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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나의 시는 나의 그늘이다
게시물ID : lovestory_851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44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4/10 19:10:10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new

BGM 출처 : https://youtu.be/QvAztkxFmCE





1.jpg

정철훈자정에 일어나 앉으며

 

 

 

폭풍 몰아치는 밤

빼꼼히 열린 문이 꽝 하고 닫힐 때

느낄 수 있다

죽은 사람들도 매일밤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한다는 걸

내 흘러간 사랑도 그러할 것이다







2.jpg

이상국그늘

 

 

 

누가 기뻐서 시를 쓰랴

새들도 갈 데가 있어 가지를 떠나고

때로는 횡재처럼 눈이 내려도

사는 일은 대부분 상처이고 또 조잔하다

그걸 혼자 버려두면 가엾으니까

누가 뭐라든 그의 편이 되어주는 것이다

나의 시는 나의 그늘이다







3.jpg

문정희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다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 보라

심장 저 깊은 곳으로부터

눈물 냄새가 차오르고

이내 두 눈이 젖어온다

 

흙은 생명의 태반이며

또한 귀의처인 것을 나는 모른다

다만 그를 사랑한 도공이 밤낮으로

그를 주물러서 달덩이를 낳는 것을 본 일이 있다

또한 그의 가슴에 한 줌의 씨앗을 뿌리면

철 되어 한 가마의 곡식이 돌아오는 것도 보았다

흙의 일이므로

농부는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지 않고

겸허하게 농사라고 불렀다

 

그래도 나는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라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보면

눈물샘 저 깊은 곳으로부터

슬프고 아름다운 목숨의 메아리가 들려온다

하늘이 우물을 파놓고 두레박으로

자신을 퍼 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4.jpg

김지유데칼코마니

 

 

 

뭉그러져야

완성되는 그림

형체도 없이

짓이길 때

비로소 만나는

늘 처음 보는

나비데칼코마니

끈적이는 우연이

달라붙어

양쪽 날개는 찢기고

지루한 연애가

몸을 바꿔 오는 시간

펼쳐지는 것이

나비만은

아니었겠지

하지만

짓누를수록

기억은 더 푸르게 날아

지독한 사랑을

하지베테랑처럼







5.jpg


김선우여울목

 

 

 

무릉계에 와서 알았네

물에도 뼈가 있음을

 

파인 돌이 이끼 핀 돌 안아주고자 하는 마음

큰 돌이 작은 돌에게 건너가고자 하는 마음이

안타까워 물은 슬쩍 제 몸을 휘네

튕겨오르는 물방울

 

돌의 이마 붉어지네 물 주름지네

주름 위에 주름이 겹쳐지면서

아하저 물소리

내 몸에서 나던 바로 그 소리

 

나 그대에게 기울어가는 것은

뼛속까지 몽땅 휘어지는 일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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