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목수로 일할 무렵, 무슨 세공상자를 만들어 달라고 의뢰하러 온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격노하며 거부했다.
[그런 걸 받아줄까 보냐! 아직 시집도 안 간 손녀가 둘이나 있단 말이다!]
의뢰인은 50대 남자 둘이었는데, 작은 보자기에 무언가를 싸서 들고 왔다.
내가 차를 들고 가자, 방 앞에서 할아버지가 내 목덜미를 잡고 마당으로 밀어냈다.
[들어오면 안 된다! 어서 나가!]
의뢰인이 돌아갈 때, [후후, 후후후후, 아하하, 우후후.] 하고 보자기 안에서 아이 웃음소리가 났다.
새까만 안개가 보자기를 휘감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곧장 소금을 뿌리고 술을 마셨다.
그리고는 내게도 술을 먹였다.
나는 먹었던 아침식사를 전부 토하고 말았다.
어머니는 떨면서 나를 병원에 데려갔다.
이 일은 잊으라고 말한 채.
할아버지는 95살로, 아직 살아계신다.
하지만 그 때 이야기를 들으려 해도 이젠 귀도 어둡고 정신도 맑지 않으셔서 무리겠지.
아이의 웃음소리는 당장이라도 보자기에서 뛰쳐나올 것 같이, 바로 가까이서 들렸다.
어머니에게 물어봐도 상자의 연결고리가 부서져서 새로 만들어 달라는 의뢰였다는 것 말고는 아무 말을 들을 수 없었다.
도대체 그 상자와 웃음소리의 정체는 무엇이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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