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제대하고 첫 학기에 중고 MTB 한 대 사려고 무던히도 열심히 공부 했습니다. 장학금 받아서 엘파마 데오레 급 중고 산악자전거를 손에 쥐었을 땐 정말 뛸 듯이 기쁘더군요. 그리고 지금의 로드 까지. 벌써 10년이 흘렀네요.
여러분은 누군가 처음 자전거에 입문 하려고 하면 무엇을 준비 하라고 조언 하시나요?
많은 분들이 헬멧은 꼭 사라고 말씀들을 하시더군요. 제게 중고 자전거를 파셨던 낡은 자전거 포 주인 아저씨는 조용하고 나긋하게 배려심과 절제력을 가지라고 말씀 해 주셨었습니다.
오유에 자전거 게시판이 있다는 것을 알고 들어와선 베스트 글들을 읽어보다 당황스런 여론을 발견 했습니다.
"한강 자전거 도로에서 달리다가 목줄 풀린 개가 뛰어들면 피하려 들지 말고 그냥 개가 죽더라도 받아버려라."
"헬멧 안 쓰는 것들 진짜 어디 가서 제대로 넘어져 봐야 정신 차리지."
"자전거 도로에 개념없이 걸어다니는 XX 들."
여러분, 자전거 규정 속도가 20 km/h 란 것은 알고 계신가요?
물론 저도 로드 타는 입장에서 이 규정속도가 참 갑갑한 속도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100% 공감 합니다.
그런데 모든 장소가 마찬가지 입니다. 요즘 자동차들 얼마나 좋게 나옵니까? 고속도로에서 규정속도를 100 km/h, 빨라봐야 120 km/h 로 둔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조금만 깊이 밟아줘도 150~160 km/h 까지 나가는 차들이 수두룩한데요.
이 규정 속도들은 복잡한 주변 여건 속에서, 돌발상황이 나타났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한 입니다.
20 km/h 면 충분히 주변으로 시야를 넓히고, 전방에 목줄 풀린 개가 있지는 않은지, 자전거 도로내에 보행자는 없는지 판단할 수 있고, 미리 사전에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범위 입니다. 이 20 km/h 정도의 속도면 이제 갓 자전거 배우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헬멧같은 거 안 써도, 각종 돌발상황을 유도리있게 피해 넘어질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자동차에 에어백 달고, 안전밸트 매면 차들 사이로 곡예운전을 해도 안전운전 인가요?
자전거는 어떻습니까? 평속 30 찍겠다고 컥컥대며 한강 공원에서 내 달려도, 헬멧 쓰면 안전하게 라이딩 하는 거라고 하실 수 있습니까?
어제 저녁에 갓 로드에 입문 한 아내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느라 한강 공원에 잠시 갔다왔습니다만, 언제나 편의점 앞에는 번쩍이는 전조등, 후미등을 달고, 눈에 잘 띄는 형광색 또는 야광 옷을 입고, 헬멧을 쓰고는 맥주를 마시는 자전거 라이더들이 있습니다.
술 마시고 안전밸트 매고 운전하면 안전운전인가요?
술 마시고 헬멧 쓰고 자전거 타는 것 보단 헬멧 안 쓰고 술 안 마시고 자전거 타는 게 훨씬 안전하게 라이딩 하는 방법 아닐런지요?
저도 평속 30 이상 찍고 달릴 때 있습니다. 주말에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도시 외곽으로 나가서 그리 합니다.
가끔 가볍게 기분전환만 하고 싶을 땐 헬멧을 안 쓰고 탈 때도 있죠. 그럴 땐 평패달에 육각랜치로 안장 높이도 조금 낮춰서 서행 합니다.
자전거 보행자가 함께 다니는 곳 에서는 보행자 옆으로 충분히 지나 갈 틈이 있더라도 반드시 한쪽 발은 땅에 내려 보행자가 조그만 위협감도 가지지 않게 하려 노력 합니다.
서울 시 내에서는 평지 고속주행은 아예 포기 하고, 북악 스카이웨이나 남산 같은 클라이밍 만으로 만족 합니다.
분명 개는 공공장소에서 목줄을 하도록 되어있고, 그 부분은 애견인들도 각성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한강 공원에는 개들과 마찬가지로 예측불가이나, 자유롭게 풀린 어린 아이들도 많습니다. 이 어린 아이들도 안전을 위해 목줄이라도 매고 다니라 주장 하실 건 가요?
도로교통법 등 각종 자전거 관련 법규를 들어 질주본능을 두둔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법은 공동체의 합리적 공존을 위해 수시로 지향하는 바가 바뀝니다. 법이 자전거 다 꺼져! 이러면 쿨하게 꺼져주실 겁니까?
제가 어디가서 자전거 가지고 엄청난 포스를 풍길만큼 잘 타는 건 아닙니다. 그냥 딱 10년 탄 만큼만 탑니다.
하지만 짧은 식견으로나마 요즈음 자전거 문화를 지켜보면, 머지않아 한강 공원은 자전거 도로가 폐쇄 되어버릴 것 만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자전거를 좋아하며 타면서도 그 폐쇄 결정에 반대할 것 같진 않네요.
강제 금연 분위기가 조성되기 전, 비 흡연자들로부터 흡연자들이 흡연 장소를 가려 주길 바라는 요구가 이미 있었습니다.
많은 흡연자들은 그 것을 무시했고, 버젓이 사무실에서, 길에서,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했죠.
지금은 어떻습니까? 전 비흡연자 이지만, 가끔 흡연자들을 입장 바꿔놓고 바라보면 불쌍할 정도 입니다.
1. 도심, 특히 공원에서 평속 트레이닝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 평속이 땡기면 본인 스스로 조금만 부지런 해 져서 주말에 도시 밖으로 나갑시다.
2. 헬멧은 안전장비가 아닙니다. 최악의 경우를 위한 보호장비죠. 헬멧 가지고 타인을 몰아세우거나, 비꼬지 맙시다. 그럼에도 주변에 아끼는 동생이 헬멧없이 자전거 타는 게 불안하면, 조용히 자전거 샵에 데리고 갑시다. 그리고 예쁜 헬멧 하나 사 주세요. 이미 그 몇 배로 비싼 자전거도 타고 계시잖아요.
3. 도로에서 자전거 탈 때, 배려심 많은 운전자들은 자전거가 맨 가에차로 오른쪽에 바싹 붙어서 가도 잠시 왼쪽으로 차선 변경 후 추월 합니다. 그게 안전운전 입니다. 안전벨트 맨다고 안전운전이 아니라요. 자전거 탈 때 앞에 보행자가 있으면 잠시 발을 땅에 내려 보행자가 최대한 놀라지 않도록 배려 합시다. 그게 안전 라이딩 입니다. 헬멧 쓰는 게 안전 라이딩이 아니라요.
저는 언제나 처음 입문하는 자들에게 가장 먼저 갖출 것을 배려심, 절제력 이라고 조언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아.... 저녁 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