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전역하고 대입 준비하면서 마장동에 있는 큰아버지 가게서 숙식하는 대신 고기 썰었다.
그 때 고생담도 재밌지만 여긴 미갤이니까 ㅇㅇ
그 때 밤이 되면 큰아버지는 귀가하시고 난 혼자 쓸쓸히 가게 뒤 쪽방서 잠을 자고 공부를 했지.
보통 내가 새벽 2시에 불을 껐어, 공부하고 딱 잠드는.
근데 이 날은 내가 좀 피곤했었나 봐.
밤 10시에 잔 건 어찌보면 불행의 시작이었어.
마장동은 축산 도매다 보니 현금이 빨리 돌아.
그러다 보니 범죄의 타깃이 되기도 하고, 소매상들과도 자주 싸우기도 하지.
난 유도도 했고 헌병이었기에 등치도 있어서 큰아버지는 내가 가게를 잘 지킬거라 생각하고 그 당시 생겨나던 사설경비도 안 하던 분이셨어ㅎㅎ
cctv? 불과 십여 년 전 한국에서 cctv는 은행에서나 보던 거였고.
아무튼 그런 경비 취약 지대에서 일찍 잠을 청한 날,
새벽즈음 소리가 들리더군.
창고 쪽에서 큰 소리가 들렸어. 냉동창고 문은 워낙 크다 보니 문 열리는 소리가 컸지.
애초에 두 시에 자던 습관 덕에 아직 채 잠들진 못해선지 그 소리가 또렷이 들렸어.
근데 나는 도둑일 거란 생각 대신 문을 꽉 잠그지 않아 나는 소린 줄 알았지.
그리고 그 짧은 생각이 내 엄지를 평생 굽힐 수 없게 만들었고 말야.
그렇게 새벽 잠결에 나가보니 이거 웬걸.
세 네 놈이 고기를 들고 가더군...
나는 재빨리 망치를 들었지.
아 망치는 쇠꼬리나 갈비 부분을 발골할 때 쓰여.
무섭지만 가게를 지킨다는 일념하에 들어가는데 부스럭 소리가 나버렸어.
그 놈들도 나를 발견했지.
나는 솔직히 도망갈 줄 알았어.
근데 ㅅㅂ 끌톱으로 나를 위협했어. 두 놈은 차로 튀고..
하나인지 둘인지 모를 어둠 속에선 번쩍번쩍
그렇게 나도 망치를 존나 휘두르니 끝내 한 놈이 맞았어.
근데 버틴 건지 두 놈 중 한 놈만 맞힌 건지 모르겠지만,
잠시 지체한 틈에 갑자기 끌톱이 내 손가락에 박혔어.
진짜 ㅅㅂ 너무 아프더라.
그렇게 내가 쓰러지는 찰나 그 놈들 도망가려고 하더군.
ㅅㅂ 근데 나도 열받잖아. 손가락이 진짜 반쯤 벌어지는데 아픈 게 가시기 시작하니 분노가 치밀더라고.
그 놈들 차를 끌고 가려 할 때 봉고 뒤에 매달렸어.
한손은 봉고 뒤를 잡고, 한손은 엄지를 네 손가락으로 포개고.
그렇게 구라 아니고 오 분을 끌려 가니, 차에 이상을 느낀 놈 중 하나가 나왔지.
이제 ㅅㅂ 나도 호기로 한 짓 덕에 위협을 직감했는데.
시장을 지키던 경찰들이 드라마처럼 서 있더라.
마장동 고기서리범들은 그렇게 잡혔어.
애초에 내가 무리 안 했어도 계속되는 절도 상황에 잠복하던 국민의 지팡이들한테 잡혔겠지만.
그 일로 시장 사람들 수능볼 때 떡 사주시고, 등록금 4년치는 물론 10년은 떡바르는 돈도 주고 했어.
아직도 가면 오래 장사하시는 분들은 천엽 같은 것도 주시곤 해.
대신 내 오른손 엄지는 다시는 구부릴 수 없게 됐지만 ㅎ
*** 사진 오른손 엄지 밑에 하얀선이 실밥이야. 아직도 비오면 쑤시고 그래. 실밥을 못 푸는 게 핏줄 근처라서 위험해서 그냥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