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먼저, 자유게시판이긴 하지만 굉장히 개인적인 감정을 토대로 듣는 이를 고려하지 않는 문체로 작성할 본 내용을 본의 아니게 읽게 되실 분들께 사과 말씀을 드립니다. 이 글은 불친절하고 다소 두서 없는 것이 될 것입니다. 술 한잔 걸쳤기 때문에 술게에 쓸까 하다가 혹여라도 건전하게 술게를 이용하시는 분들이 친목사태에 대한 불편한 기억 등을 상기하시게 될 일에 일조하고 싶지 않아 이 곳에서 주절거리렵니다. 그리고 술 깨서 보면 오글거려서 폭풍후회할 수 있으니 베스트율 낮은 곳이 좋겠네요
많은 분들이 지겹게 들으셨을 겁니다.
인포메일 시절부터의 유저였다. 10년 되었다. 등등.
사실, 오유의 개설일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으실 겁니다. 눈팅 시간은 더 되지만 제 회원번호는 8천번대 였습니다.
개인적인 실수로 한 번 그 아이디에서 도망친 몸으로 전 회원번호를 상기하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하네요.
제 회원번호로 추정해 보면 적어도 수만 명에 이르는 분들이 오유짬밥 10년은 넘기셨겠지요.
말이 10년이지 인터넷의 역사 자체와 거의 맥락을 같이 하는 시간입니다.
인터넷이 보급화된 이후로 지금 2014년까지 줄곧, 오유를 들락날락 했다는 것이죠.
저만 해도 아마 1년 360일 정도는 오유를 들어갔으니 오유와 함께한 시간은 적게 잡아도 5천일은 될 겁니다.
(전 군대도 공익이라..)
시험 기간이 되면 하루에 수십 번도 더 왔다리 갔다리 하며 기웃거렸죠. 그 때 오유는 제게 있어 인터넷 그 자체였습니다.
그것이 계란 한판이 된 지금은 실재하지 않는 공간에서 실존을 갈망하듯 숨을 쉬는 것이 되어 버렸지요.
6.27, 제 기억상 유일하게 '사건명'이 남은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파생된 술게 친목 갈등.
우리가 믿고 있던 '클린유저'라는 개념과 신뢰를 잔인하고 무참하게 짓밟은 그들은 '친목'을 기반으로 오유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가장 오유답고 가장 오유를 위했어야 할 사람들에게서 발견한 괴리감은 아마도, 오유에 오랜 시간을 녹아 있던 사람들에게 영영 잊지 못할
불신을 제공했을 것입니다.
제게도 인생에서 가장 큰 분노를 느낀 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 분노는 다름이 아니라
그들이 오유를 '이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숨은 전제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분노했고 그 분노의 이유는 너무도 복합적이기 때문에 단 하나로 소급하여 정의하기 어렵겠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그들은 최초 클린유저의 의식을 잊고 오유조차 잊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오유를 폄하했으며 '대중'의 성격에 대해 제가 혐오하는 정치적 입장을 취했지요. 바로 어리석은 아랫것들 이라는 것 말입니다.
오유인 이라는 게 대관절 뭘까요? 오유라는 게 어떤 모습인 걸까요?
그럼에도 우리는 오유는 이렇다, 오유인은 이렇다 간혹 쉬이 말해버리곤 합니다.
물론 우리에게는 알레고리적인 능력이 있어 다른 것에서 같은 것을 찾고 같은 것에서 다른 것들을 찾아 그 유사성들을 파악하고 나아가서는
그것을 종과 류로 소급하고 세분화시켜 일반화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오유는 조금 더 구체적인데 말이죠. 뭘까요? ㅎㅎ
현재 2014년, 대한민국에는 엄청나게 많은 커뮤니티들이 존재합니다.
소위 대형 커뮤니티라고 했을때, 오유는 사실 덩치가 큰 편도 아니지요. 예전부터 단 한 번도 가장 거대하고 영향력 있던 커뮤니티였던 적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왜 오유에 오십니까?
오유는 대형 커뮤니티들 중 컨텐츠 생산량이 가장 적습니다. 오유의 대부분의 유머는 펌에 의존하고 있지요.
웃긴 일화들도 제법 되지만 그조차도 유행을 타거나 하는 코드를 기반으로 한 사적인 썰이 많아요.
즉, 오늘의 유머이지만 전혀 유머를 리드하는 커뮤니티가 아니라는 겁니다.
과거 여러번 오유의 의인화 작업들이 있었습니다. 선비였던 적도 있었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소녀였던 적도 있었고 친절하고 상냥한 청년이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오유는 못생긴 사내놈이라고 생각해요.(여성 오유님들 죄송합니다. 고민 많이 했는데 사내놈같아요.)
이 놈은 키도 작고 옷을 딱히 잘 입는 것도 아니고 리더십도 없고 주제에 고집도 무지하게 셉니다. 업무적 능력도 도드라지지 않죠.
그런데 이 놈, 생각보다 잘 들어줍니다. 오지랖이라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남들 다 시크하게 주작이라고 무시할 때 진짜일 수도 있잖아. 아니면 다행이지 뭐... 이럽디다.
진지해요. 명색이 재밌는 놈이라는데 너무 진지해서 웃지 말아야 할 때 웃는 사람들에게 싸늘해요. 심쿵
예의바릅니다. 남들이 어떤 말투를 유행시키건, 기본은 존댓말을 씁니다. 어릴 때부터 그래왔어요.
융통성까지 있습니다. 너무 진지해서 선비라고 불리기 일쑤여서 고지식하기 그지없겠거니 대하면 순간순간 놀라게 됩니다. 미아출현 댓글 유행하기 시작한 게 게시판 지키기에 상당히 예민해져있을 때였어요. ASKY가 유행어인데 부부한테는 휴지 싸들고 달려가기도 하거든요.
봉사활동도 합니다. 벼룩시장이며 나눔이며 그런 것들은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저에게 오유를 왜 오느냐 묻는다면, 전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오유인'임이 부끄럽지 않기 때문이다.
오유에 왜 자체 생산 컨텐츠가 적은지 혹시 알고 계십니까? 15년에 이르는 세월동안 밖으로 퍼진 유행어도 ASKY 하나 정도지요.
과거 몇 명의 헤비 컨텐츠 생산자가 있었습니다. 그나마 가장 최근으로 따지면 동물의땡 같은 분이지요.
지금도 사정은 사실 마찬가지죠. 코드 게시판에는 연구된 코드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고 코드 질문글이 게시판을 채우구요, 자동차 게시판에는 이 차가 이래서 좋더라, 이번 모터쇼 봤어요? A사가 A차 페이스리프트 했는데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보다 차 선택해달라는 글이 더 눈에 띕니다. 컴퓨터 게시판의 견적문의글은 말할 것도 없지요. 규모에 비해 컨텐츠 정말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유치할 수도 있겠지만 오유는 뼈를 깎는 고통으로 파워 컨텐츠 메이커분들이 생산 의지를 접게 만들고 떠나게 만들었습니다.
왜냐면요, 이유가 네임드는 빠를 만들었고 빠는 까를 만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빠'가 바로 친목의 산 증거들이었죠.
나중엔 그 분이 조금 사적인 글을 적어도 베스트에 베오베로 갔어요. 심지어 그 당사자는 당황하고 말리는데도 말이죠.
거기서 '오유' 라는 개념은 선택해 왔습니다.
헤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컨텐츠 생산을 잘라낸다는 리스크보다 친목의 리스크를 더 크게 봐 왔습니다.
이런 선택들을 누가 한 지 아십니까?
운영자가 그러라고 해서요? 그럴리가 있나.
바로 당신들이 했습니다. 우리들이 했습니다.
인포메일 시절에서 바뀌어 지금의 오유 체제가 되면서 메일링 시스템이 없어졌지요. 오유의 운영자는 오유에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나서서 무언가를 지시하고 제안하고 밀어붙여서 체제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오유 운영자가 왜 바보 라고 불리는 지 아시나요?
예상컨대 제법 오래된 분이 아니면 그냥 바보라고 부르나보다 막연히 보신 것 뿐이거나 혹은 손 오그라든다고 불편해하시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이 바보님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뭐냐면, 다름아닌 광고입니다.
아니 이 사람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밥먹고 살 유일하다시피 한 광고를 말이죠 무서워해요.
아무리 개중 덩치가 작다고 해도 큰 커뮤니티들의 비교 등이 오갈때 절대 빠지지 않는 사이트입니다. 그런데 그 운영자가 광고 달면서 유저 눈치를 겁나게 본다면 어떨 거 같으세요? 그냥 말로만도 그러는 운영진들은 많아요. 근데 '진짜'도 있을까요?
오래전 이야기에요.
광고 달았다가요, 예에엣날에 몇몇 오유 유저들이 광고들이 좀 불편하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싸그리 없애버리대.
그랬더니 그 유저들이 아니 저 없애라는 게 아니라여 쫌 불편해서.. 그냥 그랬는데.. 그러니까
그 광고 업체쪽이 조율 안해준다그래서 아예 안한다고.
유저들이 아니 그럼 운영자님 뭐먹고 살아여 오유 없어지면 안됀단말이야.. 아니 님은 왜 그거 좀 불편하다고 뭐라해서! 이 봐봐 내가 안뜨게 하는 프로그램 공유해드림 이거 이렇게 이렇게 하면 광고 안떠여 아하...감사...
그런데 그럼 뭐해. 운영자는 광고를 아예 안넣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오유 유저들이 어떻게 했냐면... 운영자님 계좌번호 찍어줘요.. 운영자님? 계좌번호! 계좌번호 달라고! .. 아 이 바보님아 ㅠ 펀드로 하는 거라니까 투자. 투자로 할게여. 제발여 ㅠ
이 일이 있었을 때 오유의 규모는 몇백명 있는 서로가 서로 다 아는 가족같은 카페 이런거 아니었습니다. 지금이나 별 차이를 못느낄 정도로 컸을 때에요.
지금이라고 다르지도 않아요. 오유 유저들이 갑자기 냉정하게 광고 다 없애달라고 보기 싫다고 베오베 몇 개 보내면 당장 싸그리 없어질걸요.
그게 제가 알고 있는 바보입니다. 아님 말고 푸헿
바보님은 앞에 선 적이 없어요.
'운영팀장'이 있기 전까지, 오유는 줄곧 오로지 우리들에 의해서만 만들어 졌습니다.
바보는 하나하나 들어주었고 미안해했고 이겨내달라고 밀어줬습니다. 여태까지 계속 그랬습니다.
시시콜콜한 규제를 만든 적도 없고 제재는 최소화했고 심지어 공지 보기도 힘들어요.
바보 살아있긴 한건가? 싶으면 어느새 게시판이 만들어져 있고 게시판이 없어지고 HTML 체크가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그러지요.
몸소 보여줬습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건 저게 맞다 그건 틀리다.
가르치고 길들이려하지 않고 나를 나로 있게 해줬습니다. 다들 지긋지긋 하지 않아요? 학교에서, 군대에서, 회사에서, 억압하고 금지하고 찍어누르는거? 그 '나'들이 모여 서로 부딪쳐 싸우고 말리고 토론하고 주장하고 달래고 추진해서 하나하나 쌓여갔습니다.
그게 지금 '오유'라는 실재하지 않는 광장이 되었고, 그게 오유의 '자정작용'이라는 탁월하고도 강력한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오유의 자정작용은 단언컨대, 다른 어떤 사이트의 그것보다 섬세하고 본질적이고 강력합니다.
집단의 생각이 그냥 흘러가는 게 아니라 이게 맞아? 정말 맞아? 하고 말이죠. 집단 무의식이 아니라 집단 의식으로 움직입니다.
누가 하자고 할 수 있는 거 아닙니다. 누가 하고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소위 오유의 특징들이라고 하는 것들, 별 거 아닌 것 같죠. 별 겁니다. 진짜 별겁니다.
바보님은 철인의 지도자도 아니고 명 대통령도 아니셨습니다. 그냥 그렇게 계셨기 때문에 오유가 오유로 있을 수 있었고 오유인이 오유인으로 있을 수 있었어요.
난 그래서 오유가 좋습니다.
베오베 절반이 씁쓸하고 허탈한 웃음을 주는 시사 내용이어도, 유행어가 고작 ASKY 하나여도 오유 말고 다른 커뮤니티에서 내 진심을 나불거리는 건
상상도 못할 거에요.
최근 좀 아팠습니다. 사건사고는 끊일 수 없는 법이고, 정말 엄청난 충격을 준 일도 생겼습니다. 그 일은 오유를 난도질해 오유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고, 바보님을 다시 혼자로 만들었습니다.
지금 가장 힘들 건 바보님 아닌가요? 바보님 제 글 보고 계신가요? 자게까지 와서 보진 못하시겠지만 이 말 꼭 해주고 싶었어요.
바보님은 혼자가 아닙니다. 바보님이 오유고 오유인이고, 오유인이 오유이고 바보님입니다. 항상 우리를 지켜봐 줬으니 우리도 당신이 좀 쉬기를 바랐어요. 힘들어 마세요. 바보님이 잘못한 게 아닙니다. 오유때문에 힘들게 해서 미안해요.
힘내자 오유. 오유답게.
여러분들은 오유를 좋아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