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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아주머니와 들고양이
게시물ID : panic_853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게바라거바라
추천 : 42
조회수 : 4495회
댓글수 : 25개
등록시간 : 2015/12/30 11:11:21
고양이 한마리가 복수댁 마당 한켠에 따스한 햇살을 이불삼아 누워 있다. 녀석이 복수댁에 정착한지도 2년이 다되어 간다.
 복수댁이 녀석을 처음 본 것은 마당에 닭뼈를 놓아두었던 날이었다. 슬금슬금 다가와 다리뼈 하나를 들고가는 녀석을 보곤, 들고양이 치곤 참이쁘게 생겼다며 남겨진 살점을 부엌에서 긁어와 던져준 것이 그 계기였다. 
 머얼리 던져 둔 고기를 경직된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며 주워 먹던 녀석이, 시간이 지나자 점심 때쯤 복수댁 창문 앞에 올라와 갸르릉 거리며 밥달라고 떼를 쓰는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작년 봄이었을거다. 이른 아침을 준비하던 복수댁의 귀에 새끼 고양이들의 울음이 들려온 것이. 그 소리가 들려오던 곳은 마당 구석의 마대자루 밑이었다. 마대 자루 아래에는 이제 갓 태어나 눈도 뜨지 못한 새끼 고양이 다섯마리를 녀석이 품고 있었다.
 복수댁은 아이고 고놈들 참이쁘네, 고생했다며  녀석에게 닭고기 한마리를 삶아주기까지 했다. 고기 한조각 한조각 떼어 줄때마다 녀석의 입이 오물오물 움직였다. 복수댁은 장난삼아 '얘들은 어떻게 키우려고 그랴. 나는 여력이 안되니 내다 버려야 겠어' 하곤 녀석을 놀렸다. 녀석은 못알아들은 건지 복수댁의 손에 들린 닭고기만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복수댁은 새끼 고양이들이 잘 있나 보려고 마대자루 근처로 향했다. 그러나 마대 자루 아래엔 고양이들의 빈 흔적만 덩그라니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날 점심에도 어김없이 녀석이 창문 앞에서 갸릉거렸다. 복수댁은 밥을 내어 주면서 녀석에게 물었다. 애기들 어디갔어? 야옹아. 당연하게도 녀석은 대답없이 밥을 들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다음날에도 그리고 또 그 다음날에도 녀석의 밥만들고 사라지는 행동은 계속되었다. 복수댁은 왜그러나 싶어 생각하다가 자기가 농담으로 건냈던 말이 생각났다.

 '야옹아 내가 니 새끼들 내다 버릴까봐 그랴? 아녀 농담이여. 걱정하덜 말고 델코와'  다음날 복수댁이 녀석에게 건낸 말 때문이었을까. 
 마대자루 아래에서 다시 새끼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복수댁음 고양이가 영물이라더니 역시나 맞다며 한참이 지난 지금도 녀석 앞에서 함부로 말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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