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말년 휴가와 여동생.txt
게시물ID : military_467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몽매난망
추천 : 12
조회수 : 2407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14/07/22 21:30:04
 
제 동생과 저는 4살이 차이가 나는 남매입니다. ㅎㅎ... 어릴 때는 자주 싸웠지만 지금은 친한...? 그럼 썰 시작하겠습니다.
 
(필자는 공군 대구 출신입니다. ㅎㅎ)
(사는 곳도 대구입니다. 이 모든 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적었습니다.)
 
(필자 바보 주의)
 
 
때는 무더운 6월 말.
 
덥고 더운 대구. 지옥의 맛을 보고 있던 대구. 광활한 활주로 위에 내려쬐는 햇볕과 정비병이였던 필자는 비행기가 내뿜는 엔진열에 한창 나부낄 때 였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공군 병장 마지막 휴가를 앞두고 있었기에 그 모든 것은 이미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기분이 좋았죠. 뿐 만 아니라, 당시 '사무실' 맞선임이 한 기수 차이였는데(즉 한 달 차이 필자는 7월 군번 맞선임은 6월 군번) 유급하사를 하여 훈련소로 가버렸기에 필자는 사무실에서 병사들 사이에서는 최고 높은 짬밥의 병사였습니다.
 
그런 말년 병장에게 두려운 것이란... '선임 부사관'님 '주임원사님' 정도 밖에 없었죠.
 
머리를 깎으라는 압박에도 꿋꿋하게 '에이 ~ 선부님 저 곧 있으면 사회 나가야하는데 머리 깎으면 좀 그렇습니다.'라며 선부님과 반장님들의 눈을 피하고 최대한 '라인(활주로)'에 지원을 나가며 꿋꿋하게 간부님들의 눈을 피하며 지냈습니다.
 
 
 
후임들은 지나갈 때 마다 '말년? 말년?'거리면서 놀려댔고 친구들에게는 '말년 나간다. (피씨방) 불 태울 준비해라'며 협박을 하고 다니며 즐거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말년 휴가 3일 전. 금요일 저녁.
 
사무실에서 퇴근을 하고 휴가 보고를 하러 탄약고로 후임과 함께 다녀 온 후, 퇴근을 하였습니다. 역시 여기서도 필자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항시 웃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저녁 식단을 보게 된 저는 짜증이 확 올라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식단표에는 '군대리아'.
 
thumbnail_0(1771).jpg
 
(불금에 군대리아라니...)
 
 
퇴근을 하고 즐거워야할 금요일에 군대리아 라니... 저는 분노하였고 애들을 향해 '말년 나가기 전 냉동 한 번 쏨'이라고 꼬시고...
 
사무실에 있던 10명의 병사들은 그렇게 제 나라사랑카드의 잔고에 살짝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크흡)
 
 
 
네, 여기까진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D - 2
 
토요일 저녁. 전화를 해야할 일이 있어 관물함을 뒤지던 필자는 표정이 싹 굳어졌습니다.
 
 
이때는~1.JPG
 
??????????
 
 
말년 전전날. 지갑이 사라졌습니다.
 
저는 생활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동기들과 후임들에게 '지갑을 보았니?'라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나 역시 대답은 못봤다....
 
일단 말년을 나갈 돈이 없다는 것에 사로 잡힌 필자는 동기들과 후임들에게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만원 만원 만원만~'이라 외치며 말년이고 뭐고 필요 없고 그냥 돈을 빌려댔습니다.
 
그렇게 5명에게 10만원 가량을 빌리고 한숨을 돌렸는데....
 
 
....
 
지갑에는 돈 뿐만 아니라 '신분증'이 있었습니다. 저는 당장 정문에 있는 헌병대에 연락했습니다.
(휴가 나갈 때 필수품 - 신분증, 군번줄, 휴가증 입니다 ㅎㅎ)
 
 
"네, 면회실 병장 XXX입니다."
 
"수고하십니다... 병장 XY 입니다. 혹시, 신분증이 없으면 말년 휴가 못 나가나요?"
 
"네 ㅋ"
(단호박...)
 
....
 
e0092794_4cfc30bfb0286.png
 
 
 
군생활 최대 위기가 닥쳐왔습니다. 월요일이 말년인데, 지갑은 토요일에 사라진 것 입니다.
 
일단 돈을 동기들, 후임들에게 싹싹 긁어빌리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휴가를 나갈 수 없었던 거죠.
 
 
멘...붕.......
 
 
저는 일단 생각난게 가족...이 생각났습니다.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 그것은 바로!! 동생님...!!
 
(못난 오빠 같으니!!)
 
 
토요일 저녁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1633!!
 
그리고 전화를 받자마자 지갑이 없어져서 그런데 '신분증'... 좀 가져 올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동생은 당연히 화를 내면서... "내일 아침에 가게 가야 돼."라며 화를 냈고...
 
"미안 미안.."
 
저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미안하다는 말이 입에 멤돌았고 선임에게 말 할 때 보다 더욱 더 힘들게 말했습니다.
 
"알았어. 그럼 뭐 뭐 준비해야 되?"
 
"어, 내 소속이 어쩌구 저쩌구 쏼라 쏴랄...."
 
 
시크한 여동생은 그렇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오빠로써 상당히 낯뜨거운 부탁이였기에 너무 부끄러웠고 한편으로는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저는 바보 같이 동기들하고 후임들에게 "내일 동생 면회 온다!!"라며 자랑을 해댔습니다.
 
지갑 잃어버려서 동생이 면회를 와서 신분증 주는게 뭐가 그리 자랑인건지... 당시에 저는 굉장히 기뻐서 마구 뛰어다녔습니다.
 
 
 
 
말년 휴가 D - 1
 
아침에 칼 기상을 하여 꿀잠을 자고, 8시에 다시 일어났습니다. 기쁜 마음에 혼자 들떠서 아침부터 샤워를 해댔습니다.
 
9시. 동생에게 전화하니 10시쯤에 도착한답니다. 생활관에서 정문까지의 거리는 ... 걸어서 40분 걸리는 먼 거리입니다.
 
부대 내에서 운행하는 셔틀 버스를 이용해 9시 40분쯤에 면회실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거기서 평소와는 다르게 예쁘게 옷을 입고(집에서는 츄리닝과 중학교 때 입었던 체육복, 그리고 대학교 1학년 때 체육대회에서 얻은 과T) 화장을 한 단발머리의 여학생이 보이는 겁니다.
 
....
 
물론 다행히도 알아는 봤습니다. 평소와 달리 갭이 좀 심해서 혼란스러웠지만 ... 저는 미안한 마음에 심란한 미소를 지으며 동생을 맞아줬습니다.
 
동생은 무표정한 얼굴로 면회를 와주었고 손에는 가게에서 파는 '치킨'을 한 박스 들고 와주었습니다.
 
시크한 동생은 별 말 없이 조용히 있었고 저는 고맙다는 말을 연신 내뱉었습니다. 그러고 1시간 뒤, 동생은 가게를 열어야 한다며 조용히 나갔습니다.
 
면회가 끝난 뒤 손에 있던 신분증은 오늘 따라 좀 색다르게 보였습니다.
 
 
 
 
저는 그렇게 무사히 말년 휴가를 나왔고, 동생과는 아직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ㅎㅎ(근데 둘 다 안생겨요...)
 
전역한지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 예비군 1년차였습니다.(말년휴가 썰이라 밀게에 올렸습니다 :D)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