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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제 최근의 상태에 대해서
게시물ID : diet_524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불불불
추천 : 0
조회수 : 23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7/19 19:37:44
책상앞에 앉아서 공부를 하며 주말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주말이 되어봤자 뭐 별게 있는건 아니지만 이건 그냥 오랜 습관 비슷한 겁니다. 출근이나 등교와 같이 밥벌이를 하거나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는 상태가 된지 일년쯤이 되었지만 주말이면 숨을 좀 돌리는건 일종의 버릇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니트로서 평일과 주말이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사실, 이번주에 전 몹시 지쳤습니다. 그러니까 점점 더 힘을 내기가 어려워진달까. 꾹꾹 참았던 숨을 주말에 한꺼번에 내쉬는 기분입니다. 저도 주변 사람들처럼 일상이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전 밤은 참고 참다가 맥주로 시작해 보드카와 위스키를 지나 소주를 마시고 엉망으로 취해 막을 내렸습니다. 그 다음날 오후 공기에는 얼마쯤의 술냄새와 여름냄새가 섞여나더군요. 날씨가 미친듯이 더워져서 외롭다는 생각도 높아지는 불쾌지수에 잠시 사라지고.

요 며칠은 아주 오래전에 어느곳에선가 읽은 일본인 마라토너의 이야기가 머리속을 떠나질 않았습니다. 1964년인가 도쿄 올림픽에서 달렸던 고키치 쓰부라야 라는 남자입니다. 아베베 비킬라가 영웅으로 부상한 그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것을 비관해서 자살하고 만 선수였는데, 그 이야기가 제 안에서 맴도는건 그 인생에 묘한 공감같은걸 느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라톤을 달려본적도 없고 달리기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정말 바닥까지 지친 기분을, 일어설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들을 지나왔고, 지금도 그런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그의 유서엔 "나는 지쳤습니다. 더 이상 달리고 싶지 않습니다." 라는 짧은 글이 파란색 잉크로 쓰여져 있었다고 합니다.

인생이란 어려운거고 사람은 결국 매일매일 그 어려움을 짊어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 정도는 압니다. 노동하던, 공부를 하던, 놀아 제끼던 어떤 인간이 든지 늘 지치기 쉬운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겉으로는 대부분 독립적이고 강해보이지만 누군가가 응원해주지 않으면 쓰러질 수 밖에 없는 똑같은 허약함을 가지고 있는거죠. 누군가 내가 쓰러지지 않게 붙잡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나도 좀 더 오래 힘을내서 달릴 수 있을텐데 말이죠. 

그런 사람이 없다는 건 사실 스스로 제일 잘 알고 있습니다. 몇몇 관계는 스스로 불태워 버렸고, 시간이 없다고 투덜거리면서도 휴지를 구기듯이 시간을 낭비해 왔으니까. 이건 일종의 업이나 천형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루종일 숨을 좀 틔웠으니 다시 한 주간 잠수하는 마음으로 일상에 내려가 봅니다. 다음 주말까지 또 숨을 참아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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