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나는 벙어리가 되어간다
게시물ID : lovestory_850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46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3/30 16:52:30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GLlpg1nMJ8A




1.jpg

권대웅내 몸에 짐승들이

 

 

 

늑골에 숨어 살던 승냥이

목젖에 붙어 있던 뻐꾸기

뼛 속에 구멍을 파던 딱따구리

꾸불꾸불한 내장에 웅크리고 있던 하이에나

 

어느 날 온 몸 구석구석에 살고 있던 짐승들이

일제히 나와서 울부짖을 때가 있다

우우 깊은 산

우우우 울고 있는 저 깊은 산

 

그 마음산에 누가 절 한 채 지어주었으면







2.jpg

강현국별이 빛나는 밤

 

 

 

한 고요가 벌떡 일어나 한 고요의 따귀를 때리듯

이별은 그렇게 맨발로 오고이별은 그렇게

가장 아름다운 낱말들의 귀를 자르고

외눈박이 외로움이 외눈박이 외로움의 왼쪽 가슴에 방아쇠를 당길 듯 당길 듯

까마귀 나는 밀밭 너무 솟구치는 캄캄한 사이프러스거기

 

아무도 없소아무도







3.jpg

박서영극장 의자

 

 

 

나는 순정한 눈빛을 가진 짐승을 만나러 간다

영화가 끝난 뒤 맨 뒷자리에 구겨져 앉아 있을 때

 

음악은 초조하게 스크린 밖으로 흘러나가고 불은 성급하게 켜졌고

청소부는 너무 빨리 상황을 정리하려고 했다

 

의자가 짐승처럼 나를 안아 줄 때

외로움은 잔혹하구나연인들이 하나 둘 극장을 빠져나간 뒤

맨 뒷자리 누군가에게 손목 잡힌 채 문득 생각한다

 

외로움은 극장 의자에서 시작되어

극장 의자에 앉아 있다가

극장 의자를 떠나는 것이라고

 

텅 빈 극장 의자들은 맹수가 아니라 착한 짐승이구나

어두컴컴한 방에서 무리지어 참 착하게 순하게 살고 있구나

이곳이 내 실존의 장소처럼 불안하고 평화롭다

 

뭉쳐진 먼지덩어리들

자막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청소부는 너무 빨리 상황을 정리한다

이곳이 내 이야기의 시작이면서 끝일지도 모르는데

스크린의 문장들이 도마뱀처럼 뛰어 달아나고 있다







4.jpg

이성선소식

 

 

 

나무는 맑고 깨끗이 살아갑니다

 

그의 귀에 새벽 네 시의

달이 내려가 조용히

기댑니다

 

아무 다른 소식이 없어

바라보고 있으면 눈물이 납니다







5.jpg

안상학백수

 

 

 

요즘 아내의 방문 여닫는 소리 자꾸만 크게 들린다

도대체 뭘 해요 쿵뭐 좀 어떻게 해봐요 쿵

부글부글 속 끓다가도 끽뭐라 목젖을 잡아당기다가도 끼익

한숨 한 번 내쉴 양이면 그마저 문소리에 끼여 끽

문소리가 격해질수록 나는 벙어리가 되어간다

 

쿵 하는 문소리 사그라드는 틈으로 아내의 목소리

아이더러아빠 식사하세요 해하는 말 엿듣고 눈물 난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