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장문의 글이라 전부 답하기는 시간이 늦어 몇 가지만 집자면
"그런데 사람들은 이 이론들로 종교, 특히 기독교를 공격합니다. 주로 신이 없다는 공격이죠. 이것들은 별로 공정한 공격은 아니지만 어쨋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종교에 회의감을 갖기 때문에 많은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딱 잘라서 말씀해 드리죠.
과학은 종교에 아무런 관심이 없어요.
거짓 같나요?
애석하지만 이것은 거짓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과학자들이 종교라는 이름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뭘까요?
종교에서 신앙을 과학으로 포장하여 거짓을 읊어대기 때문입니다.
"창조과학"이라는 말 들어보셨지요? "지적설계설"이라는 말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런 과학이라고 할 수 없는 거짓학문에 과학이라는 이름을 억지로 씌워 사람들을 혹세무민케 하는 집단에 대하여, 진짜 과학자들이 그것을 방치하고 있어야 합니까?
심지어 위에서 언급한 유사과학을 사실이라 주장하는 자들 중에는, 다른 과학자들의 논문을 저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하여 자기 주장의 근거로 삼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이런 자들이 주로 어떤 종교에 몸을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 제가 굳이 언급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지 의문이군요.
과학자들이 거창한 과학이론으로 종교를 그 중에서도 기독교를 공격한다고 하셨나요?
전후관계가 바뀌었습니다.
종교에서 과학을 공격하기 때문에 과학은 그에 대한 방어를 하고 있을 뿐이죠. 그리고 그것이 진실이기에 과학이 일방적으로 종교를 몰아붙이는 모양새가 되어 종교가 아무런 잘못 없이 일방적으로 공격받는 것 처럼 보이는 것 뿐입니다.
예를 들어 '진정한중립'님에 대해 제가 유언비어를 살포하여 명예에 크게 흠집을 내었다고 가정해 보도록 하지요. 당신은 그런 저를 그냥 방치하실 겁니까? 고소를 하든 아니면 반박을 하든 스스로를 방어하려 하시겠지요?
종교에 대한 과학의 입장 역시 그것과 같습니다.
얼토당토않은 헛소리로 과학을 공격하는 종교에 대해 방어를 하고 있을 뿐이라는거죠.
그러니 앞으로는 종교가 일방적인 피해자인 것 마냥 말씀하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무신론자들의 과격한 공격을 방어하는 것이지 신의 존재에 대한 완전한 증명이 아닙니다."
라고 하셨지요?
적반하장이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아 그리고
"그런데 이 상황에서 저 '가설'들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힌다면? 또는 가설들이 맞더라도 더 필요한 것이 있다고 논리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면?"
라고 하셨는데, 이론과 가설은 다른 겁니다. 가설은 그저 가설일 뿐이고, 이론은 검증이 끝난 가설을 말합니다. 이론이라는 것은 종교가 말하는 것 처럼 그 권위가 약하지 않아요.
현대의 과학문명은 무수한 이론 위에 쌓여져 있습니다. 그런 이론을 하나 부정하거나 개찬한다는 것은 현대과학에 혁명을 일으킨다는 것과 같은 소리입니다.
그것이 얼마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는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만에하나 그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신에 대한 존재증명과는 결코 이어지지 않습니다.
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다면 그것에 대한 증거를 찾아와야지, 기존의 과학이론을 백날 부정해봐야 신에 대한 존재증명은 이룰 수 없습니다.
또 하나.
아랫글에서 전지전능과 자유의지가 양립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시는 것 같은데
애석하게도 전지전능과 자유의지는 결코 양립할 수 없습니다.
전지전능하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지요.
즉 전지전능이라는 개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미래가 가변적인 것이 아닌 고정적인 것이어야 합니다. 변하게 되면 그것은 전지전능이 아니니까요.
그렇지요?
미래가 고정되어 있다는 것은 우리 인간의 삶 및 사고 역시 고정되어 있는 역사에 따라 흘러가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귀하는 이것을 자유의지라고 부를 수 있습니까?
그저 컴퓨터 프로그램마냥 고정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 뿐인 것을요?
전능한 상태에서 자유의지에 개입하지 않으면 된다고 하셨는데... 전지전능이라는 개념이 성립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자유의지가 아니게 됩니다. 내가 자유의지로서 선택했다고 생각 하더라도, 실상은 절대적인 누군가가 정해놓은 미래라는 이야기가 되니까요.
떄문에 전지전능과 자유의지는 결코 양립이 불가능합니다.
전지전능을 주장하고 싶다면 자유의지를 버려야 하는데, 그렇다고 자유의지를 계속해서 주장하려면 전지전능을 포기해야 하지요.
"약간의 합리적 사고를 덧붙이자면 우주가 이렇게 복잡하고 질서정연한데 어떤 이성적 존재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맞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라고 하셨던가요?
전후관계가 바뀌었습니다. 복잡한 상황에서 시간이 흐르며 질서가 생긴거지, 처음부터 얍하고 질서가 생긴게 아닙니다.
꼭 창조과학이라는 쓰레기 유사과학을 주장하는 작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생물이 자연적으로 이렇게 복잡하게 이루어질리 없다! 누군가가 설계했다는 증거다!"라고 주장합니다만
생물학을 전공한 입장에서 생물은 굉장히 조잡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의 생화학 작용 하나를 들어볼까요?
A -> Z로 진행되는 과정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이 과정을 가장 쉽고 빠르게 진행하는 것은 중간과정을 모조리 생략하고 A에서 Z까지 진행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들의 생화학 작용은 A -> B -> C -> .................................................................. -> Z라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왜 이렇게 구성이 되었는지 아십니까?
진화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A -> B 라는 과정이 만들어 졌고, 다시 진화를 거치면서 B -> C의 과정이 만들어 졌으며 그 이후로 차곡차곡 진화가 누적되어 결과적으로 Z에 이르는 과정이 더해진 겁니다.
주먹구구식으로 그때그때 필요한 기능이 덧붙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말이지요.
결코 A -> ... -> Z라는 과정을 이루기 위해 중간에 수 많은 과정을 창조한 것이 아닙니다.
이런 복잡한 과정으로 볼때 신이 설계를 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는 것이 바로 생물의 몸입니다.
그것은 지구의 자연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작 이 넓은 우주에서 지구라는 행성 하나를 만들기 위해 태양계를 만들고 성운을 만들고 은하를 만들었다는 얼토당토 않은 주장을 하시지는 않겠죠?
지구라는 행성은 무질서의 질서에서 탄생한 기적이지, 누군가가 설계하여 인위적으로 이끌어낸 결과가 아닙니다.
설계를 함에 있어서 복잡하다는 것은 결코 칭찬이 아닙니다. 단순하고 명쾌하며 직관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것이 최고죠. 하지만 현실의 구조가 그리 단순하지 않아 설계가 복잡해지는 것이지, 복잡한 설계가 좋은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A -> Z라는 과정으로 바로 진행할 수 있는 상황에서, 쓸데없이 그 BCDEF...과정을 진행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따라서 세상이 복잡하고 질서정연하다는 것은 신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위의 이유로 신의 존재를 믿는다는 것은 스스로의 사고능력이 너무 일천하다고 자폭하는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합리적인 인간은 님이 방금만든 신보다는 기독교의 신을 믿겠지요."
대체 어떤 의미로 합리적이라는 표현을 쓰신건지 궁금한데,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기독교의 신을 믿지 않습니다.
정말로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이 기독교가 주장하는 것 처럼 사랑과 정의와 평등을 추구하는 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기독교라는 종교는 사막의 포악하고 잔인하며 독선적인 신을 현대의 입맛에 맞게 각색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겠지요.
설령 이런 종교적인 신앙이 아니더라도, 인간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신을 믿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자신에게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 신을 신앙하는 것은 결코 합리적인 결론이 아닙니다만?
굳이 기독교의 신이 아니라 할지라도 합리적으로 결론을 내리면 신을 신앙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설마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또 까인 파스칼의 내기를 들고와서 기독교의 신을 신앙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는 주장을 하시진 않겠죠?
"이제 신을 믿는 자들은 꽤 명쾌하고 신빙성 있는 답을 말할 수 있습니다.바로 '인과로 부터 벗어나서 스스로가 스스로를 존재하게 하고 시공간을 초월하고 물질을 초월하여 존재한다는 그 신'이 시간을 만들고 공간도 만들고 '그 무한소급적 논리'의 시작을 만들었다는 거죠"
명쾌하다는 말과 신빙성이 있다라는 말을 착각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저건 그냥 희망사항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죠. 어떤 형태로도 관측이 불가능한 대상에 대해서 정의를 내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인과로 부터 벗어나서 스스로가 스스로를 존재하게 하고 시공간을 초월하고 물질을 초월하여 존재한다는 그 신'라고 말씀하셨는데, 이건 이미 인간의 인지를 초월한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인과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존재하게 한다는 것도 어떤상태인지 모르며, 시공간 및 물질을 초월하는 것이 어떤 상태인지 모릅니다.
그냥 있어 보이는 이런저런 말들을 주워섬긴 것에 불과하다는 거죠.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대체 어디사는 누가 이걸 명쾌하고 신빙성이 있다고 말하던가요?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늘어 놓는 것이 어떻게 명쾌하고 신빙성이 될 수 있는 논리가 되는지 저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안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