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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애기 고양이 잠깐 보호자 되었다가 회복안되는 감정  
게시물ID : animal_973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보낙
추천 : 7
조회수 : 53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7/28 11:26:16

흔히들 말씀하시는 냥줍을 어제 처음으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감정이 흔들려서… 출근했는데도 멍합니다.

오유는 글 써본적 거의 없고 베오베만 보는 정도였는데글이라도 쓰면 감정이 정리될까 싶어 어제 일들을 써봤습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읽기에 밝은 내용이 아닐수 있습니다.

 

 

 

 

 

일요일 점심전에 집사람과 딸들을 데리고 집 뒤 공원으로 산책나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햇빛이 너무 뜨거워서평소에 돌아오던 길과 다른 차길로 가던 중에

 

‘엄마 저기 고양이 있어요’

 

다섯살난 큰 딸아이가 갑자기 소리쳐서 봤더니차도 옆 하수구 쪽 땡볕에 아기 고양이가 누워 있었습니다.

주택가와 동산이 있는 동네라 흔히 보이는 길고양이겠구나 싶어서 귀찮은 마음에 그냥 갈까 했습니다.

부끄럽지만딸아이가 먼저 소리쳐서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 솔직한 이유였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뒷다리를 못 쓰는 거 같았습니다.

우선 가지고 있던 물을 먹이고집사람은 몇몇 협회에 전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요일이라 연락이 안되더라구요.

119는 이런 업무는 하지 않는다고 하시구요.

 

집사람은 양산으로 고양이에게 그늘 만들어주면서전화 돌리고

저는 우선 애들이 졸려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사람이 밖에서 한시간 가량 있었던 거 같아요.

땡볕에 계속 있는 집사람이랑 고양이가 걱정되서 안되겠더라구요.

우선은 종이상자를 챙겨가서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기력회복할수 있도록 설탕물이랑 급하게 검색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넣어주고다행히 그 사이에 어느 동물보호협회 당직자 분과 연락이 됐어요.

당장은 어렵고 2~3시간 뒤에협회와 연계된 동물병원을 소개시켜 주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연계된 병원에서는 병원비 최소화해주실 수 있다고 하시구요.

대신 임시 보호처는 제공할 수가 없다는 말씀도 해주시구요.

 

딸들 밥 먹이고사이사이에 고양이는 잘 쉬고 있는지 한번씩 가서 보고 그랬죠.

어떻게 보면 늘어져 있는 것도 같고어떻게 보면 편하게 쉬고 있는 것 같았어요

힘도 없고 작게 야옹만 하고.

 

뭔가 찜찜했지만협회분의 전화를 기다렸어요

지금 생각하면 가장 후회되는 부분입니다.

 

기다리는데 기분이 이상하고뭔가 안되겠다 싶어 우선은 집 근처 큰 동물병원에 갔어요.

진료 맡기고 기다리니 담당의사분이 오셔서 체온이 너무 낮아서 히팅패드올려주고 뜨거운 바람 드라이 하고 있는데 체온이 안올라간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아마 이 방법으로는 어려울거라고도 하시구요.

따뜻한 수액을 주면 나아질수도 있는데 이미 히팅 비용이 6만원 가량나왔고수액추가하면 총 15만원 정도 든다고 하셨죠.

 

솔직히 외벌이 두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부담이 된다면 되는 금액이라집사람과 병원에서 잠깐 고민했었어요.

그래도 살리고 보자는 생각에 다시 의사분 면담 요청하고 수액 놔달라고 했더니갑자기 말이 바뀝니다.

그냥 수액 놓는 건 의미가 없으니추가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그럴려면 비용이 10만원 정도 더 들어간다고.

그래도 살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일이라고 합니다.

말이 바뀌는 부분이 못미덥기도 하고 비용도 이제는 만만치가 않아서저희 부부는 일단 하던 히팅만 마저 하고 그사이 협회분이 소개해준 병원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소개해주신 인근병원으로 가니원장님께서 가자마자 바이러스 검사엑스레이수액조치 해주셨어요.

비용이 걱정되서 여쭤봤더니비용은 걱정하지 마시라는 말씀 해주시고 당장 필요한 조치를 해주셨습니다.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졌었죠.

수액맞고 검사 결과 기다리는 동안근처에 살고 있는 동호회 친한 누나가 나와주셔서 수다도 떨고 했어요.

 

사실 협회분께서 병원비는 지원되지만 비용 때문에 임시보호처 제공은 어렵다고 말씀해주셔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작은 아기 고양이가 수액맞고 있는 모습을 보니,

살아만 주면 ‘새식구로 맞아도 괜찮지 않을까’ 아니면

‘부산이라 멀긴 하지만 캣맘하고 계시는 두 고양이의 집사이신 엄마 에게 맡기면 받아주지 않을까’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었죠.

 

한시간쯤 지나서 원장님이 엑스레이 보여주시면서 설명해주시더라구요.

교통사고 때문에 대퇴부 골반이 완전히 부러졌고방광도 보이지 않고내장도 파열된거 같다고.

골반이 부러진것만이라면 어떻게든 소생시켜 보겠지만지금은 너무 힘들다고.

보내주는게 좋을 것 같다고 어렵게 말씀하셨습니다.

 

듣다보니 울컥했습니다.

글쓰다보니 다시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옵니다.

 

그냥 처음 발견했을 때빨리 병원을 왔더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편안하게 보내줄 수 있지 않았을까.

내 자식들 밥 먹이느라 웃고 떠드는 2~3 시간 동안쉬는 줄 알았던 그 시간동안 얼마나 춥고 무서웠을까.

처음 간 그 병원에서는 왜 사실대로 말해주지 않고어이없는 처방만 했을까.

 

집사람이랑 자려고 누웠는데집사람이 그 고양이 눈동자가 잊혀지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고양이가 힘없이 울던 소리가 계속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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