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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분위기가 왜 변했을까에 대한 짧은 고찰
게시물ID : phil_84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방랑객사
추천 : 1
조회수 : 37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3/07 00:42:34
  요즘 인터넷을 하다 보면 부정적인 글이 많이 보입니다. 자살하고 싶다는 식의 자기부정적인 글뿐 아니라 타인을 무시하고 비난하는 글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이런 분위기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욕먹을 짓을 하지 않는 게 먼저 아니냐는' 식으로 그런 목소리를 차단하는 글이 주류를 이룹니다. 특정 커뮤니티에만 머무는 사람들은 '내 커뮤니티가 변했다면서' 떠납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비단 특정 사이트에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사이트라면 어디든지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글을 쓰는 사람들은 주로 신규가입자입니다. 그래서 흔히 특정 남초사이트 출신이 아닌가 의심할 수 있는데,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기존 유저들 중에도 자신이 그동안 쌓아온 명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 제2의 아이디를 만들어 문제를 일으키고는 합니다. 글의 내용은 예전같은 경우 근거없는 비난으로 도배하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해당 사이트에 대한 정이 떨어지도록 사이트와 관련이 없는 글을 도배한다든지 정보를 조작해서 사이트의 명예를 훼손시킨다든지 하는 식입니다. 

 이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유를 모르는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단순히 관심을 받기 위해서라면 굳이 익명성을 고집하지는 않을 겁니다. 재미를 위해서라면 욕을 먹고 차단을 당하는 순간 그 재미가 사라질 겁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평화로웠던 사이트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2012년 초 MBC에서 방영한 프로그램인 '나는가수다'를 처음 보면서 감동을 느낌과 동시에 우려가 들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은 오랜 노력과 타고난 능력으로 감동을 만드는 형식으로 짜여졌고, 이 프로그램이 우리나라 대중매체에 끼치는 영향이 막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전까지 경쟁은 아름다운 것이었지만, 경쟁 외에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매체가 무척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나는가수다'가 방영되면서 그에 대항하는 프로그램이 포맷을 단순한 재미와 감동에서 경쟁으로 바꾸었고, 우리나라 국민들은 수많은 경쟁에 노출되었습니다. 문제는 TV에서 보여주는 경쟁이 평범한 사람들의 경쟁이 아니라는 점에 있었습니다. 방송사는 이슈를 만들기 위해 1등만을 모아서 경쟁을 시켰고, 경쟁 참여자들은 오랜 노력과 타고난 능력으로 무장한 스타들이었습니다. 시청자인 국민들은 그 감동 생산층에 합류할 수 없었고, 관전자가 되어 1등의 경쟁을 바라보는 것에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시청자는 사소한 방법으로라도 1등의 경쟁에 참여하고 싶었고, 스스로를 평론가로 탈바꿈하기 시작했습니다.

 "내 주관으로 내가 평가하기 때문에 내가 보기에는 내 말이 틀리지 않았다."

 평론가들이 평가의 기준으로 세우는 것은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와 자신의 주관입니다. 들어가는 노력도 별로 없고, 책임의 소재도 덜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오랜 노력이나 타고난 능력이 없는 사람에 대한 비판을 정당화하게 됩니다. 하지만 스스로 노력을 하거나 타고난 능력을 찾고 계발하려는 시도는 포기합니다. 한 계단씩 올라 10층을 올라가 만세를 부르는 사람을 바라보며 '저 높이에서는 저런 포즈를 취하면 안 되는데 말이지.' 라고 하며 정작 자신은 단번에 10층까지 올라갈 수 없으니 포기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10층을 올라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권위자에게 기대는 태도를 보입니다. 정치인과 같은 권력자, 명언을 남긴 철학자의 말을 인용하여 '이것이 나의 뜻이다. 나는 이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는 오랜 노력과 타고난 능력이 없어도 1등이 된 기분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꽤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평론가들이 몇 사람밖에 없다면 문제는 그리 커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최선보다 최고를 요구하는 풍토가 자리잡혀 있고, 풍족한 환경이 결핍되어 있는 상황에서 개인이 노력만으로 1등을 하기에는 부족한 현실입니다. 이런 사회에서 젊은 사람들은 일찌감치 1등이 되기를 포기하고 평론가가 되기를 자처합니다. 학교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배우지만 현실에서는 많고 많은 사람 중에 한 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평론가들은 오늘의유머뿐 아니라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커뮤니티 사이트라면 어디든지 존재하고 있습니다. 



 보통 제가 이런 글을 쓰면 마지막에 해결책을 쓰겠지만, 이는 결국 사회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이기에 쉽사리 무어라 말을 꺼내기가 힘듭니다. 한 가지 기대가 있다면, 평가보다는 인정, 비판보다는 사랑이 앞서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오염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타인에게 빛을 선물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평론가로 변할수록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이러한 존재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마치 사회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듯 보입니다. 

 단순히 재미로 비난글을 남기는 시대는 지난 듯합니다. 요즘 보이는 글에는 수많은 흉터가 보입니다. 경쟁을 포기한 평론가들은 사회에서, 가정에서 입은 흉터를 웃는 얼굴로 감추고 댓글을 남깁니다. 그들의 손등에는 눈물이 말라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단순히 보기 싫다고 떠나거나 욕할 일은 아닌 듯 싶습니다.

 아버지와 다른 내용으로 대화하면서 1시간 넘게 글을 쓰다 보니 내용이 왔다갔다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12시를 넘겨버렸습니다.. 모두 좋은 밤 되시고, 따뜻한 마음이 가득한 꿈 꾸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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