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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쓰는 군대 실화
게시물ID : panic_848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호두빵
추천 : 11
조회수 : 257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12/02 20:20:43

군에 복무 했었을 때의 일이다. 

이 사건은 막 일병을 달기전 이등병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야기에 앞서 부대 구조를 이해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설명충을 소환하도록 하겠다. 


-- 설명충-- 

우리부대는 정문 초소와 탄약고 보초근무를 서야 했다. 

전차중대였으므로, 탱크에 들어가는 포탄이 크기 때문에 탄약고 또한 독립중대 치고는 꽤 컸던 걸로 기억한다. 

탄약고 초소는 탄약고 보다는 좀 더 높은 위치에 있었고 초소에서는 탄약고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부대생활관에서는 탄약고 초소를 올려다 봐야 했는데 이 탄약고 초소가 산길이 시작되는 구릉에 있었다. 다시말해서 야산으로 들어가는 길 아래에 부대가 있었다. 

탄약고 초소가 구릉에 있었기 때문에 한 눈에 부대 전체를 볼 수 있었다. 

탄약고 초소와 동일 수평선상 위치 건너편에 정비고 2층 창고가 보였다. 

대략 초소와 야산 그리고 정비고가 ㄷ자 형태면 ㄷ 자 안에 생활관이 자리하는 그런 구조였다. 


ㅅㅅ -------정비고창고 
ㅅㅅ ____정비고_____ 
ㅅ야 
ㅅㅅ [ 생활관] 
ㅅ산 
ㅅㅅ ------------탄약고---- 
ㅅㅅ ------탄약고초소(구릉)---- 

(발퀄 이해 바람) 


군에서의 내 보직이 바쁜 보직이라, 행정병이 일과 시간에(통상 오전 9시부터 오후 다섯시 이전)내 보초 근무를 계획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항상 새벽에 근무를 서게 됐는데.. 

이등병때라 내무생활에 대한 기본이 없고 잘 한 다고 노력해도 항상 시간이 부족하여 빈틈이 생기기마련. 

근무 시간은 선임늑대가 이등병아리를 탈탈탈 터는 시간이었다. 

아무튼 거의 근무를 나갈 때 마다 털리고 또 털리고 하루 일과중 못했던것, 거슬리는것 다 끄집어내어 영혼까지 털리고 했던 때라,, 아 오늘도 개털리겠구나 하고 마음을 먹고 근무를 들어가는 나날이었다. 

선임보초는 한창 나를 털고 나면 슬슬 졸기시작했고, 나는 고칠건 고쳐야겠다고 마음먹고 나머지 군더더기들은 한귀로 흘려버렸다. 

아무튼 잡설이 길었는데,,, 

앞에서 말했다시피 이등병이 끝날 무렵이었으므로 어느정도 군인으로써 각이 잡혀가는 상태였기 때문에 선임보초의 갈굼 시간도 줄어가는 때였다. 

사건은 우리 분대 서열 3위 고참과 탄약고근무를 섰을 때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갈굼과 칭찬을 동시에 먹는?때였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새벽 근무를 섰다.(새벽 2시 조금 넘었던 것 같다) 

꾸벅꾸벅 졸던 선임보초가 그날 따라 졸지를 않았고 이래저래 나에게 얘기를 걸던 날이었는데 아마 바람 한점 없는 고요한 초여름의 새벽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선임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서로 마주보고 빗겨 서서, 나는 야산을 바라보고, 선임은 부대 방향을 보고 근무를 서고 있는 때였다. 

야산쪽에서 누군가 저벅저벅 걸어오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당직사관이 순찰오는 줄 알고 급히 선임보초에게 귀띔을 해주었다. 

서로 각잡고 순찰자가 오면 암구어를 물어야지 하고 준비하고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순찰자가 오지를 않는 것이었다. 

발자국 소리는 우리쪽으로 점점 가까워 지는데 사람은 안보이고.. 해서 '아 당직근무자가 몰래 오는구나' 짐작하며 대기를 타는데도


근무자가 안오는거 

근데 그 와중에 저벅저벅하는 소리는 귓전 가까이까지 오고있고

선임하고 나는 벙쪄서 서로 눈만 꿈뻑꿈뻑하고 있는 찰나 

이 발자국소리가 우리가 마주보고 있는 사이를 질러 지나갔다.

그때 선임 표정이 진짜 장관이었는데 아마 내표정도 그랬을 것 같다.


서로 얼어서 말 없이 몇초동안 눈만 꿈뻑꿈뻑 

선임이 "씨발 뭐지"이러고 어이없다는 듯이 나에게 되물었고 나도 그냥 "모르겠습니다"하고 덤덤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날은 근무를 마치고 나서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군소리 없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잘 잤던 것 같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선임과 보초를 서게 되었다. 이날은 그냥 무난하게 근무를 마쳤던 것 같다. 

문제는 그 다음날, 그러니까 발자국 사건 이후 이틀 뒤에 일어났다. 

기억에 새벽보다는 좀더 이른? 자정에 근무 했던 것 같다. 선임보초가 나를 털고나서 졸고 있었는데 그 때 나는 한창 야산쪽을 응시하며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한창 근무를 서고 있는데 누가 야산에서 피리를 불어댔다.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고 그냥 넘어 갔는데 이 피리소리가 점점 선명해지며 우리쪽으로 오는것이 아닌가.

급히 선임보초를 깨우고 이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선임보초도 귀를 세우더니 뭐야 ㅅㅂ 이러더니 나를 급히 야산쪽으로 밀어 넣었다(ㅅㅂ) 

총부리를 앞에 하고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를 외쳤는데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경계하는데 이상한 피리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선임과 나는 다시 고요속에 묻히고.. 

당직실에 보고를 할까 선임에게 물었지만, 별거 아닌것 같다고 산새 같다고 그냥 두라고 하면서 선임과 나는 다시 원래대로 마주서서 한 발 빗겨있는 형태로 근무를 섰다. 

그러고 몇 초 안 지나서 또 누가 피리를 불었다. 

아 시발 뭐지 이러고 둘이 또 벙쪄서 눈만 꿈쩍이는데 
피리소리가 매우 높고 그 음이 일정해서 사람이 부는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이 밤중에 산새가 울지는 않을 거고 새가 운다고 해도 음이 어떻게 이렇게 일정하고 높을 수가 있지? 하고 별의별 생각을 다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또 누가 저벅저벅 거리면서 우리쪽으로 오기 시작하는거 

엎친데 덮쳐서 선임과 나는 얼굴이 하얘지고, 이게 무슨 조화인가이러고 서로 총만 굳게 잡고 있는데 


피리소리는 점점 우리쪽으로 오면서 또렸해지지 저벅저벅거리는 소리도 점점 커지지 근데 사람은 안 보이지.. 

그 혼란의 도가니인 상태에서 또 우리 사이를, 피리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지나갔다.


그것?이 선임과 나의 사이에 왔을 때의 바람이 지나가듯한 느낌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더 기가막힌것은 우리를 가로질러 멀어질 때 소리도 허공을 따라 멀리 옅어졌다는 것이다. 마치 페이드아웃 되듯이.

선임이랑 나는 또 벙쪘다;; 



그날 근무 끝나고 선임하고 얘기를 했다. 아무래도 탄약고 소초에 뭔가 있는 것 같다고 그랬더니 선임도 그런것 같은데 그냥 별일 아니니 신경쓰지 말고 피곤하니까 자자고.. 

그래서 그날도 그냥 잠을 잤다. 


그러고 며칠 뒤 근무 복귀 할 때였다. 확실히 그 때는 초저녁이었는데 그날은 정문 보초를 섰던 날이다. 

탄약고 소초에 투입되는 인원과 같이 탄약고 소초로 향했다. 대동하던 하사 교대장이 탄통을 소초 투입원에게 주고 기존에 있던 소초 근무 인원들과 내려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하사가 "우오아아앜 씨발!!" 이러면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소초를 뛰어 내려왔다. 

다들 놀라서 복귀 인원중 타 소대 최고참이 하사에게 물었다. 왜 그러냐고. 그랬더니 하사가 하는 말이 너네랑 내려오다가 초소를 쳐다 봤는데 초소에 방탄이 세개가 떠 있었다고 했다.( 원래 근무는 두명이 섬) 

당직실에 복귀 보고를 하는데 (이 하사가 평소에 얼굴이 붉은데도 그렇게 하얘진건 처음 봤다) 하사가 당직사관에게 방금있었던 일을 놀라서 보고하니까 당직사관이 웃으면서 "니가 헛거 봤겠지" 이러고 대수롭지 않게 손톱을 다듬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와 선임보초는 이날 이후로 벌벌 떨면서 소초 근무를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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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일병을 달고 보초근무를 들어가지 않게 되었을 때 그러니까 상황병에 투입 될 때

어느정도 업무도 익숙해지고 나서 행정병 선임에게 이 사건을 슬그머니 말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선임이 얘기해 준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데.. 

그 행정병 선임이 갓 부대에 전입해서 내가 보초를 섰던 것과 같이, 이등병 때 탄약고 보초를 설 때란다. (지금은 제대하고 없는 병장 선임이랑 섰다고 했다. 내 사수의 사수라고 함) 그날은 일과 중 한 낮이 었고 부대를 내려다 보며 근무를 서고 있었다고 했다. 주말이라 다들 오침하고 있는 시간이라 연병장에 아무도 없을 때였고.. 그냥 세월아 네월아 하며 보초를 서고 있는데 맞은편 정비고 창고 창문으로 뭐가 휙휙 지나가더랜다. 그래서 유심히 봤더니, 창문에 여자가 서서 이쪽을 바라보는거. 너무 놀라서 선임보초에게 어버버버 거리는데 병장이 하는 말이 "니도 봤냐" 

이 얘기 듣고 내가 뻥 아닙니까? 하고 실실 웃었는데 행정병 선임이 존나 진지 빨더니


"야 진짜야 임마 같이 봤어. 그것도 낮에."


이러고 행정반으로 유유히 들어갔던 선임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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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생활 나중에 탄통을 대량으로 부숴버릴 일이 있어 탄약고 초소 건너서 작업한적이 있었는데 야산쪽으로 초소가 하나 더 있는 것을 발견 했다. 궁금해서 여긴 근무 안서요? 라고 물어봤는데 주임원사가 말하길, 그쪽 초소는 폐쇄해서 안 쓴다고 말했다.

왜 폐쇄 했는지는 나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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