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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길목에 서 있는 바람
게시물ID : lovestory_851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9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4/12 18:26:51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new
BGM 출처 : https://youtu.be/lG5mSHM1iBI




1.jpg

박현득특근

 

 

 

하루 품삯 곱빼기인

국경일도 일요일도

 

집안의 상처들을

꿰매고자

출근한다

 

밤늦게

집에 들어가면

상처가 또

곪아 있다







2.jpg

여태천단단한 문장

 

 

 

뻐가 점점 야위어간다

생각이 단단해질 때까지

우유를 마시고 또 마신다

 

뼈가 튼튼해야 하는데라고 쓰는데

이미 생각은 수정할 수 없이 단단해져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언어에 대해

뼈에 대해

뼈의 문장에 대해

 

두 팔과 머리는 이미 충분히 단단하다

 

단단한 언어가 만드는

저 생각의 근육들을 좀 봐

 

점점 건강해지고 있는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저 생각이 나를 만들었다







3.jpg

김사인오누이

 

 

 

57번 버스 타고 집에 오는 길

여섯 살쯤 됐을까 계집아이 앞세우고

두어 살 더 먹었을 머스마 하나이 차에 타는데

꼬무락꼬무락 주머니 뒤져 버스표 두 장 내고

동생 손 끌어다 의자 등을 쥐어주고

저는 건드렁 손잡이에 겨우겨우 매달린다

빈 자리 하나 나니 동생 데려다 앉히고

작은 것은 안으로 바싹 당겨 앉으며

'오빠 여기 앉아비운 자리 주먹으로 탕탕 때린다

'됐어오래비자리는 짐짓 퉁생이를 놓고

차가 급히 설 때마다 걱정스레 동생을 바라보는데

계집애는 앞 등받이 두 손으로 꼭 잡고

'나 잘하지하는 얼굴로 오래비 올려다본다

 

안 보는 척 보고 있자니

그 모양 이뻐

어린 자식 버리고 간 채아무개 추도식에 가

술한테만 화풀이하고 돌아오는 길

내내 멀쩡하던 눈에

그것들 보니

눈물 핑 돈다







4.jpg

박남희노숙자

 

 

 

그리움도 저렇듯 웅크리고 있으면

어두워질까

 

온몸으로 신문지의 글자를 읽고 있으면

잠이 올까

 

그리하여

수많은 발자국 소리 속에

먼 발자국 소리 하나 아주 지워질까

 

누군가가 몹시 그리울 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들어와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5.jpg

마종기길목에 서 있는 바람

 

 

 

한 세월 멀리 겉돌다 돌아와 보니

너는 떠날 때 손 흔들던 그 바람이었구나

 

새벽 두 시도 대낮같이 밝은

쓸쓸한 북해와 노르웨이가 만나는 곳

오가는 사람도 없어 잠들어가는

작고 늙은 땅에 손금처럼 남아

기울어진 나그네 되어 서 있는 길목들

떠나버린 줄만 알았던 네가 일어나

가벼운 몸으로 손을 잡을 줄이야

 

바람은 흐느끼는 부활인가추억인가

떠돌며 힘들게 살아온 탓인지

아침이 되어서야 이슬에 젖는 바람의 잎

무모한 생애의 고장난 신호등이

나이도 잊은 채 목 쉰 노래를 부른다

두고 온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

바람이 늘 흐느낀다는 마을

이 길목에 와서야 겨우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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