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안희정이라는 사람 자체를 의심하지는 않습니다. 그러기에는 그가 살아온 삶이 얼마나 혹독했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안희정은 큰 틀에서 더민주로 내려오는 민주주의 확립과 평화적 통일이라는 민주당의 전통적 가치를 배반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대연정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안희정의 작은 정부론이나 신자유주의론은 여기서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대연정을 받아들일 수 없는 건 새누리에 대한 감정적인 이유도 있지만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1. 대연정은 적폐 청산과 함께 할 수 없다. 대연정은 본질적으로 적폐 청산 대상과 기브앤테이크의 딜을 하는 겁니다. 청산 대상과 딜을 할 경우 그들이 무엇을 요구할까요? 작은 이익? 아닙니다. 그들에게 가장 시급한 건 정치적 생존이고 딜에서 가장 먼저 요구할 것도 그것입니다. 적폐 청산 대상에게 정치적 생존을 보장해야만 하는 딜을 하면서 그들을 청산한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2. 대연정을 하면 더민주의 지지율은 떨어지고 부패 세력에게 더욱 끌려가게 될 것 입니다. 시대 정신은 무엇보다도 부패 세력을 청산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기대심리로 인하여 더민주의 지지율이 사상 최고로 치솟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부패 세력과 손을 잡는다면 더민주로 향하던 민심은 등을 돌리게 되고 지지율은 떨어지게 될 겁니다. 더민주 지지율이 떨어지면 그 공백이 어디로 갈까요. 다시 새누리류에게로 갈 겁니다. 결국 더민주 의석수는 줄어들고 새누리류의 원내 영향력은 커질 겁니다. 대연정을 하면 조중동, 한경오프시 모든 언론에개 물어뜯기는 경험을 5년 내내 반복하면서 정치력은 점점 소멸되어 갈 겁니다.
3. 대연정의 상대는 믿을 수 없는 자들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실책은 저들을 사람으로 생각하고 대한 것이라고들 말합니다. 그렇게 대한 저들이 다시 권력을 잡았을 때 무슨 일을 벌였는지 아시죠? 저들은 사학법을 개정하여 사외 이사 한 명 넣는 것을 죽을 힘을 반대한 자들이고, 자신들이 소수일 때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다수가 되자 무효화 시키려고 했던 자들입니다. 그런 그들을 믿고 손을 잡는다구요? 다시 실패할 정책입니다.
4. 지금이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4.19, 6월 혁명 모두 미완의 혁명으로 끝났습니다. 지지율에 취한 정치인들이 시대 정신을 외면하고,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입니다. 저들의 실책으로 마침내 다시 찾아온 청산의 기회입니다. 독립 이후 이어져오던 매국독재세력을 끝장낼 절호의 기회입니다. 지금 실패하면 어쩌면 국민 손으로 다시는 지도자를 뽑을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떤 방식으로 개헌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반드시 지금 부패세력을 응징해야 합니다.
고민해보면 안희정이 왜 저런 소리를 했는지는 알 것도 같습니다. 야소야대에서는 어떤 법적 개혁도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그 해법이 대연정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시대정신은 부패세력을 청산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모든 정치인은 그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단독 정부가 힘들다면 소연정까지는 생각해볼수도 있습니다. 맘에는 안 들지만 메갈주의 정의당과 지역토착 기득권 국민당까지는 손잡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패의 핵심세력과 손을 잡아서는 안 됩니다.
정치인이 힘들 때 손을 내미는 건 부패 세력을 향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향해서여야 합니다.
안희정이 어떤 판단에서 대연정을 이야기 했는지는 알 것 같지만 시대 정신에 어긋나고 정치적으로도 최악의 수를 두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