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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지사에게~ 조기숙교수
게시물ID : sisa_8472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odohae
추천 : 75
조회수 : 2753회
댓글수 : 31개
등록시간 : 2017/02/12 09:27:04
<노무현의 대연정, 안희정의 대연정:
시대정신이 다르면 같은 제안이 정반대 결과를 초래한다>

노무현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했던 건 2005년 재보궐선거로 열린우리당의 과반의석이 무너진 이후였다. 새누리당이 지역구도를 완화하는 선거구제 개혁에 동의한다면 총리 자리를 새누리당에게 주겠다는 제안이 대연정의 시작이었다. 새누리당이 이런 제안을 받을 리가 없다는 사실쯤은 노대통령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분은 왜 이런 제안을 했을까?

사실 노대통령의 대연정은 오래된 철학이었다. 우리 헌법이 프랑스 헌법과 비슷하기 때문에 여당이 과반의석이 안되면 법안통과가 어려우니 야당에게 총리를 주는 동거정부를 구성해 대타협을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소수당이었던 국민의 정부, 초미니 여당으로 탄핵을 당했던 참여정부 초기의 경험으로 이런 대타협 없이는 행정부만 달랑 차지한 진보진영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영남에 기반한 신한국당이 소수정당될 가능성이 요원했기에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궁여지책이었다.

지역주의를 깨는 선거제도를 받아들인다면 지역주의 선거가 사라지게 되니 당장 총리 자리를 주더라도 다음 선거부터는 영남의 아성이 무너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무엇보다 대연정이 이뤄진다면 신한국당 내의 신진개혁의원들이 지역을 뛰어넘어 개혁 정책을 지지하는 초당적 연대가 이루어져 국가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었다. 대연정이 당장 이뤄지지 않더라도 훗날 언젠가는 독일처럼 우리도 당파적 이익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 정치인들이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미래 담론을 미리 던진다는 생각으로 노대통령은 이를 주장한 것이다.

당시 대연정에 대한 10개 일간지의 기사와 칼럼, 사설을 분석한 필자의 졸고가 [노무현의 민주주의]에 게재되었는데 언론의 긍정적 반응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좌우언론이 일관되게 대연정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심지어는 모든 언론이 얼마나 노무현이 미웠으면 독일의 대연정도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예언해 두고 두고 망신을 사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대연정을 반기며 안희정을 띄우는 언론의 태도를 보면 그 진성성이 의심받기 충분하지 않은가?

안희정지사의 대연정 또한 하루아침에 나온 것은 아니다. 노대통령의 못 이룬 꿈이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안지사는 성품 자체가 원수와도 악수를 하고 포용할만큼 성숙하다. 안지사와 가까운 사람들은 “나이는 어린데 속은 어르신이라며 성인의 반열에 올려도 될만한다”고 칭송을 하곤 한다. 안지사는 분명 정치판에서 보기 어려운 남다른 포용력이 있어 어떤 갈등도 녹이고 다독이고 껴안는다. 그랬기에 안희정이 보수적인 충청도에서 도지사에 두 번씩이나 당선되고 야당우위의 도의회와 협치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안지사를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지만 그리고 그가 이번 대선경선에 출마해 반기문후보를 제어하고 충청표심을 민주당에 붙들어놓기를 바랐지만 그가 이번에 진지한 기회를 갖기는 어렵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 그의 대타협 철학을 잘 알기에, 그가 그런 신념을 대통령하겠다고 버릴 사람이 아니라는 것 또한 잘 알기에 그랬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정당재편성을 겪고 있다. 새누리당은 2007년 2012년 대선에 이미 보수정당으로서 정당재편성을 겪었기에 높은 지지도를 누렸다. 민주당은 진보진영의 잠재적 분열(호남 중심 민주화세력, 신좌파, 구좌파)때문에 10년씩이나 진보정당으로서의 재편성을 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었다. 보수화된 호남의 민주화세력이 국민의당으로 탈당해 나가면서 오히려 나는 지난 총선 민주당의 압승을 예견했으며, 이번 대선에서도 국민의당과 통합하지 않아야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나는 민주당 지지도가 35%였던 10월말에 외연을 확대한다며 정체성에 문제 있는 인사들을 영입하지 말고 정체성만 잘 지키면 대선 시작 전에 민주당 지지도가 45%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현재 민주당 지지도의 고공행진은 단지 박근혜 탄핵의 반사이익이 아니라 지역성이 약화되면서 민주당이 진보 정책이나 이념을 중심으로 재연합되고 있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렇게 민주당의 재편성이 일어나는 시기에는 지지자들이 보수당과는 차별적인 진보적(신좌파적/구좌파 아니고) 대안에 열광하며 중도적 후보를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대선에 안철수가 아니라 문재인이 결국 후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수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안희정의 성품이나 리더십이 아니라 대연정 발언에 등을 돌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안희정의 대연정에 대해 극한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는 2005년 노대통령의 대연정 때와는 시대정신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당시 안희정이 피해자가 된 이유도 검은돈의 악순환을 뿌리 뽑고자 노대통령이 자신의 최측근을 감옥에 보내면서 모든 선거자금을 뿌리 채 세상에 드러냈기 때문이다. 돈을 제공한 재벌도 처벌받았고 정부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었다. 국가 투명도가 상승하기 시작했고, 국가경쟁력은 최고를 기록했으며, 정치만족도는 아시아 1등이었다. 과거와 어느 정도 단절을 했으니 노대통령은 정책 중심으로 정치인을 재배열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후 9년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재벌개혁을 위해 했던 규제는 모두 사라졌고 대통령의 측근들은 검은돈을 받아 감옥에 갔고 아직 이명박 정부의 비리는 파헤치지도 못했다. 오죽하면 이명박 전대통령이 차기 정부는 반드시 자기 손으로 세우겠다고 말하겠는가? 우리는 또 다시 청산해야 할 과거와 마주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대연정의 대상이 아니라 청산의 대상이 되었다.

젊은 패기를 가진 정치인이라면 국민소환제를 도입해 국회 내 박근혜 부역자를 물갈이하고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겠다거나, 박근혜 공천과 과오에 대한 책임을 물어 헌재에 새누리당 해산을 청구하겠다는 발언까지는 못하더라도 어떻게 그들과 권력을 나누겠다는 발언을 할 수 있는지 대다수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안희정지사에 대한 지지가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당, 무당파, 바른정당 등 보수층에서 나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일부 민주당 지지자 중 이탈은 주로 호남에서 나온다고 봐야할 것이다. 팟캐스트에서도 설명했듯이 지역주의가 완화되면서 호남의 분열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들은 찍을 정당이 여전히 한정되어 있다.

문재인에 대한 불만이 잘못된 호남홀대론에서 기인되었다면 문재인과 호남의 분열을 비집고 들어가는 정치인은 정당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안희정지사는 호남의 반문태도가 마타도어나 허위사실에 의한 분열이라면 당연히 해명에 동참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야지 그런 표를 받기 위해 분열을 이용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안희정의 대연정에 대해 나는 추호도 그의 선의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여시재와 함께 떠도는 루머나 비난이 그의 선의를 왜곡한 과도한 정치공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안지사가 12년 전과 달라진 오늘날의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적폐를 청산해달라는 유권자의 간절한 요구에서 비롯된 비판을 단지 내 진정성을 몰라준다고 답답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선호하는 안희정의 시대는 적폐가 청산된 5년이나 10년 후에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 반드시 대통령을 해야겠다며 민주당 내 반노표를 결집해 자신의 정체성에 맞서 싸운다면 시대는 그를 영원히 부르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안희정지사는 대연정 발언을 사과하고 자신의 정체성에 맞게 당당히 이번 대선에 경쟁을 하든지, 아니면 화합과 대통합의 시대정신이 오기를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게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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