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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공포가 온마음을 휘감았을 때
게시물ID : panic_843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errard
추천 : 21
조회수 : 2175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11/03 2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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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공포에 대해서 어느정도 면역이 생긴 것 같습니다. 대학을 가서부터인지, 아니면 군대를 다녀오고서 부터인지 모르겠는데,

공포영화를 보거나 무서운 이야기를 들을 때 깜짝 놀라기는 할지언정, 무섭다는 생각은 잘 안드는 것 같아요. 어릴 
적에는 전설의 고향도 못 보던 진성 겁쟁이였는데 말이죠.

성인이 되고 들은 무서운 이야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던 게 있어서 공포포럼에 그 이야길 남길까 합니다.

이 이야기 빼고는 딱히 기억나는 게 없어서 처음이자 마지막 글이 되겠네요. 눈팅은 열심히 하겠습니다.



군대를 갔다온 뒤니까 아마 한 2002년, 2003년 이쯤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제가 어느 봉사단체에서 소속되어서 다 같이 엠티를 갔었는데,

사실 엠티라고 해봤자 고기 구워서 술먹고, 그냥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 하면서 시간 보내고, 아침에 라면 끓여 먹고 오는게 전부 아닌가요?

가끔 눈 맞는 청춘들이 몰래 사라지기도 하지만, 봉사단체라 뭐 그런 것도 없었고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여성들 주도로 무서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친구 이야기, 어디서 들은 이야기, 도시 괴담들.. 재미는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나지 않는 걸 보니 그렇게 큰 임팩트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 중에 한 여성분이 해주신 이야긴데, 유일하게 이 이야기만 기억에 남네요.


그 분은 어릴적부터 몸이 엄청나게 안 좋으셨답니다. 자세한 것은 저도 모르겠지만 난치병과 투병 중이셨고, 그래서 학교보다 병원에 가시는 일이 더 많았다고 하네요.

근데 그 분 이야기가 몸이 많이 아픈 사람들은 신기한 걸 많이 본다고 하더라구요. 일반적으로 안 보이는 것들이 보인다고. 처음에는 자신만 그런 줄 알았는데, 정말 심하게 아픈 사람들, 소위 얼마 못 살 거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미스테리한 것들을 많이 본다고 이야기하더라구요.

예를 들어서 뭐가 보이냐고 여쭤봤더니, 그 여자분이 아주 어릴 적부터 전봇대에 올라가 있는 어린아이와 눈이 마주치는 일이 많았고, 자기는 어려서 그게 이상한 것인지 몰랐다고 하더라구요. 그냥 저 녀석은 왜 저기 올라가 있나... 하는 정도로 넘어갔는데, 어느 날 나이를 먹고, 그 아이를 자신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리고 자기에게 보이는 것들이 남에게는 안보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하더라구요. 

이 분이 건강이 안 좋아서 입원과 퇴원을 번갈아 했어야 했다고 합니다. 3개월 입원, 3개월 퇴원 이런 식으로.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입원해 있던 시기였는데, 추석인지 연휴인지가 끼고, 같은 병실 직원들이 퇴원하고 외출 나가고 하면서 병실에 그 분 어머니와 단 둘만 있었던 날이 있었답니다. 한 새벽 3~4시쯤, 자다가 노랫소리에 잠에서 깼는데, 원래 몸이 약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서 잠을 깊게 못 자지만 새벽에 깨는 일은 별로 없었다고 하더군요. 한 2시쯤 자서 6시쯤 일어나는 생활이었는데, 그 시간에 깬 건 처음이었다고.

복도쪽에서 웃음소린지, 노랫소린지, 이야기 하는 소린지가 들려서 잠에서 깼는데 소리가 점점 커져오더랍니다. 처음엔 잘못들었나 생각했다가 상식적으로 새벽 3~4시에 그런 소리가 들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답니다.

그런 적 있으실 겁니다. 어두운 밤에 갑자기 공포가 온마음을 휘감았을 때. 

소리는 점점 커지고, 정말 소리조차 낼 수 없어서 벌벌 떨고 있을 때, 병실 문으로 여자 아이 두 명이서 고개를 빼곰 내밀고 자신을 쳐다보더랩니다. 그러면서 뭔가 키득거리는 것 같고, 비웃는 것 같고 하는데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본인 말로는 쇼크가 올 정도로 무서웠다고 이야기하더군요. 

아무것도 못하고 떨고만 있는데, 어머니가 일어나시더니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더랍니다. 그래서 문을 가르키면서, 엄마는 저게 안 보이냐고 하니까, 어머니가 문을 쓱 보시더니. "니가 요즘 기력이 쇠해서 헛개 또 보이는구나. 조만간 다시 보약 먹어야겠다" 하면서 다시 눕히고 이불을 덮어줬답니다. 그러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떨림도 가라앉고, 그 여자아이들도 뭔가 김이 샜는지 다시 멀어져갔다고 하네요.

옆에서 엄마가 계속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손을 만져주고 하다 보니까 어느새 잠이 들었고, 그 이후부터는 뭔가 이상한 게 보여도, 저건 헛거다.. 하면서 넘겼더니 이후 공포심도 줄어들었고, 몸도 괜찮아졌다는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그냥 그렇구나.. 했는데,

그 여자분 말씀이.

나중에 엄마와 이야기를 하다가 알게 되었는데, 그 여자애들, 새벽에 병원 복도에서 노래를 부르고 병실문에서 여자분을 노려보던 그 여자애들을 

어머니도 보셨다고 하더군요. 어머니도 노랫소리에 깼고, 병실문을 보면서 그 애들을 보셨다는 거죠.

그런데 어머니는 딸이 놀랠까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을 한 거였다고 하더군요. 자신도 많이 놀랐을텐데, 그 미지의 정체에게 등을 돌리고, 떨리지 않는 손으로, 딸의 떨리는 손을 잡아주었다고.



그 날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리는 다들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죠. 

역시 엄마는 참으로 위대하시고 위대하시다며. 무서운 이야기로 시작되었던 엠티 분위기가 갑자가 우정의 무대 그리운 어머니 모드로 바뀌었었죠. 

그 날 충격이 너무 강해서 그런가, 그나마 몇 개 외우고 있던 귀신 이야기들은 다 까먹고, 무서운 이야기하면 이 이야기가 먼저 떠오릅니다.

무섭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 이야긴데, 그래도 공포포럼에 글 하나 남기고자 이 글을 씁니다.
출처 뽐뿌 [* 비회원 *] 님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fear&page=141&divpage=1&no=1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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