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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체험하러 가는 길
게시물ID : panic_843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errard
추천 : 19
조회수 : 3724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5/11/07 10: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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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만 되면 생각나는 흉가 찾아 갔던 썰.

 

바야흐로 개똥벌레 똥꼬까지 아름답고, 솜털마져 새싹 마냥 파릇파릇했던 고딩 시절.

방학을 맞이하야 친구네 집에서 친구녀석과 뒹굴거리고 있었는데,

친구녀석 형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우리가 있던 방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놀러가자고 소리 지름.

나는 친구녀석 형과 그 일당들의 병신력을 이미 알고 있기에 쌩깜.

그런데 친구녀석이 헤벌레한 표정으로 “어디 갈 건데?” 라고 물으니 “우리 흉가체험 갈 건데 같이 가자.” 라고 말함.

 
참고로 친구형 별명이 네모난 밥통임.

얼굴이 정말 국민교육 헌장처럼 정직하고 반듯하게 직사각형이라 당장 조폭역의 재연배우로 나가도 손색이 없는 마스크임.

아니, 예로부터 선조들 말씀이 조까는 소리는 반상회에서나 해야 한다고 누누이 말씀하셨는데, 

여름에 해수욕장도 아니고 흉가체험이라니 어이가 없었음.


나는 심드렁하게

“흉가체험은 무슨, 형 얼굴 보면 그게 더 무섭.......”

이라는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뒤통수 한 대 강 스매싱 당하고 친구 녀석과 같이 끌려 나감.

영문도 모르고 같이 끌려 내려가자 내가 평소 홀쭉이와 뚱뚱이라고 놀렸던 형 친구들 둘이 다 썩어가는 봉고차에 앉아 갈치처럼 웃고 있음.

 
흉가체험 가려고 렌트카에서 빌려 왔다는데,

딱 봐도 타이어는 터지기 일보 직전이고, 철판은 이미 다 썩어서 녹이 여기저기 올라 온 봉고차임.

귀신을 보고 우리가 놀라는게 아니라 귀신이 이 차보고 놀랄 거라는 생각을 함.

속으로 ‘와, 저런 똥차를 돈 받고 빌려 준 거야?’ 라는 생각을 했음.

봉고 덕분에 다 만난다고 선전하더니 정말 저거 타고 다니다가 염라대왕 앞에서 단체로 다 만나겠네 라는 생각이 듦.

 
어찌됐건 친구 녀석과 나는 영문도 모른 채 납치 당해서 친구형 셋 포함, 토탈 수컷 다섯 마리가 저글링떼 마냥 봉고로 이동함.

아니 놀러 가려면 해수욕장을 가던지 하지 웬 흉가체험이람, 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여지껏 뭔가 정상적으로 제대로 하는 꼴을 못 본 형과 친구들을 생각하면 이해는 감.

심지어 슬슬 서울을 벗어나기 시작하자 왠지 조금 설레기도 해 옆에 같은 봉고가 지나갈 때 아, 봉고끼리 만나면 인사 해야 동방예의지국에 참다운 고딩인가? 라는 생각도 듦.

 

 

서울을 벗어나 한참을 갔음.

 

해는 이미 다 떨어졌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함.


그 때 나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는데, 뒷자리 친구녀석과 형들은 이쁜 처녀귀신이면 데리고 살거라는 둥 지네 얼굴은 생각지도 못한 뻘소리 반상회를 실컷 해대더니 잠들어 있음.
 

그 때 나만 들었음.

 
운전하던 뚱뚱이 형이 조그맣게 혼짓 말로, “아 *바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라고 하는 소리를.

 

 

아니 이 인간,

 
분명 흉가체험 가자고 바람 넣었던 인간이 이 인간임.


자기가 어릴 때부터부터 알던 곳인데 홍천 근처에 아주 유명한 흉가 한 군데 안다고 바람 넣었던 거임.

 

내가 화들짝 놀라 물었음.


“아니 형. 그럼 지금 길 잃어 버린거예요? 그럼 말을 해야지.”


일부러 조올라 크게 말함.


뒷자리에 잠들어 있던 사람들 그 소리에 부스스 일어남.

 

 

 
 

 

그 때,

 

 

 
 

비포장 산길을 가던 차 뒤에서 먼가 뻥~~~ 하는 소리가 들림.


모두 깜짝 놀라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데, 운전하던 뚱뚱이 형이 “조때따 펑크 났나 보다” 라고 말함.

 

 

내려서 봤더니 정말 조수석쪽 뒷 타이어 펑크.


산길에, 비는 내리고, 오가는 차 한 대 없이 꼼짝없이 길을 잃은 상태에서 타이어 펑크남.


그 때 내가 철없이 “거봐, 아까 보니까 타이어 오늘 내일 하더만 귀신이 노해서 타이어 펑크 났네.” 라고 말함.


그런데 형들 셋이 말없이 빤히 나와 내 친구 얼굴을 번갈아 보고 있음.



갑자기 소름이 오싹 돋음.




그러다 짧게 한 마디 함.

 


 

 

 

 

“뭐하니? 빨리 갈아야지.”

 

 

 


 

 

이런 수박.


내 친구가 봉고차 바닥에 비비고 들어가 스페어 타이어 꺼냄. (당시 봉고는 스페어 타이어가 차 바깥 아래 붙어 있었음.)


내가 쟈키 들고 타이어 갈아 낌.


타이어 갈아 끼고 나자 배가 너무 고픔.

 
친구 녀석과 점심도 안먹고 끌려 나왔는데, 반나절을 국도니 어디니 낄낄대면 헤메면서 아무것도 안먹은 상태였음.


일단 아무 데나 밝은 도로로 나가서 식당 있는 곳을 찾기로 하고 출발함.

 

 

어쨋건 산길을 벗어 나기 위해 계속 가는데, 계속 산길임.

 




가도가도, 불빛 하나 없는 적막한 이 산에~~~ 뻥~~~~~

 

 


 

 

 

응?

 

 

 


 

 

뻥?

 

 

 
 

이런 신발, 갈아끼운 스페어 타이어까지 펑크남.


이때부터 분위기 조금씩 살벌해짐.


내려서 보니 빵꾸가 아니라 완전 파스임.


다섯이 내려서 멍하게 길길이 찢겨진 스페어 타이어를 보고 있었음.


스페어 타이어도 자세히 보니 이미 수명이 다해 전두환 대가리마냥 멘들맨들한 타이어 그냥 구색상 끼워 놨던 거임.

 
산길에, 이미 깜깜한 밤인데, 오가는 차도 없는데, 핸드폰 따위도 없던 시절인데.

 

 

그 때,

 

형들의 시선이 천천히 친구녀석과 내게로 향함.

 

 

 

 

 

“뭐하냐? 타이어 구해 와야지?”

 

 

 

 

 

헉....진심 소름 돋았음.

 

 

 

“아니, 이 오밤중에 이런 산속에서 어디 가서 타이어를 구해와?”

 

 

 

친구녀석과 나는 항변했음.

 

 

 

 

그러자 네모난 밥통이 아주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악 가라앉힌 다음 말함.

 

 

 

“시도도 안 해보고 안 되는 게 어딨니. 니들이 군대를 아직 안 갔다 와서 그러는데 세상에 안 되는 건 없어. 

 니네 나중에 군대 가서 어쩔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빨리 구해와.”

 

 

 

라는 말을 들으니.


좀 병신 같긴 하지만 그래도 일견 맞는 말 같긴 함.


그러면서 “혹시 모르니까 이거 가지고 가.” 라고 하면서 내 손에 뭔가 살푸시 쥐어 주는데


꾸깃꾸깃한 삼만원 돈이었음.

 

 

친구녀석과 둘이 후레쉬 하나, 타이어 나사 푸르는 쇠막대기 하나 들고 떨래떨래 시골 산길을 걸어 가는데 생각해보니, 저 인간들도 아직 미필이라는 걸 깨달았으나 따지기에 너무 멀리 왔고 힘들어 일단 걸었음.


정말 산길을 걷고, 걷고, 걷고~


아아앗!!!!!!!


저 아래 집들이 옹기 종기 모여 있는데 거기 봉고차 한 대가 눈에 띔.
 

순간 친구 녀석이 너무 흥분했는지 “야, 은폐해” 라고 외침.

 
병신.


어쨋거나 우리는 조용히 차로 다가갔음.


지금 생각하면 당당히 들어가 여차여차해서 저차저차해졌으니 도움 좀 부탁드린다고 말했으면 될텐데.


우린 너무 어렸음.


거기다 띨띨하기까지 했으니 이것이야 말로 완전체!!!

 



우리는 말없이 타이어를 몰래 훔치는 것에 동의함.


비도 오고 밤이 늦어 온 동네가 조용해져 있는데, 내가 망을 보기로 하고 녀석이 차 아래로 기어 들어가 타이어를 빼내 오기로 함.


사실 망을 본다는 건 핑계고, 행여나 뽀록나면 나 먼저 살기 위해 저 뒤로 가 있었음.


친구녀석은 내 속을 간파 했는지 봉고차 아래에서 “야 임마 망을 보려면 앞에서 봐야지 왜 자꾸 뒤쪽을 망을 봐.” 라고.........


크게 외치지도 못한 채 조용 조용히....... 하지만 자신만의 분노는 확실히 담은 복식 호흡으로 나한테 따졌지만, 행여 나는 부모님께 우등생 이미지로 점철된 내 이미지를 타이어 절도범으로 더럽히기 싫었음.

 



어쨋건 녀석도 조급한 마음에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타이어를 빼내는데 갑자기 ‘퍽’ 하는 소리가 남.


아래를 들여다 보니 친구녀석 얼굴로 타이어가 떨어져 깔렸음.


깔리거나 말거나 나는 쨉싸게 타이어를 꺼내 내달리자 친구녀석도 헐레벌떡 쫓아옴.


둘이 잠깐 그 곳을 벗어나 헉헉거리며 잠시 쉬다가 생각해보니 어린 나이에 너무 죄책감이 드는 거임.


내가 친구녀석에게 말함.


“야, 이거 아까 형이 준 삼만원 이거 저 차에 놓고 오자” 라고 말하는데.


어라? 친구녀석 얼굴에 벌겋게 상처가 올라옴.


타이어 휠 모양 그대로.


너무 웃긴데 웃을 수가 없었음.


내가 웃으면 망본답시고 뒤에서 헛짓한 걸로 너무 화낼 것 같음.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말을 이어 갔음.

 


“큽....야......아무리 그래도.....크큽.......이렇게 가면 우린 절도범......푸핫.........이잖아........”

 


 

그런데 내가 갑자기 온 얼굴에 웃음을 참으며 이상하게 말하기 시작하자 친구녀석이 의외의 반응을 보임.

 

 

 

 

“야, 너 갑자기 왜그래. 무섭게. 그렇게 웃지마. 너...너... 괜찮아?”

 

 

 

 

“아 괜찮.....크큭........우리 가서 차 안에 이거.....크큭....”

 


가뜩이나 아까 흉가체험 간다고 차안에서 무서운 얘기를 서로 잔뜩했던 지라 녀석이 갑자기 나한테 쫄기 시작함. 


흉가 가서 쪼나 나한테 쪼나 어처피 녀석은 본전 뽑았다는 생각이 문득 듦.


어쨋건 친구 녀석도 동의하고 나는 다시 쨉싸게 차 있는 쪽으로 뛰어감.


차 문이 열려 있으면 돈을 놓고 올 생각이었고 닫혀 있으면 그냥 올 생각이었는데 운전석 차문이 열려 있음.


후딱 비에 젖은 돈을 내려 놓으려다 생각해보니 삼만원은 너무 많은 것 같아 만원 빼서 다시 내 주머니에 놓고 이만원만 놓고 옴.

 
그리고 우리는 다시 우리 차 있는 곳으로 향하는데,


이 타이어가 생각보다 훨씬 무거움.

 

 

가위 바위보 해서 들었다가,

 

같이 들었다가,



힘들어서 굴렸다가,

 

 

 

힘들게 힘들게 차로 돌아 오니 이 화상들은 차 안에서 자빠져 자고 있음.


어쨋건 친구녀석과 나는 다시 궁시렁거리며 타이어를 갈음.


타이어를 다 갈고 기진맥진 해서 차 안으로 들어감.


그 때 네모난 밥통이 말함.

 
“야, 니네 아까 준돈 안 쓰고 그냥 들고 왔지?” 라고 함.


“응? 그 삼만원? 만원 남았는데?” 라고 말하자 형들 얼굴이 썩은 무처럼 변함.

 
알고 봤더니 그 돈이 전재산이었음.

 

 

 

하아..........정말.

 

 

 

 

어쨋건 내가 빨리 그 자리는 벗어 나자고 말함.


타이어 주인이 당장이라도 쫒아 올 것 같은 공포감이 나를 짖눌렀음.

 
산길을 조심 조심 벗어나 삼십분여를 더 가자 운전 하는 형이 갑자기 소리침.

 
“야야, 이제 길 찾았어. 저기 저 앞에 슈퍼 보이니까 저 윗길로 조금만 더 올라 가면 돼”

 
라고 소리침.

 

하지만 그 때 우리는 흉가나 귀신따위 보다 배고픔이 더 무서운 상태였음.


아무리 형이라도 너무 화딱지가 나 귓방망이 라도 한 대 날리고 싶을 지경임.


배는 고프고, 온 몸은 비에 다 젖어있고, 타이어 갈아 끼우느라 친구와 나는 만신창이고.

 

 

 

 

늦은 시간임에도 시골 슈퍼가 문을 닫지 않고 있었음.


우리는 구세주를 만난 듯 모두 슈퍼로 우르르 뛰어감.


우리는 쏘세지니 빵이니, 일단 요기 할수 있는건 슈퍼에 앉아 닥치는 대로 사먹었음.


그 때 우리가 거지깡깽이 같은 몰골로 들어와 처먹는 걸 보신 할아버지가 궁금증이 더했는지 옆에서 말을 검.

 


 

“아니. 총각들 어딜 가는 길 이길래 이렇게 쫄딱 다 젖어서 다니누?”

 


 

형들은 말을 못함.


하긴 어떤 다 큰 병신들이 누가 물어 본다고 “헤헤, 저희 흉가체험 가요?” 해맑게 대답할 수 있겠음? 


하는 짓들은 병신 같아도 나름 명문대생들인데.


다들 국정원 직원마냥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가 되길래 내가 자랑 스럽게 말해줬음.

 

“저희요? 헤헤. 흉가체험 가려구요. 여기 유명한 흉가가 있고 해서. 헤헤”

 

나는 해맑게 말했을 뿐이고,


내 친구 녀석과 형들은 세상에 이런 병신이 있나? 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볼 뿐이고.


 


그런데,

 

 

 

 

갑자기 할아버지 표정이 딱 굳음.

 

 

 

 

순간 나는 어? 뭔가 이 할아버지가 알고 있구나 싶음.

 

 

그러자 할아버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심. 

 

 

 

“총각들. 이 위쪽 동네 흉가 얘기하나 본데. 거긴 절대 가면 안 돼. 절대. 내말 흘려 듣지 말고. 절대 가면 안 돼. 그냥 돌아가”

 

 

 

라고 말씀하시는데 정말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듦, 할아버지도 말씀하시며 정말 부들부들 떠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서울로 다시 옴.


우린 다섯 명 죄다 쫄보였음. 히히


오는 길에 기름이 앵꼬나 천원 어치 경유 해본 것도 신선한 체험!!!!!!
출처 짱공유 hyundc 님

http://fun.jjang0u.com/articles/view?db=106&search_field=subject&search_value=%ED%9D%89%EA%B0%80&x=0&y=0&no=14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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