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역 8번 출구. 언제나 처럼 무심코 지나 지하로 빠른 발걸음을 옮긴다. 눈 앞에 로또 명당이라는 매점이 보인다. 나 또한 이곳에서 자주 로또를 사곤 하였다. '좋아... 로또나 하나 사볼까?..'
지갑을 뒤적이던중, 옆에서 밀짚 모자를 쓴 아저씨가 책을 흔든다. '뭐야.. 잡상인인가..' 라고 평소라면 생각했겟지만, 난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빅이슈' 잡지를 파는 노숙자(과거에)였다. 얼마전 빅이슈 잡지의 존재를 알게 된 나에게, 작은 갈등이 일어났다. 5000원... 나의 희망이 될 수 있는 로또를 살 수 있는 돈이며, 그들의 희망이 될 수 있는 잡지를 살 수 있는 돈이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니 햇빛은 내눈을 찌르며 선택을 재촉하였다.
호기심이었을까? 예쁜 아이돌도 아닌 탤런트 주상욱이 표지모델로 있는 빅이슈를 하나 구매하여 버렸다. 이유가 딱히 있을까. 내 마음속 가식으로 뒤덮힌 온정이 지갑을 열었으리라. 사실 난 착한 사람이 아니라 온정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자랑하기위해 그 잡지를 구매하였는지도 모른다.
잡지를 움켜잡고 바쁜 발걸음을 옮기려 하는 중에, 판매원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저기 이것도 가져가세요~" 나는 당황했다. 무슨 사은품이라도 있는것인가?
아저씨는 가슴팍 주머니에서 작은 레모나 봉지를 꺼내어 나에게 주며 말씀하셨다. "너무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