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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생활 중 수색 나갔다 처음 본 시체
게시물ID : panic_850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errard
추천 : 21
조회수 : 9081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5/12/12 23: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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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기에 앞서 100% 실화고 양념은 제대로 기억 안 나는 자잘한 대화내용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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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의경으로 입대했고 모 기동단 출신입니다.

윗 고참들이 줄줄이 비엔나처럼 본부, 청으로 빠지는 바람에 운 좋게도 상경 5호봉 쯤 소대 2석을 잡고 분대장 견장 차고 으스대던 때에,

일기타(일일 기동 타격대 출동 대기조 같은 것.)는 조용히 끝나고 점호 역시 끝나고 당직인 부소대장님이랑 내기 스타 한 판 하고 있을 때에,

행정반으로 전화 한 통이 왓는데, 순간 짬은 헛으로 먹은 건 아닌지 개랜컨하면서도 느낌이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대원당직이 전화받고 부소대장님께 하는 말은,

" 부쇄장님~~ 공원 쪽 실종자 수색 지원요청 왔습니다. "

부소대장님도 전화받고 예~ 예~만 그러시더니 전화 끊고 한숨을 쉬며,

" 20분 뒤까지 집합 방송쳐라.. "

나랏밥 중에서도 제일 낮은 밥을 먹는, 짬밥 먹는 군인의 서러움을 뒤로 하고 바로 출동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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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급하게 편성된 출동이니만큼 당직 간부 2명만 나왔고, 그렇게해서 도착한 곳은 거짓말 안 하고 제가 살던 동네..

간부 2분과 전령 3명이 관할 파출소에서 여차저차 설명을 듣기를,

50대 중년 남성이 실종됐고 방금 공원 못 배수구(공원 중앙에 큰 못이 있는데 거기 물 빠지는 곳.)에서 실종자가 타고 나간 자전거가 발견됐다고..

공원 중앙에 큰 못이 있고, 못을 둘러싼 산책로가 있고, 산책로 옆 완만한 동산을 한참 올라가면 등산로가 나옵니다.

산책로에서 등산로까지 수색하는 게 관할 파출소에서 내려준 과제였고,

산책로가 한 중대가 커버하기엔 너무 넓어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일렬로 쫙 줄지어서 올라가진 못하고 짝을 지어 올라가기로 하고 저는 부전령과 같이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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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밝기도 감지덕지. 진짜 바로 옆에 있는 부전령도 제대로 안 보일 정도.
 앞은 하나도 안 보이고 산책로에서 등산로까지 일자로 가는 길이다 보니까 그냥 밤중에 산 타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됨.)

" 고등학교 수상스키부 할 때 저 못에서 수상스키 겁나 탔어. 저 물 개똥맛나 ㅋㅋ "

" ~상겸 우리 진짜 맞춰 나가서 술 한잔 해야되는 거 아닙니까?" 

손 후레쉬 조그만 거(주황색 불빛 나오는 밝기 x인 보급용 똥후레쉬) 두 개 들고 요리조리 훑으며 올라가며 부전령과 수다를 떨고 있을 때, 그 때가 아마 10분? 20분쯤 올라갔을 때였을 겁니다. 순간 부전령이 후레쉬로 요상한 걸 비추는 겁니다.

가지런히 놓여있는 신발과 옷가지들, 날씨에 맞지 않는 등산 아우터 등이 가지런히 놓여있길래 내심 불길한 예감으로 중대무전병에게 무전을 쳤습니다.

" 수인 옷가지 가지런히 놓여있는데 어쩔까요? "

" 더 올라가 봐. " 

당직소대장님 목소리가 무전기로 나오고 또 어쩔 수 없이 등산했습니다.

여지껏 그렇게 떠들며 올라왔는데 그 후론 진짜 둘이 한마디도 안 하고 긴장하고 올라가다가 결국 마주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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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나쁘다고 해야 하나.. 제 후레쉬에 발견되는 바람에 가장 먼저 그 사람 표정을 보고 말았습니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그냥 여태까지 살면서 본 가장 흉한 사람 모습.

흐릿하게 빠져나올 것 같은 눈알, 새파란 입술, 힘 없이 축 쳐진 몸뚱이나 로프에 걸린 목을 보고 있으면 들어서 빼내주고 싶은데 만질 수도 없고 만지기도 싫은 모습.. (한 손은 로프를 잡고 있었는데 목에 끼어서 손가락 뼈가 으스러진 거 같았음.)

부전령과 패닉상태로 당직간부님께 무전기 쳤습니다.

" 소대장님 찾았습니다... "

" 관할소에서 과학수사대 요청했고 수인이랑 지금 갈테니까 산책로 쪽으로 후레쉬 비추고 기다려. 나머지 대원은 전부 하산. "

속으로 ㅅㅂ 미친....  (죽은 사람인데도 뭔가 말 실수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음.)


그렇게 옆에서 (한 5m 떨어져서) 30분을 기다리니까 실종자 가족, 파출소장님, 소대장님과 수인(중대무전병)이 오더라구요.

" 과수사 오려면 더 기다려야 된다, 기다리자. "

그렇게 옆에 앉아 산책로 쪽으로 계속 후레쉬를 비추며 실종자 아니 유가족을 보는데..

초등학교 동창이었습니다. 물론 아는 척은 안 했습니다. 같은 반이었지만 농구부라서 말 섞을 일이 없었던 그런 친구였기도 하고..

암튼 그 친구가 허리에 손 올리고 아저씨를 보는데 울지도 않고 이미 예상했다는 듯한 촛점없고 표정없는 얼굴..

시체 옆에서 1시간 정도 기다린 후 파출소 직원이랑 과수사가 올라오고 나서야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내려와서 중대영웅이 되었지만 그 일이 있고 난 후로 관물대를 열면 그 얼굴이 튀어나올 것 같고, 눈을 감으면 그 얼굴이 생각나고.. 여하튼 심적으로 아주 살짝 힘들었습니다.

특박 3일 받고 부전령과 같이 나와서 올라가며 빈말처럼 한 술 한 잔 했는데, 어떤 미친 짓을 당해도 우리는 목 매달아 죽지는 말자고 다짐을 했네요. 그만큼 쇼크가 정말 상상 이상이었던지라..

아마 전 죽기 전까지 그 아저씨 얼굴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출처 에펨코리아 잇쇼맨 님

http://www.fmkorea.com/index.php?mid=mystery&search_keyword=%EC%8B%9C%EC%B2%B4&search_target=title&document_srl=225518120&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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