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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어머님과의 전화 한통화
게시물ID : lovestory_848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aptainkim
추천 : 2
조회수 : 34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3/07 17:5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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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퇴근길 어머님과 전화 한 통화> 김인현
 

어무이요, 빵 잘 받으셨닝교?”
퇴근을 하면서 고향의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그래 잘 받았다. 4개라서 내가 하나 챙기고, 3개는 각각 3등분해서 9개를 만들어 할머니들 한사람 앞에 하나씩 비닐봉지에 사서 드렸다”.
쨈이 안에 들어있어서 맛있더라”. “할머니들이 니가 사보냈다고 모두 좋아하더라”. “맛있다고 하더라”, “비싸제, 내가 돈 보내줄까?”
내가 니 사진표지에 나온 책 들고 가서 우리 아들 교수라고 자랑 좀 했다. ㅎㅎ
어머님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으셨다.
 

나의 수필에도 있지만, 어머님은 자식들의 자랑을 하지 않으셨다. 시골에서 여러 집이 있지만, 모든 자식들이 다 형편이 좋은 것은 아니므로, 자식자랑은 삼가는 것이 좋다. 위화감을 조성하니까. 그런데, 어머님의 연세도 80중반을 넘어선 상노인이 되시다보니 변하셨다. 서울에 다녀가실 때면 꼭 시골 노인회관에 가서 한턱을 내어야한다고 하신다. 약간의 용돈을 드리면 그것으로 식사를 한번 사면서 아들집에 다녀온 턱을 내신다고 하신다.
 

이번 설에도 또 말씀을 하셔서 이번에는 용돈보다 학교 마크가 찍히고 맛이있는 고대 빵(롤 케이크)을 사 보내드렸다. 1970년대 80년대에 롤 케이크만큼 맛있는 간식거리도 없었다. 젊은 사람들은 파운드 케이크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나는 부드럽고 옛 추억이 어린 롤 케이크를 선택했다. 4개면 충분할 것 같았다. 며칠을 미루다가 어제서야 보내드렸다.
 

9시경 퇴근길에 갑자기 빵이 잘 도착했나 싶어서 전화를 드렸더니, 위와 같이 말씀을 하신다. 모두 48천원 들었는데, 나한테 비쌀텐데 얼마인지 보내줄까하고 물으신다. 내가 선물로 사 보내는 것을 아시면서도 인사를 하시는 것이다. “얼마하지도 않는데 괜찮니더하는 답이 나로부터 나올 것을 아시고 하시는 말씀이시다. “자랑 좀 했다고 하시는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으신데... 평소와 다른 모습이다. 할머님들이 화제거리가 없으시니 서울 아들집에 다녀오신 이런 저런 자랑을 경쟁적으로 하시나 싶다.
 

우리 고향의 할머님들은 아침식사를 하시고 바로 노인회관으로 가셔서 점심, 저녁도 해결하고 하루 종일 친구들과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신다. 명절에 며칠 서울에 모시게 되면, 답답하다고 하신다. 그리고는 빨리 시골 집으로 돌아가시고 싶어하신다.
 

내가 표지사진이 나온 책이란 Legal Times 20181월호를 말하는 것이다. 지난 설날 때 가져다 드렸을 때에는 크게 반응이 없으셨는데, 사진이 마음에 드셨는지... 할머님들한테 자랑을 하신 모양이다. 아들이 교수라고... ㅎㅎㅎ
 

전철안이라서 전화를 마치려는 나에게 또 말씀하신다.
야야, 인제 옛날 주소로 하면 택배기사가 집을 찾기가 어렵다”.
영덕군 축산항 447 xx“이라고 적어라고 하신다.
나는 어머님이 새주소를 모르실 것 같아서 여쭈어보지 않고, 옛 주소인 축산리 23번지 김인현(본가)“라고 적어보냈더니 하시는 말씀이시다. 87세이신데 우리 어머님은 기억력이 참 좋으시다 싶다.
 

어머님이 흡족해 하시는 것을 보니 학교의 마크가 있는 빵이라서 더 자랑의 효과가 있으셨나 보다. 가성비가 높아서 나도 만족스럽다.
 

곧 지인들과 영덕대게 여행을 가게 되니까 수일 내로 또 뵙게 될 것이다. 항상 밝고 긍정적이신 어머님이시다. 어머님의 자랑거리가 되었다고 하니 나도 약간은 up이 된 퇴근길이었다. (20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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