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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지 않는 그 날 밤.
게시물ID : panic_846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errard
추천 : 13
조회수 : 197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11/23 21: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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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휴일이라서 늦게까지 깨어있다가, 베란다에 담배 한 대 피러 갔다 예전 기억 떠올라서 적는다.

4년 하고도 반년 정도 더 지난, 내가 겪은 실화야.

지금도 적으면서 소름이 좀 돋는데, 당시 난 막 수능을 친 뒤였고 여느 애들처럼 해방감과 자유를 만끽했지.

내가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나온터라 뭐 주변에 딱히 놀러 갈 데가 없었어.
(완전 시골깡촌은 아니고 술집, pc방, 노래방 뭐 기본적인 건 있어.)

학교에선 영화보고 놀면서.. 저녁 땐 친구들이랑 술마시고...

수능마치곤 거의 그런 생활이었지.

 
정확히 금요일로 기억하는데 그 날도 학교 오전 시간으로 마치고 애들이랑 축구 좀 하다가 약속 정하고 헤어졌지.

저녁 때 친구네 부모님이 어디 가신다길래 걔네 집에서 술 먹기로 했었거든.

다음 날이 놀토라서 우리 전부 삐뚤어지게 마셔보자고 그랬었는데, 항상 모이는 7~8명 고정 멤버가 있었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시간이 안 맞는 거야.

학교에서 미리 만 원씩 거뒀었는데, 정작 모인 건 4명밖에 없었어.

집 비워준 친구랑, 나, 다른 동네 사는 반 친구 2명.


8명이 먹어도 넉넉하게 먹을 수 있는 돈으로 4명이서 즐길 수 있으니까 우린 뭐 좋아라 했지. 서로 꽐라 만들어버린다면서 내기 하니 어쩌니...

그때까지 재밌고 좋았지.

친구 어머니가 해두시고 간 부대찌개에다 배달시킨 치킨, 족발 뜯으면서 한 잔씩...

꼴에 대한민국의 교육의 현실이 어쩌니 저쩌니 하면서 헛소리도 해대고...

그렇게 한창 떠들고 즐기고 그러다가,



2~3시쯤 됐었나?

갑자기 바깥에서 철-커덕 하고 현관문 소리 비슷한 쇳소리가 나는 거야.



그 때가 겨울이라 친구집이 외풍도 심하고 거실은 추워서 안방에서 문닫고 술판 벌였었거든.

근데 갑자기 바깥 쪽에서 그런 소리가 나니까 나랑 친구들 다 얼어붙은 거야. 친구 부모님 오신 줄 알고.
 


-집 비워준 친구를 편의상 a라고 할께.-

a가 조금 혀꼬인 듯한 목소리로 우리한테 일단 가만 있어 보라고, 부모님 돌어오신 것 같으니까 한 번 보고 오겠다고 했었지.

난 그 때만 해도 엄청 깨지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거든, 걔네 부모님이랑 우리 부모님이랑 잘 알아서-_-;

여튼 a는 방문 열고 나가자마자 닫고, 안에서 우린 가만히 소리만 듣고 있었는데
 


처음에 뭐라 뭐라 중얼거리는 소리 이후로 이상하게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거야. 

그렇게 2분 정도 지났나?

내가 기분이 좀 그래서 이왕 혼날 거 먼저 매 맞고 후딱 정리하고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방문 열고 나가 봤어.

이상하게 아무도 없는 거야.

근데 현관문 쪽에서 위-잉 하고 바람소리가 들리길래 자세히 보니까 살짝 열려 있는 거야.

직감적으로 뭔가 일 터졌다는 느낌에 방에 있던 친구 두 명이랑 같이 집밖으로 나갔지.
 


셋이서 밖에 나가니까,

그렇지 않아도 사람도 별로 없는 시간이고 가로등도 고장 나 있고, 너무 어두컴컴하니까 지레 겁부터 나는 거야.

급하게 a 번호 눌러서 전화해봐도 받지도 않고, 휴대폰 가지고 있는 지도 확실하지도 않고...

친구 두 놈은 아직도 정신 못 차렸는지 헤롱대면서 춥다고 칭얼대면서 들어가자는 거야.

내가 진짜 그 때 술기운에 쌍욕하면서 a 찾아보라고 하니까, 그제서야 정신을 좀 차리는 거야.
 


그러다가 같이 찾던 친구 한 놈이,

" 야, a 저기 있다. " 라고 하길래 가리킨 쪽 봤더니

a가 아파트에서 좀 떨어진 공터 쪽으로 뛰어가고 있는 거야.

뭔가 이상하다 싶었지. 술 먹고 있던 놈이 뜀박질이라니..

자세히 보니까 누가 뒤 따라서 뛰고 있는 거야.

두 명한테 쫓기고 있더라.

옆에 분리 수거함에 있던 나무 몽둥이 비슷하게 생긴 거 집어서 나랑 친구 두 명이서 쫓아갔어.
 


나도 100m에 13초대라서 꽤나 자신있었는데, 계속 뛰는데도 술 때문인지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거야.

나랑 같이 뛰던 친구도 나랑 비슷하게 달리던 놈이었는데 마찬가지였고..

다른 친구는 살집이 좀 있어서 못 따라오는 거야.

그래서 걔 보고는 당장 112에 신고하라고 하고 둘이서 쫓아갔지.
 


그렇게 좀 더 뛰어가는데 보니 a가 계속 불빛이 안 드는 쪽으로 도망치는 거야.

두 사람한테 쫓기면서...

그 때 더 이상 가면 진짜 무슨 일 날 것 같아서 남은 힘으로 부른다는 게,

" 야이 개새끼야 " 라고 진짜 큰 소리로 욕을 한 거야. 

지금 생각해보면 지친 상태에서 어떻게 그렇게 큰 소릴 냈는지..

갑자기 쫓아가던 두 사람 중에 한 명이 뒤돌아 보는 거야.

그러면서 동시에 a가 쓰러졌어. 그러니까 다른 한 사람도 같이 멈췄어.

내가 막 소리지르면서 달려가니까



둘 다 나를 지긋이 보는 거야. 순간 오싹하면서 소름이 돋더라.

거리도 있고 어둡다 보니까 확실히는 안 보였는데,

뛰어가면 갈수록 스믈스믈 하더니 가까이 가니까 사라지는 거야.

나도 술 먹어서 제정신이 아닌가 싶었지.
 


쓰러진 거 일으켜 세운 다음에 내가 a보고 누구한테 쫓겼냐고 쌍욕을 미친 듯이 해대니까,

눈동자가 조금 흔들리더니 이내 정신차렸는지 갑자기 나보고 왜 지랄이냐고, 우리 바깥에 왜 있냐고 그러는 거야.

내가 열받아서 따귀 한 대 때리려고 손 올리려는데,

그 때 갑자기 뒤에서 펑- 하고 폭발음이 일어나더라.

친구집 쪽에서 난 소리였었어.




그리고 119가 오더라.

(다음 날 a한테 들었는데 가스사고였대, 근데 분명 가스 새는 냄새 같은 건 못 맡았거든.)


 
a 이 새끼는 상황을 이해를 못하고..

나는 긴장 풀려서 진짜 눈에서 눈물이 다 나고..

옆에 있던 친구들도 술 다 깨서 a보고 쌍욕해대고 참..
 
 

아직까지 의문인 건 부르지도 않은 119가 어떻게 왔냐는 거고.

분명 친구 전화엔 112가 찍혀 있었고, 걘 내 말대로 112에 신고했다고 했었는데..

뭐 어찌됐든 그건 그렇다 치고

 

좀 소름끼쳤던 건,

a가 우리랑 술 먹다가 방문 열고 나간 것까진 기억을 하는데 그 뒤로 어떻게 된진 모르고 꿈을 꿨대.
 
꿈에 외할머니가 나오시더니 잠시만 어디 나갔다 오재서, a는 싫다고 했대.

계속 가야한다고 하시길래 하는 수 없이 따라갔는데

정신없이 따라가다가 a가 언제까지 가야 되냐고 힘들다고 하니까

갑자기 걔네 외할머니가 이제 다 왔다면서...

잘 있으라고 하시더래..


 

그리고 깨니까 내가 쌍욕하고 있었댄다...

알고 보니까 a네 부모님은 외할머니 제사 때문에 외가로 가신 거였고...

그리고 나랑 같이 쫓아가던 내 친구는 스믈스믈 사라졌던 두 사람을 아예 보지도 못했대. 

이 친구는 그냥 a만 죽어라 쫓아간 것 뿐이었어. 내가 왜 몽둥이를 가지고 갔는지 몰랐대.

그 두 사람은 대체 뭐였는지..
출처 원출처 : ?

2차 출처 : 에펨코리아 황똘끼 님
http://www.fmkorea.com/106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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