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났을 때... 아버지라는 사람에게는 이미 가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배다른 누나가 있었죠.
(같은 배의 여동생도 있습니다. 한 살 아래)
초딩 초반 까지만 해도 아버지라는 존재는 일주일에 한두번만 집에 오는 게 정상인 줄 알았습니다.
그 때만 해도 아버지라는 사람이 집에 올 때마다 큰 소리를 지르며 어머니와 싸우는 게 정상인 줄 알았죠.
그렇게 지내다가 어머니는... 여동생을 데리고 떠나고, 저는 아버지 집에서 지내게 됩니다. - 초 5-6학년 때로 기억합니다.
아버지는 이름 말하면 다 아시는 중학교의 교장선생님이셨습니다.
지금은 생존 여부도 모릅니다. 사실 별로 궁금하지도... 않구요.
교육자이신만큼 나름 엄격한 분이셨고, 그 집에는 다섯 명의 형과 두 명의 누나가 있었죠.
어머니와 살 때는 모든 것을 멋대로 하면서 지내던 천방지축 꼬맹이가 그런 집에서 제대로 생활할 리가 없죠.
결국... 몇달 만에 어머니를 찾으며 울부짖고 별 난리를 치다가 어머님이 다시 데려갑니다.
몇 년동안 이곳 저곳 이사다니고...
나름 공부좀 했던 저는 고 3때 전교 1등도 한번 먹고...
하지만 이상하게 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더군요.
그런 얘기를 어머님께 하면서...
결국 살던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곳에서 교장선생님으로 계속 근무하던 아버지를 보러 가게 됐죠.
아버지는 딱 한 마디 하시더군요.
"날 찾지 마라."
아.. 이 말도 있었죠. "엄마한테 잘해라."
그 때가 중 3인가.. 고 1인가 그랬는데,
그 당시까지는 누나와 동생까지 함께 살다가 어머니의 아들 편애를 견디지 못한 누나는 결국 가출합니다.
저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지방대에 대학 갔고.
(그 와중에... 자살시도 몇번과... 벼라별 일이 다 있었네요 생각해보니)
인문대학 수석으로 4년 장학금을 받으며 들어간 대학에서는 술만 죽어라 퍼먹다가 1년만에 장학금 짤립니다.
1학년 중에 첫사랑도 만나고... 2학년 되니 그녀는 휴학해버리고, 저는 2학년 마치고 입대하고,
자대배치 후 그녀 생각에 두달여만에 탈영 시도하다 영창에 들어가고,
어찌어찌 제대까지 하고,
제대 당시가 IMF 터진 98년이라... 1년이 지난 99년에 간신히 취직에 성공합니다.
그 일자리도 2년만에 때려치고.
그 직장에서 만난 여친도 직장 그만둔 후 1년여만에 떠나보내고.
한동안 개폐인 신세로 지내다가,
그나마 좀 할 줄 알던 영어실력을 살려서 중소기업의 해외영업직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 2005년.
개폐인 시절, 멋모르고 술값으로 질러대던 카드값으로 신불자가 됐지만,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한 후... 생각해보니 그리 길지 않은 시간만에 천만다행으로 시작된 개인회생제도로 다 해결하고, - 2007년.
전 직장 여친 이후 계속된 솔로 생활로 인한 외로움을 못견디다 여기저기 찔러보던 중
양다리도 아닌 세다리녀, 그것도 애까지 딸린 유부녀에게 제대로 걸려 개피보고 - 2008년.
그나마 돈 좀 모았다 싶더니 어머님 쪽 일이 터져 천 몇백이 날아갑니다. - 2009년.
망하는 회사, 뭣같은 사장 등 이런 저런 경험 겪고 여러 회사에서 해외영업 일 하면서,
어쩌다 시작하게 된 알바까지 겸해서... 지금은 순자산 1억 간신히 넘겼고,
나이도 4학년에 들어섰네요.
이런 스토리를 당연히 알 리 없는 지금 회사의 동료들은 왜 결혼 안하냐고 난리지만,
위에 말씀드린 과정과... 이런 저런 일을 생각해보면,
새로운 여자분을 만나게 되더라도,
괴로움을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강해지네요.
- 홀어머님을 모셔야 하는 장남이라는 자리, 여자분들께는 정말 매력적이지 못한 자리라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아버지라는 양반에게 물려받은 것... 전혀 필요치 않았던 것... 바로 대머리.
너무 싫습니다.
지금은 흑채로 연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하이모 같은데 가면 어느 정도 해결은 되겠고 그걸로 눈속임을 해서 좋은 분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금 문제는,
혼자라는 게 너무 싫고, 그 자체로 스스로 스트레스를 너무 받고 있어요.
지금은 직장 다니고 주말에도 알바도 하면서 투잡 인생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고 스스로 엉덩이 토닥거리며 잠드는 나날이지만,
정말 마음 통하는 분 하나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결혼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 지금 우리나라 현실이 어설픈 중산층에게조차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잘 압니다.
그래도 집을 하나 사고 싶습니다. 제 소유로 된.
싸구려 일억 몇천짜리라도 질러보고 싶지만, 지금 어머니는 지방에서 월세로 지내고 계시고,
(생활비조로 카드 만들어드려서 그걸로 병원비 및 생활비 하십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만 등 누일 자리 만드는 것도 좀 그래요.
나이 먹을만큼 먹은 지금, 자신의 삶에 대한 가치는 스스로 부여하는 것이라는 사실 잘 알지만,
가끔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