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ㆍ4 지방선거 과정에서 한 광고물 제작업체가 새정치민주연합 선거캠페인을 위해 수십억 원 상당의 선거용품을 제작했으나 약속했던 납품이 이뤄지지 않아 관련업체 10여 곳이 부도 위기에 몰렸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업체는 당시 제작한 선거용품 보관을 위해 한 달에 1500만 원가량의 보관비까지 석 달째 물고 있다고 밝혔다.
22일 이 업체 대표 이모 씨는 사건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전 홍보국장과 당직자 등 관계자들을 고소했고, 상대방 역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사건이 시작된 것은 지난 3월. 전 민주당 홍보국장 연모 씨가 광고물 제작업체 와이드애드 대표 이모 씨를 찾아와 새정치민주연합의 '블루바이크' 선거캠페인에 필요한 자전거와 가방 등 선거용품 제작을 요청하면서부터다.
'블루바이크' 선거캠페인은 새정치민주연합이 후보자들이 유세 차량 대신 자전거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하도록 권장한 캠페인이다.
연씨와 동업하기로 한 이씨는 "새정치민주연합 중앙당과의 납품계약서를 요구했지만 연씨가 국회로 직접 데리고 가 사무총장과 홍보실, 공보실 관계자들을 소개해준 뒤 추후 일괄구매를 약속해 이를 믿고 선거용품 제작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이씨는 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을 입힌 '블루바이크' 자전거 5000대와 포스터게시대 5000개, 정책홍보가방 5000개, 정책홍보배낭 5000개를 제작했다. 생산원가는 15억원 가량, 납품비용은 38억 5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이 선거용품들은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자들에게 곧장 납품되지 않았다. 중앙당에서는 내부 사정 등을 이유로 구매를 차일피일 미뤘다.
이씨는 "연씨의 말과 행동만을 전적으로 믿고 물품 제작을 위해 수억원의 대출까지 받았지만 계약서를 끝내 작성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씨는 "중앙당 일괄구매를 약속한 적은 없다. 선거법에 저촉되는 일이다. 다만 중앙당의 홍보지원을 약속 받고 후보들에게 판매하려고 했는데 판매가 잘 안 된 것이다. 나도 사업에 투자한 입장에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당시 초조해진 이씨가 물품 납품 진행을 재촉하자 연씨 등은 중앙당에 얘기해보겠다며 도리어 현금을 갈취하기도 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이씨는 "연 전 국장이 중앙당과 공보실, 홍보국에 캠페인 진행 상황을 알아보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해줄테니 1000만원을 현금으로 준비하라고 말했다"며 "지난 5월 16일 5만원권으로 1000만원을 인출해 중앙당 관계자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카카오톡 대화 화면을 캡처해 증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연씨는 "동업자로서 이씨에게 영업비용을 받아 영업활동으로 사용한 것이다. 법인카드가 없으니 현금으로 받은 것뿐이며 중앙당 당직자에게 돈을 줬다면 뇌물인데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지난 5월 22일에는 중앙당에 납품을 마무리시켜준다는 서울시당 조직국장에게도 요구에 따라 현금 300만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이씨는 "연씨의 요구에 따라 지난 5월 20일 기초의원과 광역의원들에게 블루바이크 자전거 171대를 무상지원했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 등이 이씨에게 모두 1300만원의 금품을 요구해 전달받았다는 사건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 자료들을 검찰에 통보했다.
납품업체 대표 이모씨는 "원래 선거와 관련된 일에는 사건사고가 많다는 얘기를 들어서 맡지 않으려고 했는데, 국회에 직접 데리고 가서 의원들을 만나게 하고 공보실과 홍보실에도 들러 잘 제작해 달라고 당부하니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중앙당도 사용자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며 "지금 창고에 쌓여 있는 자전거들은 도색한 것이라서 다시 팔 수도 없고 후회가 막심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