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의 많은 대사 중에 사실 안희정의 정치스타일을 보여주는 부분을 쉽게 발견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그만큼 준비를 했다는 말이고, 나쁘게 말하면 그만큼 자신의 정치스타일을 보여주지 않으려 한다는 말입니다.
TV에 드러난 부분들에서 대체로 알 수 있는 것은, 여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출신 대통령 및 후보와는 달리, 일반인과 동떨어진 인물이 아니라는 점 정도입니다.
다만, 안희정의 캐릭터를 엿볼 수 있는 면이 있었습니다. 우선, 김진명작가의 질문, 싸우지 않는 국회를 국민이 원하느냐는 말에서 엄청나게 버벅댔습니다.
안희정의 주장대로, 싸우지 않는 국회를 만들려면, 싸움을 거는 국회의원을 몰아내야 하는데, 이는 싸우지 않고 얻어낼 방법이 없습니다. 새누리당과 연정 가능하냐, 정부구성을 하는 연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들과 협치가 가능하냐, 현 박근혜 혹은 정권을 지지하는 세력과 어떻게 싸우지 않을 수 있느냐 라는 질문이 연달아 터지자, "대화할 수 있는 사람과만 대화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과는 대화할 수 없는 것 아니냐"라는, 거의 원론적이고 하나마나한 답변을 연거푸 반복했습니다. 자기모순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지요.
앞서 그는 "할수 있는 약속만 하려 한다"는 말로서, 자신의 나이브한 스탠스를 계속 합리화합니다. 하지만, 도대체 그가 약속한 것중 "이정도면 달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공약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습니다. 안희정의 약속은 박근혜의 그것과 매우 유사합니다. 우기면 지켰다고 할 수 있는 약속 - 대화하는 정치 한다,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준다, 진보적인 정치 보여주겠다 등, 수치로 객관화가 불가능한 것들입니다. 문재인이 공공부문 일자리 80만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것과는 대비됩니다. 문재인의 나이브함을 오랫동안 걱정해왔는데, 안희정의 나이브함에 비교할 때 오히려 문재인은 명확한 로드맵을 가진 정치인이라는 걸 알았지요. 안희정은 공약의 달성 기준조차 제시하지 못하므로 평가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할 수 있는 약속을 하는 것과, 국정운영의 기조를 세우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대통령이 100을 하겠다고 했을 때, 강한 의지로 50~70%만 달성해도 성공한 대통령입니다. 하지만, 안희정은 처음부터 50~70%를 말하고, 그 100을 달성하겠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식이면 처음 주장한 50~70% 중 50~70% 정도, 즉 25~50%만 달성하게 됩니다. 지지율이 높은 임기 초반을 나이브하게 보내면, 후반부는 더욱 힘이 빠져버리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안희정이 보강해야 할 부분.
1. "할수 있는 약속만 하려 한다"는 말을 버리고, 기존 공약 중 달성기준이 불명확한 공약에 대한 명백한 달성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노무현의 4대개혁의제는 실패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미래를 내다본 의제임이 증명이 되었고, 이것이 국민의 정치지형을 뒤집은 동력이 되었습니다. 안희정은 젊고 패기있는 사람 치고는 실패를 너무 겁내는 겁쟁이 같습니다. 실패를 하더라도 역사의 옳은 방향이라면 긍정적으로 평가가 될 터입니다. 정치인으로서 당당히 평가받을 수 있는 객관적인 달성기준을 제시하십시오.
2. "대화하는 국회, 싸우지 않는 국회"같은 원론적인 스탠스를 실천할 구체적인 과정을 짜야 한다.
예를 들어, 새누리당과 대화할 때, 이들과 대화가 가능한 대상이나 의제를 가르는 기준을 명백히 제시해야 하고, 연정 및 협치의 우선 대상을 제시해야 합니다. 또한, 연정과 협치의 대상이 될 국민의제가 어떤 것이 있고 자신의 생각이 어느방향인지 제시해야 합니다.
보강해야 할 부분을 보강하고 나면 제 안희정에 대한 지지여부가 바뀔수도 있으나, 지금으로서 제 기준으로는 두말없이 탈락. 노무현만 입밖에 많이 꺼낸다고, 노무현 대신 감옥갔다고 지지해줄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