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국딩 때 우리반에는 귀신 씌인 소녀가 있었다. 우리반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은 그 아이와 가까이 하면 귀신을 본다는 거였다.. 그 당시 나는 3학년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그 아이와 같은 반이다 보니 교실을 돌아다니다 혹여나 그 아이와 몸이 닿을까 신경을 쓰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동네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고 있는데 그 아이가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동네 친구들은 우리반이 아니었는데 내가 그 아이를 무서워하자 그 이유를 물었고 나는 친구들에게 귀신이 씌인 아이라고 말해주었다... 곧 밤이 오려는 저녁이라 우리는 괜히 무서웠고 고 그 아이를 피해 달아났다.. 근데 그 아이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쫓아왔다 두 손을 귀신 처럼 앞으로 내 밀고 까만 피부에 긴 까만 머리가 떡져 날리지도 않는 해괴한 상태로.. 근데 반짝이는 두 눈만은 달빛에 반사되어 잘 보였다.. 친구 중 한 명이 넘어져 울었고 나머지는 친구가 혹여나 귀신에게 잡혀갈까 달리던 길을 멈추고 친구에게 달려갔다. 친구 바로앞까지 와서 친구를 내려다 보던 귀신씌인 소녀에게 우리는 발길질과 욕을 했다. 귀신아 꺼지라며 쌍스런 욕들을 마구 퍼부어 대었다.. 어느순간 동네 아주머니가 오셔서 우리를 혼내시며 왜 욕을 하냐고 혼내셨다. 나는 감히 귀신씌인 아이라고 말하진 못하고 그냥 혼나고 말았다. 그 때 그 아이 눈에서 눈물을 봤다. 뭔가 잘못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아이와 나란히 앉아서 우리 다섯명은 이야기를 했다. 그 아이는 학교를 중심으로 나와는 반대편인 동네에 살았고 할머니와 둘이 산다고 했다. 애들이 자기에게 귀신이 씌였다고 처음 그랬을 때 헛소리다싶어 무시했더니 이제는 모두가 자기를 피한다고 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나는 할머니와 둘이살아서 할머니가 잘 못챙겨준다는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머리도 잘 감지 않고 머리에 이도 있고 얼굴도 까맣고 손도 까만거라는걸 알 수 있었다.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여자애들 중에 인기가 있던 아이에게 전날 있었던 일을 말해줬다... 물론 내가 발길질과 모진 소리를 했다는 이야기는 빼고... 그 이후 반에서 인기 있고 공부 좀 한다는 여자애들 세네명 정도가 그 아이를 감싸고 돌았다. 놀리는 아이가 있으면 선생님께 이른다고 협박도 하고 항상 같이 있으면서 지켜주었다.
학년이 바뀌면서 그 아이가 어떻게 지냈는지는 모른다. 잘 지냈는지... 아니면 또 아이들에게 지옥같은 놀림을 당했을런지...
내가 그 아이의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졸업 앨범을 오랫만에 보다가 그 아이의 얼굴을 본적이 있다 여전히 까만 얼굴에 빛나는 눈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