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언젠가 기억은 안 나는데, 하여튼 집사람이 샤워를 하고 나오길래 힐끔 본 후 졸졸 따라가서 한 마디 했습니다.
"아직도 이렇게 설레는데, 언제쯤 지나야 안 설레게 될까?" (신혼 아닙니다. 올해 결혼 12년차... ㅋㅋ)
그러면서 백허그를 시도했었는데... 집사람이 손을 탁 치며~
"아. 뭐래?"
하고 귀찮다는 듯이 말하더군요.
민망해서 조용히 돌아와서 보던 TV를 마저 봤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해보니, 민망하기도 하고... 또 오글거리기도 하고... 내가 왜 이딴 말을 했을까 하며 후회도 했었죠.
그런데, 그 일이 있은 며칠 후 우연찮게 집사람 카스를 보는데 그 얘기를 떡하니 올려놨더군요.
직장 동료와 처제들, 그리고 친구들이 쓴 댓글을 보면서 또 다시 얼굴이 뜨거워졌습니다.
로맨틱이 어쩌구... 아직도 신혼이 저쩌구... 얼씨구? 절씨구?
하~~ 사실 전 로맨틱 그딴거랑 조금도 친하지 않습니다.
결혼 전에 정식으로 청혼 안 했다고 지금까지도 까이고 있구요. 꽃 선물한 적 한 번도 없구요(이건 집사람이 싫다고, 진짜 싫다고 해서 그런거긴 하지만...), 이벤트 같은건 그 비슷한 것도 한 적 없구요, 무슨무슨데이 챙기는 건 3년 전인가 빼빼로 데이때 과자 대신 오만원과 만원짜리 돌돌 말아서 선물한 적 한 번밖에 없구요...(이것도 처음에 잠깐 기뻐하다가 나중에 돈 그냥 주지 왜 말아서 줬냐고 혼났습니다. ㅜㅜ)
아! 그리고 올 해 처음으로 집사람 생일 때 미역국 한 번 끓여 봤습니다. (이것도 둘째 임신인걸 집사람보다 제가 먼저 눈치 채서...)
하여튼 그런 제가 무슨 로맨틱 씩이나 했겠습니까...
그런데, 중요한건 그게 아니고... 제가 저 말 했을 때 속으로는 엄청 좋았나 보더라구요.
겉으로는 안 그래 보였었는데 말이죠.
하여튼 그 후로는, 농담으로라도 기분 나빠할 말은 안 하구요... 최대한 진심을 담아서 말을 하게 됐습니다.
요즘 게시판에 아재... 아재... 하는 소리가 많다 보니까 오지랖 넓게 아재들에게 이 말 꼭 해주고 싶더라구요.
아재들... 집사람한테 잘 합시다. 집사람의 표정이 집 안의 표정이 됩니다. 말 한 마디가 집 안의 평화를 가져다 줍니다.
생각만 해도 느끼해지고 거북해지는 말들... 그거 마음에 짱박아 놔봐야 아무 소용 없습니다.
끄집어 내서 집사람에게 과감하게 던지십시요. 자다가 이불 뻥뻥 차는 한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던지십시요.
그리고... 아재들... 혹시 성공하게 되면... 멘트 공유좀...
제 머리로는 또 저런 상황 만들기가 쉽지 않을 거 같아서요. 좋은 멘트 있으면 같이 공유합시다.
그리고 이걸 보는 아지매들도 살면서 이 소릴 들을 때 참 기분 좋더라... 하는 멘트 있으면 좀 풀어 주세요.
간절히 부탁 드립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