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닭날개와의 우정
때는 제작년
글쓴이는 아버지가 부동산을 하셔서 어릴 적에 5번 정도? 이사를 갔습니다.
덕분에 친구들도 지역 지역 퍼져 있는 바람에 더운 날 퇴근 후 맥주 한 잔 쉽게 할 친구가 없죠..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달에 한 번 꼴로 만나기는 해요.
제 친구를 닭날개라고 소개할게요. 지금 닭날개가 먹고 싶거든요.
서울 사는 닭날개는 인천사는 우리집에 놀러 왔어요.
닭날개는 강아지를 정말 싫어해요. 근데 우리집엔 강쥐 두 마리를 키우고 있거든요.
저번에 봤을 때보다 유난히 쾡해 보이는 닭날개에게 깐죽거릴 생각하니 신이 났어요.
그 때도 여름이었어요. 한참 더울 때였는데 인천 중에서도 끝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 집 덕분에 시간도 맞겠다, 강쥐땜에 싫어하는 기색은 아주 잘 보였지만 (감정에 솔직한 짜식) 집도 멀고 일찍가면 얼마 못 논다며 꼬셔서 놀다가 자고 다음 날 집에 갈 예정이었어요.
같이 수다도 떨고 피자와 치킨을 폭풍 흡입하며 여유로운 저녁을 보내고 있었어요.
잠들기 직전, 그 친구가 저에게 고민 상담할 게 있다고 하더라구요.
당연히 전 진로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 할 줄 알았어요. 한참 20대를 시작할 나이니까요
" 독뚱아 나 고민상담할 게 있어. "
" 뭔데? "
" 사실 나 요즘에 좀 이상해. "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얘가 어디 아픈가 싶었어요.
항상 바쁘게 남들보다 부지런히 살아가는 착실한 친구이기 때문에..
또 이 친구가 실 없는 이야기할 친구가 아니기 때문에 없는 소리는 안 하거든요.
그런데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 나 요즘에 잠을 못 자.. 안 그래도 잘 시간 부족한데 피곤해도 잠을 잘 수가 없어. "
" 왜 잠을 못 자.. 무슨 생각이 그리 많길래? "
" 요즘에 잠이 들만하면 머리 맡에서 애들이 자꾸 뛰어다녀.. 대여섯 명 되는 거 같아. "
" 엥.. 한참 클 애들이라 뛰어노느라 시끄러워서 못 자는구만?
근데 애들이라니 ? 친척동생 와있어 집에? "
" 아니.. "
" 뭐야 그럼.. 밖에서 애들 뛰노는 소리땜에 그러는 거야 ? 애들이 그럴수도 있지 예민하구만.. "
" 그게 아니라니까? 우리집 위치를 생각해 봐. 애들이 뛰어 놀 수 있을만한 곳인지.
그리고 밖에서 떠드는 소리가 아니야. 머리 바로 위에서 뛰어놀아 ㅅㅂ.. "
생각해보니 닭날개는 항상 거실에서 잠을 자요. 티비를 틀어놓고 보다가 잠이 들 때도 있고.
거실에서 자는게 편하대요. 그런데 항상 머리맡은 벽이거든요.
창문에서 나는 소리라고 하기엔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에요.
창문 밖에는 아이들이 뛰어놀기엔 너무도 좁고 주택가가 둘러쌓여있는 어두운 골목이기 때문에 놀 수가 없거든요.
" 언제부터 그랬는데? "
" 내가 몸이 많이 허약해졌나 봐.
나 이사날짜 얼마 안 남아서 좀 바빴잖아. 그 때 이후부터 계속 이래. "
" 설마 귀신이겠어 ?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너가 피곤하고 예민해서 잘못 들었겠지. "
" 독뚱아 나 니한테는 진짜 솔직한 거 알지? 나 어디가서 이런 얘기도 못해.
미X년 소리 들을까 봐. 믿어주지도 않을 얘기니까.. 너라서 말하는거야..
안 그래도 다음주에 점 집좀 가볼까 생각 중이야. 잠을 못자니 진짜 미쳐버리겠어... "
얼굴이 쾡해보이고 다크써클이 광대뼈까지 침범한 듯한 얼굴의 닭날개를 보니 빈 소리가 아니구나 싶었어요. 제가 정말 아끼는 친구이기 때문에 .. 제가 어떻게 해줄 수는 없지만 마음은 좀 편해졌음 하는 마음에 제가 한 마디 했어요.
" 야 그 꼬맹이 쉐끼들 우리집에 다 떨궈놓고 가 ㅡㅡ
버르장머리 없는노무 시키들이 어디 감히 닭날개 머리 맡에서 쳐 뛰놀아 뛰놀긴
딱콩 2만대 날려줄라니까 여따 떨궈놓고 푹 자라!!! "
이렇게 말하니 닭날개는 말이라도 고맙다며 오늘은 너네 집에서 푹 좀 자고 가야겠다고 하더군요.
친구가 편안해 하는 걸 보니 저도 씬이 났어요 ㅋㅋ 그렇게 폭풍 수다 좀 떨다가 목이 마르다는 닭 날개를 위해 물을 뜨러 잠시 침대에서 일어났습니다.
물 뜨러 가기 전에 강쥐 쓰담쓰담 한 번 해주고 자려고 강아지를 불렀는데 ..
강아지가 절 보더니 뒷걸음질치며 너무도 크게 그리고 앙칼지게 짖어대는 거예요.
그 시간이 새벽 1시가 다 되어가는 상황이라 옆 집에 피해라도 갈까 봐 강아지 집이 있는 방 불을 켰어요. 개가 너무 심하게 짖으니까 닭날개도 뭔가 하고 따라왔구요.
그런데 이 개자식이 친구를 보자마자 오줌까지 지려가면서 뒷걸음질치고 짖어대는 거예요.
닭날개는 디게 민망해 하면서 '꼭지야(강아지 이름) 왜그래. 짖지마 이시키야. ' 했는데,
강아지는 눈물까지 그렁그렁해가면서 컴퓨터 책상 깊은 안쪽에 웅크리고서는 계속 짖더라구요.
저는 아무래도 집에 낯선 사람(닭날개)가 들어와서 낯가리는가 보다 싶었어요.
닭날개에게 물잔을 쥐어주고는 방으로 컴백해서 그대로 뻗어 잤죠..
다음 날 아침 일찍 닭 날개와 함께 알바하는 PC방으로 가서 밥 먹고 일하다 수다 떨다 집에 보내고 저도 알바가 끝난 뒤 집으로 왔어요.
근데 엄마가 자꾸 강아지가 허공에 대고 짖는다며 안 그러던 애가 그러니 옆집 신고들어올까 봐 불안하다고 애 좀 어떻게 해보라더군요 ..
꼬옥 안고서 보니 몸이 떨리더라구요.. 강아지 몸이 덜덜덜덜 떨면서 눈에는 또 눈물이 그렁그렁 ㅠㅠ
저는 그냥 강아지도 예민한 시기가 있다더니 그 날인가 보군 생각하고 그냥 제 할 일 하며 그렇게 며칠이 지나가도록 강아지는 계속 짖고 안아주면 조용히 있고..
아무 생각없이 시간은 갔어요. 그리고 닭날개에게 오랜만에 전화가 왔네요.
" 어 닭날개 그 때 잘 들어갔어 ? ㅋㅋ 인천까지 오느라 고생많았다 야 담엔 내가 갈께 ㅋㅋㅋ "
" 나야 뭐 잘 왔지 ㅋㅋ 고맙다 독뚱아 "
" 고맙긴 뭐가 고맙냐 우리집 와서 내가 해준 게 뭐가 있다고 ㅋㅋ피자도 치킨도 니가 쐈자나 "
" 나 요즘에 잠 잘잔다.
이제 애들 안 뛰어놀아 ㅋㅋ
니가 얘기 들어줘서 편해진 거 같아 "
..강아지는 귀신을 본다고 하죠?
그래서 그렇게 두려워 짖었나 봐요.
제가 딱콩 2만대 날려준단 소리를 그 애들이 들었나 봐요.
2. 죄책감.. 말조심 합시다.
제가 태어나서 제일 슬펐던 그리고 후회되는 일입니다.
제 친구 몇 명 밖에 모르는 이야기인데.. 익명의 힘을 빌려 쓸게요.
우리 외할머니는 저를 참 이뻐하셨어요. 외할머니와의 추억도 많구요.
할머니랑 할아버지는 신림동에서 작은 슈퍼(상회)를 하셨었어요.
할머니 슈퍼에 놀러가는 날이면 신나서 두 손 가득 새콤달콤과 군것질 거리를 손에 쥐었고 할아버지는 그런 저를 흐뭇하게 바라보시........
...지 않고 주먹 불끈 버럭하셨습니다. ㅋㅋㅋ
매번 제가 다 가져가서 팔 것도 없겠다며. ㅋㅋㅋㅋ
식탐이 많아서 좀 많이 쥐긴 했어요.....지송...ㅋㅋㅋㅋㅋ
저는 할아버지보다 할머니를 더 좋아했어요.
어릴 땐 용돈도 항상 쥐어주시고 제가 하는 말이면 항상 웃으면서 귀여워해주시고 할아버지가 좀 무뚝뚝하셔서 할부지 가게에서 과자랑 초콜렛 엄청 집어가다 걸려서 혼날 땐 할머니가 애가 먹으면 얼마나 먹냐며 웃으면서 쓰다듬어 주시고 (성인 못지 않게 먹었어 할무니..)
그런 우리 할머니가 빵을 많이 좋아하셔서 초글링이었던 저는,
" 할머니 내가 커서 돈 많이많이 벌어서 할머니 빵 집 하나 차려줄게!!
빵 만드는 아저씨 데리고 와서 할머니 맨날맨날 맛있는 빵 먹게 해줄게!
그러니까 나랑 같이 오래오래 사셔야 돼!?"
제가 할머니에게 밥 먹듯이 하던 말이었어요.
한 번은 저 어릴 적 문방구에서 100원을 넣고 돌리면 플라스틱 통에 작은 장난감이 들어있는 뽑기가 나오는 기계가 있는데, 어쩌다 운 좋게 그 기계로 손가락 모양의 끈적이를 뽑았어요. (레어탬 아무나 못 뽑는 거였음.)
왜 그런 거 있잖아요. 그 끈쩍끈쩍한 건데 벽에 던지면 찰싹 달라 붙는 거 ㅋㅋㅋㅋㅋ
그거 뽑아서 할머니 엄지손가락 옆에 붙여놓고 내가 나쁜놈 역할인 상황극을 한다며,
" 할머니 내가 이거 할머니 손에 붙였다가 탁 떼면,
할머니는 진짜 고통스러운 것처럼 악!!!!!!!!!!!!!!!!!!! 내 손가락!!!!!!!!! 막막 이렇게 해 줘야돼 알았지!? "
" 알았어 "
" 그럼 뗀다 !?!?!?
(상황극 시작) 이런 나쁜!!! 내가 너의 손가락 하나를 가져가겠다 우하하하하!!! "
"아악"
" ...할머니 그건 전혀 고통스럽지가 않자나..
다시다시!! 그렇게 말고 진짜 아픈 것처럼 해야돼 응응?! "
"알았어....ㅋㅋ"
"이 나쁜 할머니!!!! 내가 손가락 하나를 가져가겠어!!! 으캬캬캬하하캬컄!!!!! "
"아악"
".....나 안 해ㅠㅠ "
이렇게 할머니와 잘 놀기도 하고 언니랑 할머니랑 셋이서 공기놀이도 하면서 참 재미있었던 시절이었어요..
.. 머리가 클 때 쯤 할머니가 많이 편찮으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당뇨병이 있으셨는데,
합병증으로 인해 몸이 많이 부으시고 거동도 점점 불편해지시고.. 입원하기를 몇 차례 반복하셨어요..
당시 미용 공부를 하던 저는 할머니 병원에 찾아가서 자기도 하고 할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 하지만 그리 자주 찾아뵙지는 못했어요..
시간이 흐르고 오랫동안 병원에 계시는 할머니를 찾는 발걸음이 뜸해질 때 쯔음 친구와 저는 오랜만에 만났어요. 그 당시 전 TM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구요.
그 친구도 호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제가 일이 끝난 저녁, 그 친구 일하는 호프로 놀러가게 됐어요.
오랜만에 봐서 기분도 좋고 해서 그 친구가 일이 끝나는 시간까지 기다리며 술도 한 잔 하고 컵도 좀 닦아주면서 한가할 땐 이야기도 하고 놀고 있었죠..
그러다 보니 어느 덧 시간은 12시를 가르키고 있었고,
다음 날 일을 가야하는데 그 때는 일에 대한 책임감이 없던 제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노는 것에 빠져 내일 하루 핑계대고 쉬어야겠다 생각하고 팀장님께 전화를 했어요.
" 팀장님 죄송한데.. 할머니가 돌아가실 것 같아요.
지금 병원으로 가는중인데 .. 아무래도 내일 못 나갈 것 같아요. 정말 죄송합니다. "
" 그래 너무 울지말고 내일 전화해 "
바보 같이 노는 것만 좋아했던 철 없는 저는 그저 할머니를 핑계로 일을 안 나간다는 생각에 신이 나서 친구와 얼싸안고 "시간 구애없다!" 활짝 웃으며 밀린 맥주 컵을 닦아 주며 땅콩을 주워 먹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새벽 4시.
친구는 퇴근을 했고 저와 함께 노래방으로 직행했습니다.
제가 부른 노래를 들었다면 소찬휘님께서 뺨따구를 풀 스윙으로 내려칠 악을 지르며 미친 듯이 스트레스를 풀고 집으로 갔어요.
그 시간이 새벽 6시였어요.
'놀아도 놀아도 너무 놀았구나 엄마한테 죽었다'
아무리 동네에서 놀더라도 어느 부모님이 새벽 6시까지 안 들어오는 자식을 그냥 두실까요..
오늘 밤, 이 한 몸.
친구와 불사르겠다는 다짐은 이미 사그라진지 오래,
눈치를 보며 집으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웬 걸?
집으로 가니 부모님이 안 계시더라구요.
" 아.. 다행이다 엄마 산에 가셨는가 보다.
컴퓨터 하다가 엄마 오는 소리 들릴 때 자는 척하면 적어도 아침부터 깨지지는 않겠구나. "
지금 당장 혼나지 않을 생각에 솔직히 좋았어요
그래서 컴퓨터를 키고 메이플 스토리를 한 참 하고 있는데 아침 7시가 넘어도 엄마가 안 오시더라구요.
'혹시라도 무슨 일 생겼나, 산에 갔다가 무슨 사고라도 당했나..'
그제서야 정신이 차려지고 걱정이 되더라구요.
조금 더 기다려 보자 조금 있으면 오겠지 하면서 보낸 시간이 1시간..
집 전화기를 들어 엄마에게 전화하는데 신호가 끊길 때까지 안 받으셨어요.
조금씩 마음이 급해지면서 언니를 깨우고 엄마에게 계속 전화를 걸다 끊다를 반복하는데
어느 순간 제 핸드폰이 울려서 확인해보니 엄마에게 전화가 오고 있더라구요.
" 엄마 어디야? 지금 시간이 몇신데 일찍나가서 아직까지 안 와?
무슨 일 있어? 어디야?? "
엄마의 목 메인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팡 터져버렸어요.
" 지금 할머니 돌아가시기 직전이야, 언니랑 검은색 옷 입고 XX병원으로 와.. "
모든게 제 잘못만 같았어요.
그저 놀 생각에 말을 함부로 쉽게 내뱉고,
내 망언이 할머니를 돌아가시게 만든 것 같다는 생각 뿐이 안 들었어요.
언니와 멍하니 병원에 도착하고 보니까, 이미 친척들은 다 와 있는 상태였어요.
유난히 할머니를 잘 따르고 또 할머니가 좋아하던 언니와 나 때문에 인공 호흡기로 이미 돌아가신 할머니의 심장을 뛰게 하고 있던 거였죠..
들어가자마자 울면서 잘못했다고 죄송하다고 일어나시라고.. 울었어요. 미친 듯이 울었어요.
' 아직 나 할머니한테 빵 집 못 사줬으니까 눈 떠 할머니.
지금 이렇게 돌아가시면 나 할머니한테 너무 미안해서 안 돼 내가 잘못했어요 '
사람의 감각 중 죽기 직전까지 남아있는 제일 마지막에 사라지는 감각이 청각입니다.
제 목소리, 우는 소리를 들으시고 제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할머니는 눈물 한 방울 떨구신 채 그렇게 가셨어요.
마지막 가시는 길 웃으며 보내드려야
가는 이도 마음 편히 갈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안 되더라구요. 너무 어렵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사망시간 선고하심과 동시에 호흡기를 제거하고
그렇게 할머니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참 많은 것을 느꼈어요
말이 씨가 된다는 것,
함부로 입을 놀리면 그 죄 값은 어떤 것으로라도 반드시 돌아온다는 거..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거..
전 그걸 몸소 느끼고 너무도 늦게 깨달았어요...
여러분 모두 말 조심 하시길 바라요.
3. 이번 이야기는 제가 좋아하는 언니의 베프 이야기입니다.
(출연 : 고등어, 홍어, 언니(베프) )
언니 베프 중에 사상이 좀 남다른 친구가 한 명 있어요. ㅋㅋ
이 언니는 기가 쎄서 귀신이 잘 보이는 친구래요.
그 언니가 초글링 시절 있었던 일이에요.
초등학교 같은 반이었던 아이 중에 약간 아싸인 애가 한 명 있었대요.
(언니가 경상도 사람이라 사투리를 쓰는데.. 아싸가 뭐에요?ㅠ.ㅠ)
(알았다 아싸는 아웃 사이더래요. 겉으로 맴도는 사람을 칭한다네요)
대놓고 왕따는 아니었고..
또 첨엔 아싸가 아니였는데 아이들이 점점 피한다는 느낌? 이 드는 친구였대요. 딱히 누가 놀지마 이런 것도 아닌..
그 친구(고등어)는 얼굴이 창백하고, 마치 어둠의 자식같이 침울 하다고 해야 하나.. 조용한 축에 끼는데 뭔가.. 알다가도 모를 그런 느낌이 드는 친구인데 어쩌다 그 친구(고등어)와 언니가 말 문이 트인 시점이 있었대요.
그 친구(고등어)가 언니에게 자기 집에 놀러오라고 같이 놀자고 해서 아무 생각없이 가게 되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보니 아파트 생김새가 그 복도식 아파트 아시죠? 일자로 쭉 복도 있고 거기에 집집 있는 거 ..
그 중 하나인 그 친구(고등어)네 집에 들어갔대요.
근데 각자 따로따로 놀았대요 ㅋㅋㅋㅋㅋ(이게 뭐 같이노는그야!!)
그 친구(고등어)는 인형 가지고 혼자 말하면서 놀고
언니는 혼자 그림 그리면서 놀고
그러다가 그 친구(고등어)가 옆쪽 라인에 같은 반 다른 친구(홍어)가 있는데 같이 불러서 놀자고 제안했대요.
그래서 둘이 같이 나가서 그 다른 친구(홍어)를 데리고 오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 친구(고등어)가 자기가 그 다른 친구(홍어)를 데리고 올테니 복도에서 기다리라고 했대요.
언니는 그래 ㅇㅇ 다녀와 하며 기다리면서 반대편 아파트 쪽을 무심코 봤는데
복도식 아파트는 반대쪽도 똑같이 마주보고 있잖아요?
똑같은 층, 똑같은 위치에 어떤 여자가 서 있더래요.
그 여자는 단발머리에 하얀 셔츠인가 티를 입고 있었고,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그냥 여자사람이었어요.
근데 그 여자가 언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대요.
그냥 그 언니는 아무 잘못도 안했고 아무짓도 안 했는데 왜 날 보나싶어서 언니도 멍~하게 쳐다봤대요
그런데 얼마 안 있다가
그 여자가 소리를 막 지르더니 난간에서 뛰어내렸는데
퍽
소리가 울려 퍼지더래요.
아파트 단지도 크고 복도식이고 그러니까 울리잖아요?
사람이 떨어지고 퍽 소리는 크게 울려퍼지고
언니는 어린 마음에 놀라 차마 밑은 못 쳐다보고
그 언니 말로는 그 상태로 기절을 했대요.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
그걸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눈을 떴는데 그 친구(고등어)네 집이더래요.
자기는 자고 있고 그 다른 친구(홍어)는 놀고 있고 ..
언니가 그 친구(고등어)보고 그 이야기를 해줬는데 고등어와 홍어가 하는 말이
아니라고 고등어가 데리러 와서 나랑 같이 셋이서 복도에서 놀다가 고등어네 집으로 갔는데 너는 바로 자더라고 그랬다는 거예요.
그래서 언니가 아니라고 분명 너거 기다리다가 나 그거보고 그 뒤로는 기억이 없다고 그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는 도중 홍어가 무섭다면서 집에 간다고 했어요.
그래서 알았다고 보내고 고등어랑 언니만 남았는데
언니도 깨름칙 하고 기분도 안 좋고 해서 집에 간다니까 고등어가 배웅을 해줬대요.
그래서 엘리베이터 앞에서 둘이 같이 기다리다가 도착해서 혼자 탔어요.
엘리베이터 문 닫히는 거 기다리면서 고등어와 언니는 서로 인사하면서 빠이빠이 하고 있는데
고등어가 문 닫히기 직전에 씨익 - 웃더라는 겁니다.
언니는 그게 그렇게 기분이 나빴대요..
언니가 고등어에게 나 갈게.. 인사하는데
고등어가 씨익- 웃으면서,
" 니가 본 게 어쩌면 진짜일 수도 있어. "
이러면서 뒤돌아 곧장 가더래요.
내려서 바로 물어보고 싶었는데 도저히 발이 안 떨어져서 그대로 집으로 갔대요.
그 뒤로는 고등어와 마주쳤을 때, 언니도 고등어도 서로 말을 꺼내지 않았다고 해요.
언니는 너무 궁금했는데 고등어 눈을 보면 절대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은 촉이 왔대요.
그렇게 서로 한 번씩 마주치면
고등어가 언니를 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