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삼별 전파사 직원입니다
어제 17일 아침 8시
고객약속이 이른시간 잡혀서 자재를 가지러 센터에 가는 길에
앞서가던 차가 중앙선을 막 넘는 작은 고양이를 치었습니다
순간 작은 고양이가 피할 줄 알았지만 경험이 부족했던 탓이라
앞바퀴에 머리쪽을 치어 그자리에 쓰러졌고
고양이가 너무 작은 탓에 치인줄도 모르고 앞차는 그냥 제 갈길을 갔습니다
시체라도 치울 요량으로 차를 세우고 고양이를 조심스럽게 들었는데
두손에 체온이 느껴졌습니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느냐 아니면 고통에 신음하는 작은 고양이를 살리느냐
고민하는 사이 중앙선 바로 옆이라는걸 잊고 있었습니다
서행으로 지나가는 차들이 작은 고양이를 손에 든 저를
보는 눈빛이 마치 제가 치어서 그렇게 된 것처럼 느껴 졌지만
기분탓이라 생각했습니다
차에 실린 LCD 부품 박스를 뜯어 기판을 빼고 그 속에
고양이를 넣고 길옆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고양이는 아직 살아 있었고
잠시 고민하다
쪽지를 적었습니다
차에 치였습니다 살려주세요 010-0000-0000
병원에 데려가 주시면 보상해드리겠습니다
제 연락처를 동물 병원에 남겨 주세요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미용실 앞에 고양이와 쪽지 명함을 놔두고
센터로 갔습니다
머리속은 고양이 생각밖에 안들었고 오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고양이가 병원으로 갔다면
연락이 올텐데 연락도 없고
오후 1시쯤 다시 기곳으로 갔습니다
고양이는 없고 미용실 주인도 모른다 합니다
그 옆집 사람 말로는 미용실 주인이 작은 박스 채로
분리수거 봉투에 담아 발로 밟는걸 봤답니다
퇴근하고 집에 왔습니다
손에 아직도 체온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미안했습니다
누군가와 약속과 의무 생명
방문약속 실적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