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고 싶다.'
단 50초의 사투로 25만원 벌기.
오로지 자신의 능력으로 평가되는 결과.
나는 잠을 이룰수가 없어 뒤척였다..
'설마'와 '혹시'가 내 머리주변을 빙빙 돌았다.
과연 내가
50초내로 1.5인분의 뜨겁고 초매운 떡볶이를 먹어낼 수 있을까?
우리동네에 있는 떡볶이집에서
매달 11일에 여는 이벤트 얘기다. 3일 남은 것이다.
상금은 25만원.
이건 신이 내린 인생역전의 기회다.
25만원을 손에 쥐고 드림카를 타고 달리는 나를 상상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하기엔 좀 불가능해보여서
내 주변에 뜨겁고 매운거 잘먹는 사람을 생각해봤는데...없다
매운걸 다들 잘 못먹고 안좋아한다.
그럼 중개수수료받는건 패스....
내가 먹는 수밖에 없다.
내방에 걸린 나무 추시계가 50번 왕복운동하는 것을 노려보았다
그렇게 쳐다보니 길다면 꽤 긴시간이었지만,
떡이라는 식품자체가 워낙 잘 씹어삼켜야 하는데다
뜨겁고 맵기까지 하단걸 감안해보면 50초는 넘사벽스럽다..
얼마나 매울 것인가?
날이 밝으면 그 집에 가서
'아주매움'의 강도로 떡볶이를 주문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최소한 그것의 배는 될테니..나를 시험해보자는 취지에서다
나는 종종 사용하는 고도의 연상기법을 통해
스물셋 평생 가장 매웠던 떡볶이를 기억해내려 지긋이 눈을 감았다
매운 떡볶이의 개념조차 잊어버린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그 감각을 다시 깨쳐야 했다
눈 앞이 아른아른해지다가 명확히 떠오른 상(像)은
부산 남포동 영화거리 앞 노점에서 먹은 떡볶이였다..
마지막 떡볶이 한 점을 두고
친구들과 패배자의 모습으로 눈물흘리던 것이 기억난다
그 작고 지독한 음식물 하나를 앞에두고
서로 처먹으라 미루고
결국 가위바위보를 할 정도로 우리의 우정에 금이 갔었던
그 아프고 아픈 기억을 다시 꺼낸 것이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친구가
비참한 표정으로 마지막 한 점을 입에 넣던 순간
그 모습 차마 볼 수 없어,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돌리던 다른 친구의 모습...
모든것이 슬로우모션으로 생생하게 펼쳐졌다.
마치 어제일 같았다.
또르르...
서러운
눈물이
흘렀다
'괜찮아 다 지난일이야..'
스스로를 격려하며
떨리는 손으로 그 떡볶이를 검색해보았다
색소를 탄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싯뻘건 그 색이 여전했다
사진만 보았는데도 몸이 떨리고 등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원초적인 두려움이었다.... 반드시 극복해야할.
이보다 몇곱절은 더 매울지도 모른다...
상금을 받기위해 먹는 떡볶이는..그리 호락호락하진 않을것이다
난 그래도 일말의 용기를 얻기위해서 엄마께 여쭤보았다.
"엄마..우리집에 매운음식 잘먹는 사람 없어?"
"우리집안엔 매운음식 잘먹는 사람 아무도 없어"
엄마는 그 말을 남기고 안방으로 들어가셨다.
그 등이 왠지 쓸쓸해보였다는건 내 착각일까...
하지만, 나는 계속 걸어가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우리 집안에 처음으로
매운음식을 잘먹는 사람이 될 테니까.....!!!
점심엔 매운음식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훈련은 벌써 시작된것이다!
할머니의 명령으로
내가 직접 2시간동안 거대한 나무주걱으로 저어 만들어야 했던
외갓집표 매운 고추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외할머니, 감사합니다... 당시에는 그 큰뜻을 미처 몰랐습니다.
'뒤늦은 깨달음...
지난날 투덜대던 나의 어리석음...
모두가 나를 자라게 하는 양분이 되겠지...
부끄럽지 않은 손녀딸이 되기 위해 노력할게요..
반드시...반드시 승리할게요 할머니'
나는 굳은 결심이 담긴 표정으로
대차게 국수를 비비기 시작했다.
그리고 열정적으로 젓가락질을 시작했다.
잉ㅠㅠㅠㅠㅠㅠ넘매웠당.......
그래서 떡볶이는 걍 깔끔하게 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