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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일에 책선물 해준 친구와 절교했습니다. 잘한 걸까요?
게시물ID : gomin_8478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Ghpa
추천 : 1
조회수 : 503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3/09/26 17:41:45
15살부터 21살까지 정말 자매보다 더 친했던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현재 22살 이구요
 
제 생일이 1월 4일인데 그 일주일 전 쯤 미리 책을 선물받았어요
엄마를 부탁해 라는 베스트 셀러인데, 척 봐도 도서관에서 빌린 것 같은 외양이었습니다.
도서관 책은 아니지만 겉표지에 손톱자국이 많이 나있고, 최소 1년 넘게 쏜데 묻은 것처럼 보였네요.
 
이날 친구한테 너무 실망이 크고 어이가 없었어요.
 
친구와 저의 상황을 말씀드리자면,
제가 17살에 위로 이사를 가게 되서 친구와 저는 5시간 거리에 살고, 제가 종종 놀러가는 식이었어요
그리고 만나면 밥값과 커피를 제외한 나머지를 제가 다 지불 해왔고요 (술값, 교통비, 숙박비, 오락 등)
 
친구 S는 아버지가 안계시고 할머니, 삼촌, 엄마와 함께 사는데
삼촌은 정신적으로 불안하시고 어머니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세요.
친구집에 있는 화장실이 푸세식이라면 살림이 어떨지 대충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15, 16살에는 서로 반반 내며 놀았지만 17살부터는 비용의 2/3 이상을 거의 제가 다 부담해왔어요
하지만 얻어먹는 친구 S도 매번 고마워하고 미안하다는 표현을 한데다,
제가 힘들 때마다 항상 절 위해주고 걱정해주고 칭얼거리는 말들을 불평없이 다 들어줬어요
저를 소중히 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그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거의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뿐이더군요.
19살 쯤부터 어느샌가 모르게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한 친구 S는..
한번은 술집에 같이 갔는데 과일소주를 담은 유리병 손잡이 안쪽에 물때가 검게 끼어있었는데
S는 그걸 용납할 수 없다며 나가자고 하더군요 (S의 전공은 요리입니다)
 
이미 안주와 소주1병 과일소주가 나온 상태여서, 저는 웨이터를 불러 과일소주만 환불을 요청했고
환불은 안되고 새것으로 다시 교환해주겠다는 그의 말에 알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친구의 표정이 뭐 씹은 것 같더라구요. 술 먹을 맛이 떨어졌답니다..
 
저도 기분이 안좋아서 별말없이 계산하고 나왔는데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때부터 좀 눈치 챘어야 했는데....
 
여하튼 각설하고, S는 저와 만나서 가장 먼저 하는 것에 돈을 씁니다.
예를 들어 당구를 치거나 밥을 먹거나 할때 "이건 내가 낼께. 너가 먼 곳에서 왔는데 이건 내가 사야지."라고요.
그리고 그 뒤에는 꼭 이 말이 붙습니다. "나 오늘 돈 얼마 있어. 카드에 얼마 남았어."
이렇게 미리 말하는거죠. 오늘 1~2만원 정도를 쓸 수 있다고.... 뭐 거의 1~2만원 선이었네요.
 
친구네 집은 좁고 시내에서 먼데다 할머니, 삼촌까지 계시기에 항상 방을 잡거나 찜질방에서 잤어요
한번 만나면 밥, 술, 노래방, 당구장, 방값, 다음날 밥값, 카페 등등.. 이것들을 거의 다 제가 내는 겁니다.
지방으로 내려갈때 차비만 왕복 5만원 선이니까 대충.. 총 15만원 정도 드네요.
 
저는 여유롭고 넉넉한 가정에서 자란데다, 쉬는 날 알바를 하는게 습관되어서 수중에 돈이 또래들보다는 많았어요.
그리고 놀때는 놀고 공부할땐 공부하라고 부모님이 교육방침으로 하셔서
돈이 조금 나간다더라도 기분 좋게 놀면 괜찮다 식의 제 마음가짐도 문제가 있엇네요. 지금 생각해보니....
 
저는 제가 돈을 많이 내도 상관없다고 그동안 이렇게 여겨왔어요
제가 대학을 18살에 가서 무척 괴롭고 힘들었고 적응도 못한데다, 그때까지만해도 대인기피증이 있었어요
친구는 제가 힘들때마다 귀찮은 기색없이 항상 위해줘왔고요.
그래서 저는 그 고마움에, 돈에 대한 부담을 애써 무시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본격적인 친구와의 일은 제 생일 날이예요.
책 선물 받고 며칠 뒤, 제 생일이라 다른 친구들도 볼겸 해서 아랫지방으로 내려갔는데
만난 사람이 친구S와 중학교동창 친한친구 1명, 9년간 가족같이 지낸 오빠 둘.. 이렇게 다섯이서 만났어요.
(동창과 오빠 둘은 저와 넷이서 엄청 친한 상태고, S는 얼굴만 몇번 본 사이였는데 S가 친화력이 좀 좋아서 다함께 만나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근데 제 친구는 계속 남자친구 자랑만 하더군요 술먹는 내내...
친구가 머핀 6개를 만들어왔는데 자기가 나서서 머핀 하나씩 돌리고.
술집 2차로 옮길 땐 저 신경도 안쓰고 제 동창친구와 꼭 붙어서 뒤에서 걸어오고 (동창친구는 제 눈치를 보더군요; S와 어색하다보니)
자기가 직접 만든 꼬깔모자 안쓰고 간다면서 장난식으로 뭐라 하길래 사람많은 대학로에서 혼자 써서 걷는데
저는 S와 제가 모르는 남남 사이인줄 알았습니다 그때;...........
 
그러다 2차 술집에서 동창친구는 통금때문에 먼저 일어나고
오빠 둘이랑 저랑 s랑 넷이서 마시던 도중 , s는 남친한테 연락이 안온다면서 혼자 삐지더니 술을 들이키고 결국 취했습니다.
저도 슬슬 짜증나서 자리를 일찍 파하고, 오빠들이 잡아준 택시를 타고 친구랑 모텔로 가는데
친구가 그러더군요
 
"**야, 사실 오늘 우리 할머니 몸 안좋았는데.. 너 알아? 원래 일찍 집에 가야됐는데 너 생일이니까 당연히 너랑 같이 있어줘야지."
 
저도 그날 감기걸려서 목이 매우 안좋았었어요. 거기다 제 친구가 선심쓰는 듯 말하니까 기분이 뭐 같아서
"그렇게 걱정되면 지금 집에 가도 돼" 라고 했는데 "아니야 너랑 같이 있을래"...............
 
저는 그 순간, 아 얘가 할증 붙어서 택시비 때문에 내일 버스타고 집에 가려고 하나? 이런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런데 그게 정답이라는 것을 머지않아 깨달았구요. (친구는 집이 시외곽이라 할증붙으면 택시비 8천원 정도 나와요)
 
모텔 방에 도착하고, 친구는 변기 잡고 토하는데 전 신경쓰기도 싫어서 대충 씻고 자려고 누웠거든요.
술기운데 몸이 더 안좋아져서 전기장판 따듯하게 하고 자려는데
토하다 나온 친구가 저한테 부탁을 하데요
지 남친한테 전화해서 지 많이 취했다고 말해달라고........ㅎㅎㅎㅎ
 
그런데 S는 이미 전화를 걸고 있었고 저한테 핸드폰을 넘겨주대요..
얼떨결에 받아서 "**이 오늘 많이 취해서 제 생일이라 둘이 방잡고 자려고요 걱정말고 자세요"라고 하고 끊었는데
제 친구가 정색하면서 이러더군요
 
"모텔방이 아니라 찜질방이라고 했어야지. 이상하게 생각하잖아. 그리고 자연스럽게 말해야지 왜그렇게 딱딱하게 말해"
 
와 그 말 듣는데 순간 정이 다 떨어져서 그럼 니가 말하지 그랬냐고 하고 그냥 자버렸네요.
 
그리고. 아침에 친구가 불러서 일어났는데
제 친구는 이미 씻고 옷입고 준비 다 한 다음에, 나가기 직전에 절 부른거더라구요.
"**야, 나 할머니때문에 먼저 가볼게 조심히 올라가고 못데려다줘서 미안해"
말이 끝나자마자 대답할 새도없이 나가더군요 ㅋㅋㅋ
 
솔직히 대답할 시간이 있었어도 대답 못햇을 거예요
일어나니까 목이 완전히 잠겨서 목소리도 아예 안나왔거든요.
저 그날 씻고 밥먹고 혼자 올라가는데, 목소리가 쭉 안나와서, 핸드폰에 글 적어서 차표 끊고 택시탈 때마다 보여줬습니다.
벙어리 처럼요. 택시아저씨는 제가 불쌍했는지 손수 문까지 열어주더군요. 생일날 기분좋게 친구 보러 갔다온건데 왜이렇게 서럽던지....
 
제 친구 제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 5시간 훨씬 넘도록 연락한통 없었어요.
전날 같이 봤던 오빠가 카톡으로 이러덥니다.
"야 걔 필름 끊겼었냐? 남친자랑 좀 다음에는 작작하라고 했더니, 오늘 말하는거보니까 남친자랑 했던거 기억 못하는거같던데"
이말인 즉슨, 그오빠한텐 연락하고 저에겐 안했다는 말이 되겠네요.
 
시간이 갈수록.. 얘가 좀 변한것같은데.. 하는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사람 확 달라질 정도의 모습을 본건 처음이라 정말 저 뻥졌어요
얘한테 그날 바로 카톡으로 연락말자 보냈고 지금가지 거의 10개월동안 연락두절 상태입니다.
 
S에게 먼저 연락온게 4번 쯤 되는데,
그때마다 저는 씹거나 단답으로 대답하거나, 나중에 얘기하자고 했어요.
 
저는 올 겨울에 친구한테 지금까지 제가 느낀 감정들... 서운함, 실망 등등 다 말하고
돈같은 경우도 더치할거 아니면 그냥 만나지 말자고 할 생각입니다.
 
제 친언니는, 한번 이랬던 애는 또 그런다고 그냥 만나지 말라고.. 그럴 가치도 없다고 하는데....
저는 7~8년 간의 추억이 있는 데다가 항상 크리스마스, 생일 전부 함께 보냈던 친구라 정이 많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주저하게 되네요. (물론 배신감도 만만치 않지만요..)
 
만나서 마지막으로 이야기해보는게 좋을까요?
아니면 더 말할 것 없이 이대로 평생 얼굴 보지 않고 끊는게 좋을까요?
 
글이 너무 길어진듯하지만 제게는 무척 중요한 일이예요. 언니 오빠들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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