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점심 먹고 XXX해수욕장을 간거야. 근데, 사귄 지 두 달도 안된 여친님께서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하더라구. 난 아직까지는 센스있는 매너남친이니깐, 그녀에게 깔끔한 화장실에 가자고 했지. 멀지 않은 곳에 바다가 보이는 멋진 카페가 하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 카페에 들어서서 여친님은 화장실에 갔고 난 이층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어. 웨이터 아저씨가 메뉴판을 가져다 주었고 난 '일행이 오면 주문할게요'하고 여친님을 기다리며 둘러봤어. 카페 안에는 15~20여개의 테이블이 있었고, 절반 정도 손님이 차 있었어. 여친님은 화장을 고치는지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듯 했어. 아저씨 웨이터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정도였는데, 다크서클이 꽤 심하더라구.(이 부분은 복선이야. 좋지 않은 선입견을 미리 깔아두는 내 의도가 있어)
드디어 여친님이 오시고, 메뉴판을 봤는데, 우유가 6천원, 콜라가 7천원 커피가 8천원 하는 그런 카페야. 솔직히 점심 먹고 차 마신 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마실 생각이 별로 없었고, 우선 가격도 맘에 안들었더. 여친님도 그랬지. 그래서 9천원짜리 생과일 주스 한잔만 주문했어. 그런데 그 웨이터 아저씨가 황당하게 되묻더라구. "한잔이요?' 하더니, 바로 옆에 있는 다른 웨이터에게 약간 큰 소리로 물어보더군. 마치 나 들으라는 듯이 -요 부분은 내 주관적인 느낌이야- 말이야. "한잔도 되나?" 그러더니 다시 나에게 "손님, 한잔은 안되는데요? 아시겠지만, 주말이고 또 두 분이서 한잔을 시키는 건 안됩니다." "아 그래요? 잠시만요~" 웨이터 아저씨는 두어걸음 뒤에서 주문을 기다렸고, 난 재빨리 머릿속을 정리했지. '어짜피 여친님 화장실이라는 최종목적은 달성한 마당에 이대로 차를 두 잔 시키는 건 뭔가 당하는 느낌이다. 마치 돈 아끼려구 한잔 시키다가 안된다고 하니까 마지못해 원치도 않는 걸 시키는 꼴이잖아. 돈 아까운 게 사실이지만 원하지도 않던 음료를 저 웨이터가 보는 가운데 맛있게 쪽쪽 먹을 생각하니 비위가 상하는구만!' 그래서 여친에게 눈짓하고 들으라는 듯이 말했어. "한잔은 안된다니 할 수 없네. 나가야겠다"
나오는데 웨이터 아저씨가 기막히다는 표정으로 보다가 혀차는 감탄사를 내뱉더라구. 그래서, 지금 나도 기분 나쁘고 그 웨이터도 기분 나쁘고....말은 안하지만 내 여친님도 기분이 나쁠 것 같아. 그런데 과연 객관적으로 누가 더 기분이 나쁜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