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total&no=13949614&page=1 저번에 이 책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여 혹시 이 글쓴이가 누군지 아시냐고 물어봤었는데요.
지금은 출시를 했죠. 근데 출판사의 서평을 보니까 엥?
"역차별이 성립되려면 여성에 대한 차별이 아예 없어야 한다"?
이건 그쪽부류들의 주로 써 먹던 논조인데 하는 생각이 딱 들더군요.
그러면서 이거 책 제목을 일부러 노리고 반어적으로 지었구나 하는 느낌이 드네요.
이런 게 문제가 뭐냐면 양성징병에 관심 없거나 무지한 사람들도 쉽게 현혹시켜버릴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사회적 차별당하고 있고 성범죄당하고 있어. 근데 찌질한 일부 남성들이 우리보고 군대가라고 해. 이런 논조에 남성들이 한번 빠져들면 연민, 죄책감을 느끼고 쉽게 현혹되어버린다는 점에서 굉장히 무서운 일입니다.
(출판사서평)
군대 전문가는 축구 전문가만큼이나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병역의 문제는 대통령 선거의 당락에 영향을 끼칠 만큼 민감하고 폭발적인 사회적 이슈다. 분단과 휴전중이라는 특수성 탓에 군대와 관련된 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정치적, 사회적 쟁점이 되곤 한다.
지난 9월을 전후해 결코 새롭지만은 않은 여성 징병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청와대 누리집에서 ‘여성 징병제를 촉구하는 청원’이 진행되어 모두 12만 3204명이 참여했다. 현재의 징병제가‘남성만의 실질적 독박 국방의무’이므로 여성도 징병하도록 법률을 개정하라는 것이었다. 청원 사유들 중, 중심적인 논지는 양성평등을 주장하는 여성단체가 군가산점 혜택을 폐지시켰으니 여성들도 남성과 동일한 군복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역차별을 해소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판단이 성립되기 위해선 현재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없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다른 모든 사회분야에서 양성평등이 이루어지고 있어야만 남성만의 징병이 차별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최근 스위스에서도 여성 징병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정말 이 문제가 이슈화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최근 수년 간 이렇게 여성 징병제 논의를 발전시키고 있는 나라들의 면면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모르긴 몰라도 성 평등에 있어서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국가들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여성 징병제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와는 출발부터 차이가 있다.(115쪽)
‘도대체 군대는 왜 왔어?’라는 불편한 질문,
그리고 합리적인 논의의 시작
저자는 여성과 남성 모두를 향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에서 벗어나 군대와 페미니즘의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우선 ‘제1장 갑자기 무슨 군대 타령?’에서 군대의 역사적인 형성과정을 되짚어보면서 군복무에 대한 일반적인 사회 인식을 비판한다. 저자가 공군장교로 복무하는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도대체 군대는 왜 왔어?’라는 질문에는 국방의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편견이 숨어 있다.
군대는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을 때 굳이 골라서 올 만한 곳이 아니라고, 그만큼 메리트가 없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자랑스러운 군대가 아니라, 되도록 피해야 할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 우리 모두의 안전과 평화를 위한다는 군대의 존재 의미를 따져본다면 매우 아이러니하고 씁쓸한 상황이다.(17쪽)
군대의 존재 의미에 대해 먼저 공감하고 인정하는 것에서 여성 징병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발전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편 가르기를 벗어난 합리적인 논의를 희망한다
성차별에서 비롯된 사회적인 논의들은 쉽사리 소모적인 논쟁으로 변모하기 일쑤다. 여성 혐오는 남성 혐오 논란을 거쳐 상호 혐오로 자리잡고, 심지어 여성 전용 주차장은 여성특권으로 공격받는다. 생산적이지 않다. 해결의 실마리는 사라지고 언제나 평행선을 달리는 대립만 남는다.
또한 여성학자들의 논의는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남녀의 이분법적인 젠더 규범이 성차별적인 현실을 은폐하고 남성 중심사회의 이익에 기여한다며 양성평등에 반대한다는 논의까지 진행하고 있다. 논리적으론 이해되지만 단번에 가슴까지 와 닿지는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여성이 우월하다, 여성 만만세를 외친다기보다는 어떤 사람이 타고난 성에 의해 그에 맞는 사고와 언행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페미니즘에는 여러 갈래가 있고 계파도 있지만 큰 줄기는 일맥상통한다. ‘여성과 남성은 동등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당연하게도 ‘페미니즘은 가부장제에 비해 옳은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다.
아, 먼저 페미니즘, 가부장제, 이런 용어가 나오니까 거부감이 훅 느껴질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주변을 살펴보니 여성들 중에서도 ‘페미니즘’이나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너무나 급진적이고 세상에 불만 많은 여자들이 하는 특별한 정치적 행동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그 두 단어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을 함축적으로 말하는 것일 뿐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별게 아니다. ‘세상 모든 인간은 다 동등하다’는 일견 당연해 보이는 주장을 여성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마틴 루터 킹은 인종 차별의 관점에서 흑인 해방 운동을 했던 것이고 페미니스트들은 성 차별의 관점에서 여성의 권익을 주장하는 것일 뿐, 본질은 같다. 그리고 가부장제는 백인우월주의나 나치에서처럼 특정한 인간 부류, 즉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전제로 만들어진 모든 사회문화적 제도 및 분위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우리가, 대명제인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에 동의를 한다면 페미니즘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임에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81~82쪽)
일단 읽기 시작하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
나는 대한민국의 남성들이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그들의 사고를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군대’라고 생각한다. 시민권이 어쩌고, 사회적 약자가 어쩌고 해봐야 안 들리는 것이다. 귓구멍을 막고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아아아아아, 난 안 들려, 안 들려. 그래서 뭐? 난 군대 가는데? 넌 안 가잖아!”
그 반대에 서 있는 여성 역시 평생 군대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남성만이 징병되는 이 사회에서 남성 개인들에게 아무리 ‘너희가 강자’라고 해도 그들은 ‘나는 강자가 아니라고,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우리나라의 모든 페미니즘 논쟁은 깔때기처럼 남성 징병제로 빨려 들어간다. 우리 삶을 휘감고 있는 이 거대한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한민국 여성들이 강력한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가 왔다.(126~127쪽)
《나는 여성 징병제에 찬성한다》는 남녀 모두에게 오해받기 딱 좋은 제목이다. 쉽사리 변할 수 없는 일반 대중의 확증 편향성과 현상유지 편향성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엄연한 사실로서 인정해야 하며, 여성의 정당한 시민권과 사회적 발언권 획득을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서 여성 징병제가 매우 중요한 사회적 의제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공감으로 이끌어간다.
특히, 머뭇거리지 않고 자신의 논지를 명쾌하고 유머러스하게 펼쳐나가는 저자 주하림의 글은 대단히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