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어제 일을 이야기할게요. 어제, 자정이 지났으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오늘 새벽에 있었던 일이에요. 오랜만에 친구들만나서 술마시고, 밤늦게 지하철타고 집에 오고있었어요. 그 왜, 지하철 타면 여러가지 유형이 있잖아요. 남들 쳐다보는 사람, 게임하는 사람, 책 읽는 사람 등등.. 저는 첫번째 타입이라고 할까, 별로 할 게 없어서 남들 뭐하나 구경했거든요. 그러다가 어느 여자분하고 눈이 마주쳤는데, 보통은 눈 마주치면 피하잖아요. 그런데 그 여자분이 계속 보는 거에요. 그래서 눈싸움 비슷하게 되었는데 순간 이상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눈을 먼저 돌렸어요. 암튼 이런 일은 처음이라 이상해서 집에 돌아와서 다시 생각하다보니까 필리핀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어요.
이제부터 본론인데, 필리핀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닌 적이 있거든요. 참고로 필리핀은 지하철이 노선도 3,4개 밖에 없고, 다 시설이 안 좋아요. 또, 보통 한국인들이나 다른 외국인들은 지하철 잘 안 타고 다니거든요. 필리핀 놀러오거나 사는 외국인들 정도되면 거의 택시를 타거나 자기 차가 있으니까 대중교통은 잘 이용 안 해요. 그래서 대중교통 이용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잘 못사는 필리핀 사람들이에요. 그러다보니 대중교통 이용할 때마다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꼭 있는 듯 없는 듯 이용하라고 들었어요. 암튼,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한 1미터? 정도 떨어져있는 필리핀 사람하고 눈이 마주쳤어요. 근데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제가 그 때 이상한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눈을 안 피했어요. 그러니까 그 사람도 안 피하고 계속 보는 거에요. 어리석게도 괜히 눈 피하면 얕잡아 보인다고 생각해서 계속 쳐다봤는데 갑자기 순간적으로 표정이 무섭게 변하더라구요. 무섭기도 하고, 내릴 역도 되어서 그냥 눈 피하고 내릴 준비를 했어요. 그리고 역에 도착해서 문이 열리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사람들이 제쪽으로 밀리더라구요. 이상한 건 밀릴 정도로 사람들이 많지 않았거든요. 뭐, 그 때야 얼른 내리자라고 생각해서 사람들 비집고 내리는데 갑자기 바지 주머니에 뭐가 숙 들어오는 게 느껴지는 거에요. 깜짝 놀라서 얼른 손을 가져다 바지 속에 들어온 걸 잡으려고 했는데, 뒤에서 내리는 사람들 때문에 지하철 밖으로 밀려나왔어요. 밀려나오자 마자 확인하니까 아이팟이 없어졌더라구요. 그리고 바로 고개를 들어 지하철 창문을 보니까 그 저랑 눈 마주친 사람이 있는 거에요. 그 때 아이팟을 훔쳐가서 화 나는 것보다 '더 심한 꼴 당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뒷골이 서늘해졌어요.
암튼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만약 필리핀에 가시면 대중교통은 되도록 이용하지 마세요. 혹시 이용하게 되면 무조건 투명인간처럼 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