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만족하셨습니까?”
- 어느 수리기사의 죽음
지난 1년간 삼성전자 서비스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수리기사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모두 30대의 젊은 남성이었다.
수년째 ‘고객만족도 1위’를 달려온 최고의 기업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나는 감정을 팔아야 하는 엔지니어입니다
2013년 10월, 딸아이의 돌을 한 달 앞두고 수리기사 최종범씨(34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종범 씨는 주로 아파트 난간에 매달려 에어컨 실외기를 고치는 중수리 기사였다. 그는 그를 인격적으로 무시하고 하대하는 진상 고객을 만나도 화를 낼 수 없었다. 고객의 항의가 실적에 반영될까봐 두려워서였다. 고객의 욕설 뒤에는 사장의 폭언을 들어야 했다. 사장은 고객의 불만내용이 접수됐다며 밤늦게 종범 씨에게 전화해 욕설을 퍼부었다. 엔지니어인 종범씨가 가전제품 수리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고객 응대를 공손하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내일 아침에 와서 네가 (고객하고) 맞장을 뜨든지 내가 가서 무릎 꿇고 빌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해. 알았어?”
- 故 최종범 씨 근무업체 사장
■ 그들은 왜 ‘매우만족’을 구걸하나
“센터장이 실적이 인격이라고 했어요. 실적이 안 좋으면 인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수리기사 A씨
“9점이라는 건 센터에서는 불만이라고 평가해요. 10점에서 1점까지 있는데 9점은 1점이나 마찬가지에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수리기사 B 씨
다수의 수리기사들의 주장에 따르면, 고객평가에서 ‘매우만족’에 해당하는 10점을 받지 못해 실적이 낮아지면 서비스센터에서는 일종의 반성문을 써서 발표를 하도록 시켰다. 고객을 응대하는 역할극도 해야 했다. 점수를 잘 받지 못한 기사가 고객 응대를 연습하면 다른 직원들이 보면서 품평회도 했다. 정신교육이라며 출근 전 새벽 등산을 시키기도 했다. 산 정상에 올라 민폐를 끼쳐 죄송하다고, 다음 달에 더 잘하겠다고 소리치는 직원들. 이날 죄송하다고 말한 직원의 지난달 점수는 97.5점이었다.
■ 누구를 위한 고객만족인가
“길거리 다니다보면 고객만족 1위라고 붙어있는데, 안 믿어요.”
-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수리기사 C 씨
취재도중, 수리기사 몇몇이 제보를 해왔다. 일 년에 2~3번씩, 고객만족도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는데, 이때를 대비해 수리기사들이 미리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조사기관에서 전화가 걸려올 경우, ‘본인이나 가족 중 전자제품 AS센터에 근부 하는 분이 계십니까?’ 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거짓으로 답변하고 삼성전자서비스에 얼마나 만족했는지 답하라는 것이다. 수리기사들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경쟁사에 대해 낮은 점수를 주는 방법까지 상세하게 교육받았다고 주장했다. 과연 ‘고객만족 1위’의 진실은 무엇일까.
“경쟁사 점수를 낮게 줘야 상대평가에서 삼성 점수가 올라가다 보니까 정확하게 ‘어느 동에 있는 LG 어느 지점에서 받았다’고 구체적으로도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실제 LG 제품에 있는 것도 아니고 사용한 적도 없고 수리 받은 적도 전혀 없어요.”
-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수리기사 D 씨
“엔지니어한테 직접적으로 조사기관에서 전화가 오면 저희는 그건 완전 로또라고 하거든요. 왜냐하면 (회사에서) 백만 원 준다고 했으니까.”
-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수리기사 E 씨
최근 삼성전자 서비스 협력사 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2명 중 1명이 우울증을 호소했다. 자살충동은 노인인구가 포함된 우리나라 국민 일반의 수준보다 무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대부분이 20~40대 젊은 남성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수치다. <추적 60분>은 ‘고객만족 1위’의 그늘에 가려진, 하청업체 기사들의 고통을 취재했다. 2014.7.19 추적 60분 2TV 토 22:15
http://smart.kbs.co.kr/tv/sisa/chu60/view/preview/2269193_76052.html 압력이 심했을텐데.....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