 
 
 
 
 
반 애들 다 나 쳐다보는데 신경도 못 썼음.

책상 다시 세울 생각도 못하고, 진짜 멍하게 앉아가지고 진짜 방금 그건 뭐지? 꿈인가? 뭐지? 안 잤는데? 옆에서 짝꿍이 연예인 이야기하는 것도 다 들었는데? 방금 그거 대체 뭐지?

이캄서 완전 패닉상태로 있는데
 
 
더 멋지게도
 
 
 
 
 
 
바로 30초 쯤 뒤에 나와 똑같은 모션으로 잠에서 깨어난 1人이 있었음.............................
 
 
 
 
 
 
 
 
 
 
 
 
 
 
...... 바로 그거임............... W였음..............................
 
 
 
 
 
 
 
 
 
 
 
 
 
 
걔가 진짜 소리지르면서 벌떡 일어나고선,

일어나자마자 나를 쳐다봤음.
 
 
 
 
 
 
 
나도 걔 쳐다보고..... 서로 눈 마주치는데.......... 서로 소름 돋아서 진짜 ......................

멍...... 때리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니고, 여튼 진짜 정말 애매모호한 표정 지었음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음...............

우리가 서로 같은 꿈? 혹은 같은 가위? 에 눌렸다는 걸................................
 
 

............. 나한테 들렸다가 걔한테 갔다는 것마저도 알 수 있었음...
 
 
 
 
 
 
 
 
 
 
 
 
아아.... 그 후 W는 문과로, 나는 이과로 진학했기 때문에 서로간에 겹치는 에피소드는 없음..
 
 

아쉽지만 고등학교 이야기도 여기까지임...

분량 조절한다고 겁나 짧게 써서 죄송함.....................................
 
 

근데 내가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여기까지 쓰는 것도 너무 힘들었음...........

이제.... 나는 자야겠음.............
출처 판 건대잉여인 님

http://pann.nate.com/b316066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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