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객기들과 사귀는 불쌍한 여자분들의 예를 들며 사람 잘 보고 사귀라는 글들이 주목을 받는데, 주제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지적해야 할 논점이 약간 어긋난 것 같아 글을 써 봅니다. 1. 사람을 잘못 고른 문제보다 바뀔 마음이 없는 사람을 바꾸려 드는 문제가 더 크다.
사실 개객기들이 스스로 나 개객기요 라고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개객기 짓을 하는 것도 아니니 잘못 고른 탓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폭력이나 바람등 기타 문제 행동은 이미 사귀는 도중에 나오는 거지 사귀기 전부터 행하는 경우는거의 없거든요. 보통 잘 사귀다가 첫 싸움을 겪었을 때나 술이 왕창 들어갔을 때 본색을 들어내는 경우가 보통인데 그땐 이미 감정적, 물리적으로 투자를 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지요. 물론 예민하고 촉이 좋으신 분들은 평소 행동거지를 보고도 '아 얘랑 어울리려면 병원과 친해져야 할 것 같아...'라며 기피하실 수도 있겠지만 둔감해서 손해를 볼 수 있을지언정 잘못한 건 아니거든요.
문제는 아무리 둔감한 사람일 지라도 일단 한대라도 얻어맞은 후엔 정신 번쩍 차리고 '아, 얜 같이 놀면 안 될 색히구나' 라고 깨닫고 경찰분들께 분리수거를 요청해야 하는데 그걸 바꿀 수 있다고 믿고 부둥켜 안는다는 점입니다. 물론 개객기가 눈물 흘리면서 용서를 빌고, 당분간은 공주님처럼 대접해 주니까 '실수였구나, 바뀔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만...사람으로 바뀌려 노력하는 개객기와 당장의 위기만 모면하려는 개객기는 태도와 행동 면에서 차이가 납니다. 죄라곤 곰으로 태어난 것밖에 없는 웅녀도 사람이 되려 백일동안 쑥이랑 마늘만 먹었다는데, 폭력을 쓰거나 바람 피운 개객기가 바뀌려면 얼마나 노력해야 할까요. 일단 심리 상담부터 예약하고, 기억도 잘 안나는 유년시절과 부모와의 관계 및 스스로의 사회경험 전반을 탐구하고,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큰 상처를 줬는지 자책하고, 자기 내면의 불안과 분노를 어떻게 제대로 표현해야 하는지 배우고...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바뀌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여친에게 공주님 대접 해 줄만큼 신경을 못 씁니다. 평생 인간인줄 알고 살다가 자신이 개객기라는 걸 깨달았는데, 오히려 지금은 자신이 다른 인간을 사귈 주제가 안 된다는 걸 깨닫고 밀어내지요.
반면 위기만 모면하려는 개객기는 스스로 바뀔 생각이 전혀 없어요. 아직 자신은 인간이고, 더 나아가 다른 인간들도 흔히 자신같은 일을 하며 산다고 믿거든요. 이 경우는 스스로가 아니라 남을 바꾸려고 애씁니다. 잘해주고 어르고 다독여서, 남이 자신을 재평가하도록 만드는 거지요. 자신이 바뀔 마음이 없는데, 여친이 무슨 행동을 한다고 바뀌겠습니까. 나는 두 눈 멀쩡히 뜨고 다니는데, 어떤 애꾸가 와서 한쪽 눈 감고 다니라고 하면 황당하지요? 그 애꾸가 한쪽 눈 감는 대신 어떤 대가를 준다던가 자꾸 따라붙으며 귀찮게 굴면 그 앞에선 잠시 한쪽 눈을 감아줄 수도 있겠지요. 근데 그게 평생 갈까요? 그게 개객기들의 심리에요. 나는 정상인데 날 바꾸려 드는 여친의 행동은 애꾸짓 같아 보이는 겁니다.
2. 한두번도 아니고 개객기들만 계속 꼬이는 여자는 본인의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우선 피해자 분들을 비하하려는 건 아닙니다. 위에 말했듯이 개객기들이 스스로 개객기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건 아니거든요. 거기다 연애 경험이 없으신 분들 같은 경우, 처음 당하는 일에 당황해서 제대로 대처를 못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문제는 한 두번 그렇게 당한 분들이 아니라 세상 많고 많은 남자들 중 개객기들만 쏙쏙 골라 사귀는 분들입니다. 많은 분들이 답답해 하시는 이유이기도 한데, 개객기들만 계속 꼬이는 여자는, 베오베 간 충고글 같은 건 안 들어요. 끼리끼리 논다고, 개객기랑 사귀는게 자기 내면의 어떤 결핍이나 욕구를 충족시켜 주거든요.
개객기와 사귀면서 얻는 장점은 인생이 무척 드라마틱해진다는 거지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비련의 여주인공이 나거든요. 거기다 대중매체에서는 착할수록 박해받는 과정이 나오니 성녀 컴플렉스도 자극되고요. 나 남친한테 이러이러하게 당했다 하면 주위 사람들도 엄청 관심주면서 충고해주고, 주위사람한테 숨긴다고 하면 슬픈 나만의 비밀(풉)이 생기는 거거든요. 거기다 개객기가 폭력을 쓰지만 (바람은 피웠지만) 너와는 못 헤어진다, 나 못버린다 쇼라도 하면 '어머 역시 이 사람은 나 아니면 안 돼'라며 감성폭팔 하는 거지요. 세상에 어떤 제정신인 남자가 이런 드라마를 선사해 주겠습니까. 이런 사람들은 평범한 남자와 연애를 하기 시작하면 못 견뎌합니다. 자존감이 낮아서, 혹은 계속된 개객기식 연애에 익숙해져서, '나같은 사람 이렇게 정상적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은 뭔가 잘못된거야'라고 믿거나 '날 진짜 사랑한다면 왜 이리 무미건조하게 구는거지'라며 불평하기 십상이지요.
이런 여자분들 역시 주위 사람들이 아무리 충고를 해도 스스로 바뀔 생각을 하지 않는 이상 안 바뀝니다. 자존감을 높이고,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남이 아닌 내 스스로의 관심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우고...위에 사람이 되려는 개객기만큼이나 노력해야 하는데, 스스로의 의지 없이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지요. 보통 사람들은 나한테 잘못하는 사람을 아무 조건 없이 끌어안을 만큼 이타적이지 못해요.
주절주절 썼는데, 결론을 내자면 세상 개객기들에게 데인 여자분들! 데였다는 사실 자체로 그리 자책하실 필요 없어요. 문제는 데이고도 그 개객기는 식을 생각이 없는데 옆에서 계속 부채질 해주는 거나 저번엔 손만 데였는데 다른 부위도 데이면 좋겠다며 개객기들만 찾아다니는 거랍니다.
덧붙임) 쓰다 보니 세상 견공들에게 무척 미안해지네요. 비록 지금은 여건이 안 돼 집사로만 근무하지만 나 개 엄청 좋아하는데...애꾸분들 비하할 의도도 없습니다. 해적중 가장 섹시한 해적은 역시 애꾸눈이라 생각...음...이거 마무리 어떻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