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에 정신이 갑자기 나간 오빠하나가 저희집에 세들어 산적이 있어요. 사실은 아버지의 먼 친척빨 되는 사람의 아들인데, 뭐라 그러지... 그 먼친척이 자식을 방치했나봐요. 학교를 전혀 가본적이 없이 시골 정말 깡시골에 산 중턱 집하나 짓고 자급자족하는 수준의? 그런데서 다 클때까지 자랐던 거에요. 그리고는 부모님 모두 세상을 떠나시고 어찌저찌 연락이 되어 결국 아버지가 그대로 둘수가 없으니까 거두셨어요. 그때 제가 초등학교 5학년즈음인것 같네요. 그 오빠는 25? 26? 암튼 완전 세상에 처음 나와 보니까, 무슨 진짜 조디포스터 나오던 영화있죠? 시골에서 문명과 끊어져서 살아서 언어도 모르는 야생 그대로의 인간. 딱 그느낌;;; 말은 하는데 글을 전혀 모르고 말씨가 다섯살 말씨에요. 굉장히 어눌하고.... 예를 들면 리모컨을 첨 보니까 막 진짜 멀리서 경계하면서 건드려보다가 티비 켜지면 깜짝 놀래고 거의 이수준;;;;; 아버지 말로는 좀 더 가까운 주변친척이 그러는데 아주 어릴적에는 똘똘했는데 아마 영양부족으로 한창 커야할때 뇌발달에 결핍이 오지 않았는가 하고 추측하신다고 했어요.
암튼 어린 저는 다큰 어른이 애기처럼 구니까 되게 신기했죠. 아버지는 저희집 전세방 중 하나를 오빠를 주고, 아버지 회사에서 소일거리를 돕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글 가르치고. 월급 주고 물건 사는법도 가르치고... 암튼 점점 세상을 알더니 아니 이오빠가 순진한데 갑자기 세상 물정을 알아서 그런가, 한 일년 지나니 여자옷을 입고 다니기 시작하데요. -_- 제 추측으론 여자가 좋은데 이게 대체 무슨 느낌인지 모르니까 그냥 좋은게 좋으니까 자기가 여자가 되고 싶어한다고 엉뚱하게 해석한게 아닌가 합니다만.... 그냥 정신이 5살 수준이니 아버지가 이눔아 왜그러고 다니냐고 다그쳐도 해맑게 웃으면서 "치마가 좋아요 편해요" (편하긴 편하지;;;) 이러던 오빠였어요. 그런데 한 육개월 그러더니 그담부터 안입고 다니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제야 뭔가 자각? 했나.. 했죠.
문제는 그다음이에요. 우리집에 그렇게 오고나서 2년정도 지나선데... 아버지도 뭐 집주고 돈주고 가르쳤으니 오빠가 알아서 어른이 되겠지 했겠죠? 그러니 뭐 시시콜콜 사생활 간섭하거나 안하고 걍 내버려뒀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오빠집엘 들어갔다가 경악..... (아마 회사에 계속 출근을 안했던가 그랬음)
집에 한벽을 요쿠르트 병이 완전 빼곡히 메우고 있고 (생각해보면 허구한날 그 백원짜리 요쿠르트 있잖아요. 조그만거. 그걸 진짜 항상 먹고 있었음...) 온갖 알수 없는 형상의 조각들? 기념상들? 그런걸 다 모아놓고 무슨 무당집처럼..... 그래서 아버지가 다 큰놈이 이게 뭐한는 짓이냐며 성내고 싹 치웠는데 그 다음날부터 발작을 시작하는 겁니다... 요쿠르트 없으면 자기 죽는다고.... 아버지가 못먹게 했거든요. 혼자두면 또 나가서 요쿠르트만 쳐 사먹을거 같으니까 아버지가 저희집으로 데려와서 방에 감금 아닌 감금을 시켰어요. 그땐 진짜 우리 가족 모두 뭐 어찌해야할지를 잘 모르니까... 걍 오빠가 세상에 나와 혼자 지내니 정신이 미쳐가나보다 이랬던거 같아요. 그래서 한동안 우리 가족이랑 지내면 나아질까 싶어 그랬던건데...... 진짜 소름인게 방에 쳐박혀서 맨날 벌벌 떨면서 저거 안보이냐고 귀신이 있데요 왜 안보이냐고;;;; 엄마가 보다못해 십자가랑 묵주를 쥐어줬더니 진짜 그거만 붙들고 하루종일 벌벌 떨고 있어요. 그 다음 아버지 말이 더 소름인게, 오빠를 그 집에서 데리고 나올때 오빠가 방구석을 가르키면서 저것이 나를 쫒아다닌다고, 예수님이 그러는데 (예전에 어머니가 교회를 데리고 간적이 있거든요. 그 이후 알아서 오빠가 다녔던지 아니던지 한거 같은데 그래서 그 영향이 있는듯) 요쿠르트를 마셔야만 저게 가까이 안온다고 했데요. 그러면서 아버지 눈에도 그 귀신이 보일거라는걸 철떡같이 믿더래요. 당연한듯이. 아빠눈엔 아무것도 안보였죠 물론;;;;;
요쿠르트며... 예수님이며 귀신이며... 여자옷 입고 다닌 전적도 있고... 그때는 당연히 서로 개연성이 전혀 없고;;; 그냥 정신나가 헛것 보는줄말 알아서 무섭거나 하지 않았었네요.
그런데 어 뭐지... 진짜 이거 귀신장난인가 했던 사건이 일어나는데... 울집 방에 있고 나서는 좀 그래도 나아졌었거든요. 요쿠르트 아니면 먹지도 않고 방에 쳐박혀 있더니만 방밖으로 나오기도 하고 엄마 차려주신 밥도 먹고... 그래서 걍 그런가보다 했어요.
그런데 어느 주말 낮이었습니다. 친구랑 신나게 놀다가 집에 들어오니 막 엄청 소란스러운거에요. 그 오빠가 집 식탁밑에서 묵주를 목에 둘둘 감고 한손에 십자가 한손에 요쿠르트병을 들고 막 소리를 있는데로 지르면서 발작 하고 있었어요. 어머니는 옆에서 발만 동동이고 아버지랑 친오빠(당시 고등학생)가 끌어내려는데 힘이 얼마나 장사인지 꿈쩍도 안하고 식탁 다리를 붙들고 주저앉아서 발악을.... "으어아아악! 으어악! 저리가 저리가! 저거 좀 치워줘요 귀신 좀 치워줘요" 이러고 있는거에요. 정확히 식탁 바로 앞에 어떤 빈 공간을 계속 가르키면서. 그러면서 진짜 한번씩 뭔가를 보고 소스라치게 발작하고 울고....
와 그때 진짜 햇볕 쨍쨍한 대낮이고 가족들 옆에 다 있는데도 정말..... 소름이 어찌나 돋던지.... 그때처음으로, 정신나간게 아니고 진짜 뭐에 씌었나..? 이런 생각들더라고요. 다른 친척분 (그 오빠와 그나마 좀 더 가까웠던?) 오셔서 겨우겨우 수습해서 데리고 나간것만 기억해요.
그 뒤로 들은 이야기는 그 오빠가 그 집에서 나갔는데 그 이후 행방을 알수 없다는 소식만 들었어요.
그 담부터 그 오빠 살던 그 샛방은 지나갈때마다 소름이 돋고 그랬네요;;;; 사실 지금껏 그냥 정신나갔던 오빠.... 이렇게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요새 공게글 읽다보니 아닌수도 있겠다 싶어서.... 재미 없지만 썰 풀어봤네요 ㅎ
그런데 반대로는 한편으론 가끔 공게에 귀신씌인 사람 이야기 보면 그냥 그거 정신나간건데... 싶기도 하고... 저도 어느게 맞는건지 모르겠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