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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 나의 벗
게시물ID : panic_846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errard
추천 : 30
조회수 : 2709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11/19 22: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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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무척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성적인 이해로 풀지 못 할 일들이 참 많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내가 젊었을 때 실제로 체험을 한 기이한 일이기에 여러 조우님들에게 한 번 소개해보려 한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텔레비젼에 나옴직한 일들로 여러 명의 증인들이 있다... 



20대 후반이었으니까 벌써 20여년 전의 일로 생각이 된다.

나는 그 때도 낚시에 미쳐서 대학생활의 휴가를 거의 낚시에 보낼 정도로 낚시를 좋아했다. 특히 강원도 쪽의 물맑고 경치가 좋은 곳을 선호했고, 그 중에도 소양강을 특히 좋아하였다. 70년대 초반 소양강 다목적댐이 생기고 3년 후부터 소양강을 줄곧 쫓아 다녔다.. 

서울 청량리에서 경춘선을 타고 남춘천역에서 내려 터덜거리는 고물버스를 갈아 타고 샘밭이라는 곳에 내려서 높디 높은 소양댐 올라가는 길을 구비구비 걸어서 한나절 올라가면 탁 트인 수면 위로 보이는 그 경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고, 아주 어려운 학창시절을 슬기롭게 극복하게 해준 나의 마음의 안식처라고도 할 수 있다... 


선착장에 내려서면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소양댐에서 가는 뱃길은 소양댐=> 인제...신남.. 소양댐=> 동면 그리고 내가 즐겨 찾았던 소양댐 => 북면 가는 뱃길...그리고 청평사를 수시로 운항하는 유람선들이 있었다.

지금도 북면.. 물노리.. 오항리... 조교리... 동면의 삼막골.. 신이리.. 말거리 그리고 신남...골짜기 골짜기 뱃길이나 갈 수 있는 데면 거의 다 가보았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70년대의 소양강은 말 그대로 하늘이 주신 자연의 천혜의 낚시터였다.

지금처럼 월남붕어가 판을 치지도 않았고 낚시꾼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 그대로의 낚시터 였고 아름다운 경관이 훼손됨 없이 우리들을 맞아주었던 거 같다.

소양댐 수몰시 이주를 하지 않고 산으로 올라가 화전을 일구며 살아가는 순박한 오지의 주민들만이 몇 가구 옹기 종기 모여 사는 그야말로 동화의 나라였었다. 산에는 달래와 머루.. 산딸기들이 지천으로 깔려있었고, 물은 너무도 맑아 고기들의 노는 모습이 다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지금은 젊은시절 꿈꾸어 오던 부분들을 어느정도 이루었지만 늘.... 

지금보다도 꿈 많고 희망과 순수가 있던 그 시절로 돌아만 갈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을 늘 해본다... 


처음에 소양강에 들어간 곳은 물노리라는 곳이었다. 북면의 상류 어느 골짜기로 생각이 된다... 지금 사진에서 보면 그 때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참으로 슬픈 생각이 든다... 사람만 변한 게 아니라 강산도 변한 것에.. 


학생시절이라 뜻 맞는 놈 몇 명이 모여 쌀하고 간단한 부식을 가지고 들어가면 늘 일주일 이상은 장박을 하면서 때묻지 않은 고기들을 어줍잖은 낚시 솜씨로도 순 토종 준척으로만 시골에서 쓰던 비료포대로 몇 개씩 잡아내었으니 말이다... 산지렁이.. 방아간에서 거져 얻은 찐깻묵을 돌맹이로 빻아서 물로 반죽하면 아주 훌륭한 미끼가 되었다..

대나무 낚시대 몇자루.. 프라스틱 찌 몇 개 모자라면 포푸라 나무를 잘라서 프라스틱 찌와 연결하고, 아마도 찌도 맞치지 않고 그냥 대충하였던 거 같은데도 황홀하게 올려주는 찌올림... 카바이트 칸데라 불빛에 야광 테이프를 붙이고 반딧불 날아다니고 은하수 총총한 밤하늘을 바라다 보면 가난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행복하였고 마음도 부자였었다.. 


세월이 어느 정도 지나 유신체제 때 데모하다 군대에 강제 징집되어 어느 전방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그토록 힘든 군 생활에도 언젠가는 제대하고 다시 그 맑고 아름다운 소양강으로 낚싯대 드리우는 꿈을 꾸며 정말 열심히 군대생활을 하였다. 

갑자기 웬 군대 얘기냐고...ㅎㅎㅎ 군대 말년 휴가 중에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대학 때 같이 낚시 다녔던 한 친구가 있었는데 나하고는 둘도 없이 친했다.

소양강이고 어디고 낚시 여행은 그놈하고 꼭 같이 다녔으니 말이다.

내가 군에 가고 1년 후에 그 놈도 어느 전방에 입대를 하였다고 연락이 왔다.

그 힘든 시절 가끔씩 편지로 제대 후의 아름다운 꿈들을 약속하며 서로에게 의지를 하며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친구 가족과 내 친구들에게 그 놈이 군대에서 자살을 하였다는 통보를 받았다.. 

도져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긍정적이고 믿음직한 친구가 자살을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족들도 그 친구의 장래식을 화장으로 하고 낚시를 즐겨 다녔던 소양강에 화장한 유골을 뿌려 주었다고 한다.. 

너무 슬프고 원통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차차 잊혀져 가고 있을즈음 나는 말년 휴가를 받았고, 휴가 기간 동안에 대학교 동창인 한 친구와 애인을 동반한 소양강으로 낚시 여행을 하기로 하였고 실행에 들어갔다.

만반의 준비겸 애인을 부인 만들기 작전.. 그리고 낚시... 하여간 붕어낚시하고 여자낚시하고 혼합이 된 여행으로 기억이 된다... 


여자 둘에 남자 둘.. 야영을 따로 따로 하기로 하고 남대문에서 산 군용 A 텐트 2개, 석유바나. 등등 그 당시로는 상당한 장비였다, 4박 5일간의 예정으로 소양강으로 출발하였다... 

옛추억을 회상하며 소양댐 선착장에서 북면으로 가는 연락선을 타고 2시간여 여행 끝에 북면의 오항리를 지나 물노리에 도착을 하였다.

세월을 지났건만 옛모습 그대로다.... 우리가 즐겨 야영하던 자리에 텐트와 장비를 설치하고 낚시를 시작했다. 나를 따라온 대학 친구는 방위산업체에 근무를 하기 때문에 군대를 가지 않았고 그 때문에 텐트를 치거나 장비를 다루는게 서툴렀다.. 난 텐트를 삽으로 파서 물고를 내고 팩을 밖아 줄로 단단히 묶고 완전한 야영준비를 하였는데 그 친구는 서툴기 짝이 없다. 물고도 파지 않고 대충대충해서 하늘이 송송 보이는 우스꽝스럽게 텐트를 설치했다.. 서로의 일이기에 관여는 하지 않았다.

텐트와 텐트의 사이는 20여 미터가 되었던 거 같았다, 아미도 애인하고 오붓한 밀어를 위해 그랬던 거 같다... 

첫날은 밤하늘의 별과 반딧불... 풀벌레 소리.. 경월소주와 기타 반주로, 낚시보다는 서로 청춘을 노래하고 취하고 떠들면서 그렇게 밤은 깊어만 갔다... 

문제는 다음 날이었다.. 


새벽부터 낚시대를 드리우고 연신 올라오는 붕어를 낚으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기고 햇빛이 들면 계곡으로 가서 물놀이 하며 더위를 피하며 놀다 저녁 무렵이 되어서 다시 낚시하는 곳으로 내려와 텐트를 점검하고 저녁을 매운탕으로 진탕 먹고 서로의 밀어를 위해 낚시는 집어던져버리고 각자 서로의 텐트로 들어갔다.. 위에 텐트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한 번만... 안 돼..ㅎㅎㅎㅎ 모 그런 말소리가 들리며 티걱거리고 있을 때였다.

내 여자친구...(지금의 마누라임) 가 갑자기 부시시 일어난다... 

어...??? 그런데 얼굴을 보니 촛점이 풀려있다..???? 

어??? 자기 왜 그래??? 그러니까 내 여자친구가 하는 말..

" 잠시 저 강 건너에 좀 갔다 올께. " 하는 거였다..

잉??? 

강 건너라고? 수심이 몇 십 미터는 되는 깊은 곳을 수영도 못하는 여자가? 

이런 야밤에?? 

얼굴을 보니 표정이 없다... 

강 건너에 군에 가서 자살한 친구가 매운탕을 끓여 놓고 오라고 한단다.
(죽은친구와 내 여자친구는 아는 관계였음.)

나는 보이지도 않는데?? 

내가 만류를 한다.. 안 돼!!! 큰일나!!! 

그래도 막무가내다.

일어나서 텐트밖으로 나간다. 손을 잡으니 백지장처럼 차다.. 그리고 힘이 천하장사다!! 

여자친구의 머리털이 일제히 솟아 있었다.. 어찌 이런 일이..... 하면서 급하게 위 텐트친구에게 구조 요청을 하였다.. 

그 친구 일행과 합세해서 강물 속으로 들어가려는 내 여자친구를 잡고 만류하는데 보통 힘이 아니다... 

한동안 실갱이를 벌이다 내가 뺨을 한 대 때려 주었더니... 그만 맥을 놓으면서 혼절을 해버린다... 세게 때린 거 아님... 

한참을 실갱이하다 사태를 수습하고 내 텐트에다 여자친구를 재울려고 들어가면서 우연찮게 텐트 안에를 후레쉬로 비추어 보았는데,

에고..~!!!! 그 텐트 안에는 강원도에서 제일 무섭다는 뱀.... 독사... 

그것도 칠점사라고 무지 큰 뱀이 또아리를 틀고 혀를 낼름거리고 있었다.


혼비백산해서 도망나와 그 근방을 지나던 동네사람과 같이 와 그 독사를 잡으려고 했으나 잡지 못하고 뱀은 유유히 도망을 쳐버렸다.. 

전에 자루에서 튀어나와 땅꾼의 목을 물어 그 사람이 죽는 걸 본 경험이 있어 너무 무서웠다.. 이상한 일의 연속... 

도저히 텐트에서 잘 수 없어 그 근방 화전민의 집에서 하루를 자고 아침에 일어나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어젯밤에 일어난 연속된 이상한 사건들..... 

그러면서 나는 느꼈다... 

그 친했던 하늘나라로 간 내 낚시친구겸 대학친구가 텐트 안에서 뱀에게 독사에게 물릴 뻔한 걸 내 여자친구를 밖으로 홀려내어 그 위기에서 벗어나게 한 것이란 걸.... 

친구... 하늘나라에 가서도 나를 생각하는데.... 난 그 놈하고 같이 쓰던 장비를 가지고 여자친구와 낚시나 하면서 히히락락하고 있었구나... 

미안하다.. 친구야.. 군에 가기 전까지 공동으로 쓰던 낚시장비를 챙겨서 그 친구와 즐겨 낚시를 하던 물노리 어느 자리 앞 강물에 던져 넣었다.. 

친구야 미안해... 여기 낚시대 두고 갈께... 낚시 많이 하렴... 

그리곤 간단하게 소주 한 잔과 맑은 물. 코펠에 떠 놓고 친구에게 인사를 했다... 잘가라고.... 그리고 하늘나라에서도 낚시 많이 하라고... 


그리곤 그 날.. 물노리를 떠났다... 그 이후론 소양강을 가더라도 북면의 물노리는 절대 가지 않았다... 

항간에 들리는 소문에 물노리 근방에 가끔 귀신을 보았다는 이야기도 들은 거 같다... 



내가 지금껏 이야기 한 것은 추호도 거짓이 없는 실화이다. 아마도 내 친구 군에 가서 자살을 한 게 아니고 억울하게 죽어서 원혼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죽어서도 친구를 위하는 그 놈의 생각과 소양강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늘.... 슬프고 아리게 생각이 난다... 









출처 낚시사랑 엘리어트 님

http://www.fishnet.co.kr/board/view.php?p_pkid=61087&p_mid=4&p_m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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