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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스X벅X에서 한 후줄근한 남자를 보았습니다.
게시물ID : lovestory_853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다다이즘
추천 : 6
조회수 : 117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5/04 23:21:16
커피는 다 마신지 오래...친구와의 대화도 거의 끝나고 언제 집에갈까하고 생각하던 중

스벅앞에 한 남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검정 반팔티의 목소매는 늘어났고 밴드형 반바지 그리고 삼선 슬리퍼

그리고는 휴대폰을 통해 뭔가를 검색하며 가게앞의 메뉴판을 보고 있더군요

스벅이 드레스코드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저런 차림의 사람은 안 받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들더군요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것 같아서 고개를 애써 돌렸습니다.

제가 된장녀로 보일수도 있지만 전 최소한 장소에 맞는 차림은 있다고 보는 사람입니다.그게 예의라고 생각했어요

카운터와 가까운 자리라 그 남자의 목소리가 다 들리더군요

"혹시 피치리치 블렌디드 파나요?" 30대중후반? 혹은 그 이상일까?

슬리퍼를 끌고 나온 남자의 피치리치 블렌디드 라는 발음이 어찌나 그리 웃긴던지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그 남자를 쳐다보았습니다. 

제가 속물일까요? 아님 제가 된장녀라 그리 느꼈을까요? 밴드 반바지에 슬리퍼 끌고 온 남자입에서 피치리치 라는 단어가 나오는게 너무 웃기더군요

점원은 "여름 한정 상품이고 지금은 안나옵니다"하고 안내하더군요

남자는 얼굴에 엄청나게 당황한 티를 팍팍 내고는 어쩔줄 몰라했습니다.

그리고는 

"집사람이 임신 했는데 복숭아가 먹고 싶다는데 근처에 복숭아 파는데가 없어서 그러는데 혹시 복숭아가 들어간 메뉴가 있을까요?"

점원은 "딸기피치라고 딸기와 복숭아가 같이 섞인 음료가 있는데요"라고 말하고 남자는 고맙다며 그걸 주문했습니다.

술이라도 취하지 않았나하고 그 남자를 바라보던 저의 눈빛은 죄송함이 먼저 들었습니다.

남자는 그 딸기피치를 만드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도 눈을 안떼고 바라보고는 그 음료를 손에 들고 나갔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분이 다리를 저는거였습니다. 어색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지만 한쪽다리가 불편하신지 다리를 절면서 걸어가셨습니다.

그리고 가게 앞 횡단보도에서 서 있는데 음료 위에 뚫린 빨대넣는 구멍을 손으로 꼭 막고 계셨습니다.

약 5분간 그 분의 겉모습만 보고 저런 사람은 입구에서 누가 막아줬음 좋겠다라고 생각한 저라는 한심한 여자는

그 5분이 지나고 나도 한 남자에게 저렇게 애지중지 사랑 받아봤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괜시리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신호가 바뀌고 아픈 다리를 끌고 가시는 그 남자분의 모습은 처음 본 후줄근한 중년 남자가 아닌 집에 있는 아내에게 복숭아를 안겨주고싶은

멋진 남자가 되어있더군요. 

오늘도 전 제가 어리구나. 세상을 모르는구나. 아직도 사람의 겉만 보고 판단하는구나. 그렇게나 당해놓고라는 생각에 글 몇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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