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꼭대기를 이루는 지배계급의 대부분은 친일파의 후손이거나, 친독재세력 출신이거나, 혹은 둘 다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재산이 곧 권력이다. 이들 지배세력은 제 재산을 대대손손 물려주며 중세 귀족마냥 권력을 유지한다. 이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은 새누리당이다.
그 바로 아래에, 먹고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중산층 이상의 시민 계급이 있다. 이들 중에는 시민운동가 등 이른바 '양심적인' 지식인도 포함되며, 대기업 정규직처럼 사회와 치열하게 갈등하지 않아도 삶을 영위하는데 큰 무리가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은 현재의 새정련이 있으며, 좀 더 민족문제나 적극적인 개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통합진보당을 지지하기도 한다.
더 아래, 사는 것 자체가 하나의 투쟁이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 내 집 한 채 없이 집주인이 월세 올리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는 우리 '서민'들.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은 비교적 다양한 편인데, 그 이유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보니 무슨 문제에 보다 집중하냐에 따라 정당이 갈린 것으로 볼 수 있겠다. 환경 문제나 평화에 집중하는 녹색당, 고용환경이나 비정규직 문제 등에 집중하는 노동당, 포괄적인 사회개혁에 힘쓰는 정의당 등이 이 계급의 이익을 대변한다.
자신보다 낮은 계급의 정당을 지지하는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양심 때문일 수도 있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 타인의 고통을 나의 것처럼 느껴서일수도 있고, 언젠가 나의 삶도 추락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자신보다 높은 계급의 정당을 지지하는데엔 단 하나의 이유밖에 없다. 우매하기 때문이다. 지배계급은 대중을 우매하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양대 보수정당간의 싸움이 정치의 전부로 보이도록 프레임을 짜거나, 외부(대부분의 경우 북한)와의 갈등을 통해 자신들이 단 하나의 정의인 양 행세하거나, 스포츠에 국가관을 투시하는 방법도 있다. 공교육을 통해 '애국, 충성' 따위의 가치관을 주입하여, 인간을 위한 애국이 아닌 국가 자체를 위한 애국에 목매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런 우민화는 지배계급 뿐 아니라 먹고사는데 지장없는 그 아랫계급에서도 일어난다. 중산층 이상의 '양심적'이고 '상식적'인 계급은 적당한 수준의 개혁안을 내놓아, 사회를 변혁시킬 대중의 정당한 불만을 누그러뜨린다. 이들 역시 현재의 사회에서 그냥저냥 먹고 사는것이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회현상들은 이런 계급에 비추어 보면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무현 대통령은 두번째 계급에 속했기 때문에 친일 청산처럼 지배계급을 공격하는 정책과 동시에 FTA, 비정규직 양산 등 신자유주의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정책을 펼쳤다.
정치는 현실이고 인간의 삶 그 자체이다. 누가 무슨 자리에 앉았느니 무슨 당 대표가 누가 됐느니 하는 '정치 뉴스'들은 실은 정치와는 가장 무관한 이야기이다. 이제 당신 삶의 정치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라. 당신은 어떤 계급에 속하는가? 당신의 지지정당은 당신이 속한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