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 서론 및 살짝 제 푸념이 많이 들어가있습니다!)
전 많이 뚱뚱합니다!!!
뜬금없지만 이 말로 시작해야 할거 같네요 ㅋㅋㅋ
전 20년 넘는 평생을 뚱뚱한 몸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렇다보니 뚱뚱해서 겪는, 좋지 않는 일들을 자주 겪곤 했습니다
저희 엄마부터 어릴때부터 절 볼때마다 살 빼라는 말을, 운동하라는 말을 끊임없이 하셨고
뚱뚱한 몸탓에 초등학생때는 남자애들한테 짖궃은 놀림도 많이 받고
심했을적엔 옆짝꿍에게 수시로 커터칼로 죽여버린다 냄새난다 지방이 어쩌고... 하는 말까지 들었었습니다
저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준 짝꿍에 관한 얘기는 더 쓰면
안그래도 긴 글이 걷잡을 수 없이 더 길어질거 같으므로 패스하겠습니다 ㅋ_ㅋ
마저 얘기하자면 또, 전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산보겸 가볍게 걷는건 오히려 꽤 좋아하지만
숨이 차는 달리기, 등산, 스포츠 등등은 거의 극혐스러워 했었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 뚱뚱하니까 살빼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어린이집때부터 싫어하는 태권도를 억지로 다녀야 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시로 등산까지 억지로 끌려갔고 제가 등산로 앞에서 주저앉아 가기싫다며 대성통곡을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렇게까지 했어도 살이 빠지긴 커녕 제 푸짐한 몸은 그대로 유지가 되었고
학교에서만 놀림받아도 괴로운걸 태권도학원에서까지 추가로 받으니 스트레스만 더 쌓이곤 했었습니다
제가 이런 괴로움을 부모님께 호소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그럼 니가 살을 빼면 되지" 였구요.
그때부터 전 제 뚱뚱한 몸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죄의식까지 가지고 있어야 했었습니다
놀림받는것도 뚱뚱한 몸을 가진 내 탓,
길가다 넘어지는것도 뚱뚱한 몸을 가진 내 탓,
난생 처음보는 모르는 어른에게 뚱뚱한걸로 잔소리를 들어도 내 탓,
전부 제가 뚱뚱했던 탓이었고 살을 빼지 못한 제 탓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했었습니다
물론 저희 어머니가 나쁜 사람이라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살에 관한 것만 빼면 대부분 저에겐 좋은 엄마였죠.
단지 제 뚱뚱함에 관한 일화를 떠올리다보면
아무래도 남보다는 내 가족에게 안좋은 소리를 들었던게 많이 기억에 남는건 어쩔수가 없더라구요
한편으론 엄마 입장도 조금(정말 조금이지만) 이해가 가는게
저희 엄마는 40대를 훌쩍 넘을때까지도 몸매 관리를 정말 잘 하셨습니다
몸매도 늘씬한데도 얼굴도 동안인 편이라 나잇대에 비해 상당히 어려보이셔서
제가 고등학생일땐 엄마가 아니라 언니로 오해받은 적도 있었으니 말 다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엄마에게 자신의 딸이 뚱뚱한 몸으로 젊은 날을 보내는게
저에게 손해라고 생각이 드셨을 수도 있고, 건강이 걱정되어 보였을수도 있었겠다 싶긴 합니다.
물론 당시에는 그런 생각은 1도 들지 않았지만요...
그런 세월을 보내다가 다시는 저에게 돌아오지 않을, 돌아오지 않았으면 싶은 순간이 정말 딱 한번 있었습니다.
고2~3때는 표준체중에서 살짝 더 나가는 정도까지 빠졌거든요.
근데 왜 돌아오지 않았으면 싶은 순간이냐면...
그게 다이어트 하겠답시고 뺀게 아니라 극도의 우울증 때문에 입맛이 거덜나서
1~2달 정도를 정말 가아아아아아끔 많이 먹어봤자 하루에 1.5끼만 먹고
대부분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하루 한끼(그것도 대부분 씨리얼 한그릇or 밥 한공기도 채 되지 않는 양으로)만 먹고
아무것도 하지않고 방에 틀어박혀 지내다보니 첫달엔 9키로, 둘째 달에는 5키로가 빠지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정말 거짓말 1도 안보태고 하루종일 방에만 틀어박혀 운동이고 뭐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리고 20살즈음부터 우울증이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하면서
원래 몸무게로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구요
게다가 현재 남편을 만나면서 행복감에 대해 다시금 느끼기 시작하자 동시에 제 살도 급속도로 찌기 시작하여
지금은 70키로가 훌쩍 넘습니다 ㅋㅋㅋㅋ
(정확하게 재보진 않았지만 80키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ㅋㅋㅋㅋㅋ)
제가 원래 먹는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전 우울하면 오히려 입맛이 뚝 떨어지고 행복하면 입맛이 막 미친듯이 돌다보니
요근래에 살이 쉽게 찌게 되더라구요
(드디어 본론입니다!!)
하여튼 지금의 남편을 만난지 어느새 3년이 지났고,
이번달엔 조금 더 넓고 좋은 집으로 이사도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어제!!
점심 차려먹기가 귀찮아서 남편한테 받은 용돈을 조금 챙겨 편의점에 갔다오던 길이었습니다
(제가 돈관리를 잘 못해서 전부 남편이 하고 전 용돈 받는거에서 따로 취미생활을 즐깁니다 ㅋ_ㅋ)
야구모자 대충 푹 눌러쓰고 양손을 주머니에 쑤셔넣은 채로 집에서 입던 수면바지에 얇은 잠바만 대충 걸친 제 모습은
제가봐도 좀 가관이겠다 싶긴 했지만 집 바로앞에 편의점 가는거라 딱히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아는 사람 만날일도 없으니깐요 ㅋㅋㅋ
그런데 저희집 건물 입구에서 딱 건물주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세수도 제대로 안 한 얼굴이라 순간 당황했지만 일단 침착하게 "안녕하세요 ㅎㅎㅎ" 인사들 드렸고
제 몰골이 좀 부끄러워서 빨리 들어가려고 재빨리 걸음을 옮기려고 하니
아주머니께서 절 뒤에서 부르시더라구요
여기서부턴 대화체로 가겠습니다
(건물주 아주머니= 아, 작성자 본인= 임)
아- 이번에 새로 입주한 아가씨 맞지?
임- 아 넹
아- 몇 호 들어왔었더라??
임- XXX호요 ㅎㅎ
아- (갑자기 작성자를 향해 가까이 걸어오시며) 근데...
임- ...???
아- 요 앞에 XX공원쪽에 매일 한시간씩 달리기만 해도 살 금방 빠져 ㅎㅎㅎ
(정말 앞뒤없이 뜬금 이렇게 말씀하심)
임- 네????
아- 왜 티비보면 한달에 10키로 빼고 그런사람들 있잖아~
@#@$!!#(작성자가 듣는귀가 별로 안좋아서 못알아들음) 하면 금방 빠진다니까~ ㅎㅎㅎ
임- ...아 넹 ㅎㅎㅎ
아- 아직 젊은데 살 찌고 그러면 아깝잖아~ 살빼고 이뻐져야 시집도 가지~
임- 그러게여 ㅎㅎㅎ
이 뒤로도 좀 더 저에게 살빼기 강좌 -이론편- 제 1장을 전부 설명해주시고 나서야 절 풀어주셨습니다 ㅋㅋㅋㅋ
근데 처음에야 당황했지 막상 듣는데 별생각이 안나더라구요
딱히 크게 기분 나쁘지도 않고 그냥 그런갑다~ 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ㅋㅋㅋ
집에 들어와서 잠바를 벗는동안 문득 제가 방금 느꼈던 감정이 왠지 낯설지만 후련한...?
그런 느낌의(제가 말하고도 뭔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이것 참 묘한 감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확실히 예전에 그런말을 들었으면 정말 많이 기분나빠하고 새벽에 엉엉 울고 난리 부르스도 아니었을텐데
왜 이번엔 딱히 그렇지 않은가... 왜 갑자기 이런 생전 느껴보지 못한 낯선 감정들을 느끼는건가...
하고 방금 사온 편의점 도시락을 데우고 먹는동안 고민해보았습니다
근데 그 고민도 생각보다 오래가지는 않더라구요
조금만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얼굴이 남편이었습니다 ㅋㅋㅋㅋ
왜 갑자기 남편 얼굴이 떠오르는고... 하고 사은품으로 받은 데XX다를 들이키며 더 깊이 고민해보니
사귀기 시작한 날부터(그때부터도 뚱뚱한 편이었음) 지금까지 매일매일
저에게 이쁘다 귀엽다라고 해주고 사랑해준 남편 덕분에
제 자존감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상당히 회복되었던 것 같더라구요 ㅋ_ㅋ
물론 워낙에 낮았던 제 자존감 때문에 연애 초반에는 저보고 이쁘다 하는 말을 마음속 깊은곳까지 전부 믿지는 않았습니다.
때론 별의별 해괴한 이유때문에 싸운적도 있었구요
하지만 지금까지 길다면 긴,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제 옆에서
못난 모습이어도 예쁘게 봐주고 예쁘게 대해준 저희 남편 덕분에
제가 평생동안 단 한 순간도 해내지 못했던 자존감 회복을 드디어 이루었습니다.
(물론 전부 회복된것도 아니고 아직 멘탈적으로 약한 부분은 있지만
예전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인지라 이정도면 전 건승했다고 봐요 ㅎㅎㅎ)
여기까지 결론이 나자 괜히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ㅋㅋㅋㅋ
그래도 울면서 먹으면 음식맛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눈물을 꾹 참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퇴근하고 와서 저녁을 먹으며 남편에게 오늘 있었던 일과
제가 내렸던 결론들을 얘기해주었습니다
그리곤 당신 덕이라고 고맙다고 했구요 (끄아어ㅏ어아ㅏ억!!!! 오글!!!)
근데 생각보다 남편 반응이 미적지근 하더라구요
원래 서로 밥 먹을 땐 말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서 먹는데 집중이나 마저 해야징 하고 저도 다시 밥숟갈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식사도 끝나고
굳이 가운데에서!!! 굳이 가로로 눕기를!!! 고집하는 강아지들 덕분에
서로 침대 양 끝에 낑겨 누워서 폰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대뜸 남편이 묻더라구요
"그때 기분 별로 안나빴었어?" 하구요
전 뭔소린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전에 입밖으로 먼저 "뭔소리야??" 라고 내뱉어버렸고,
남편은 "낮에 있었던일 얘기해준거 말야" 라고 대답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첨가물을 첨가해서 조금 더 얘기해줬더니 또 미적지근하게 "그렇구나" 하고 말더라구요
그 뒤로 폰겜 마저 하면서 아무말도 없길래(쒸익...) 제가 왜 갑자기 물어보느냐고 되물었더니
대답을 애매하고 시원찮게 얼버무려 넘어가려고 하는거에요 자꾸... (쒸익쒸익....!!!!!)
저도 질세라 끈질기게 계속 물었더니 결국 실토했습니다 ㅋㅋㅋㅋㅋ
자기가 그렇게 바꾼게 뿌듯하다나 뭐라나 ㅋ
괜히 부끄러워서 오히려 미적지근하게 반응한건가 싶어서
되려 제가 엄청 오바하면서
"여보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버려썽!!!!!!!"
"대애애ㅐ애애ㅐ애앵애단해!!!!!!!!!!! 여보는 사람을 바꾸는 프렌즈구낭!!!!!!!!!"
했더니 피식피식 웃다가(자고있던 강아지를 옆으로 치운 뒤) 바로 온화한 미소를 띄우면서 절 꼭 안아주더라구요 ㅋ_ㅋ
정말 이 사람 아니었으면 전 지금쯤 살아도 사는거같지 않고
예전의 피폐했던 정신이 오히려 더 심해져있었을거 같아요
저에겐 정말 고맙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죠
제가 자기 비하적인 말을 하며 우울감에 사로잡혀 있을때에도,
심할적엔 자해까지 해가며 스트레스를 풀 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넌 나에게 소중하다"
"그런 단점들은 내가 널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에 아무런 관련도 없다" 라는 걸
제 남편은 저에게 꾸준히 말과 행동으로 알려주었어요
그 덕에 지금은 비교적 건강한 제가 이 자리에서 글을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자해도 예전엔 조금만 스트레스 받아도 엄청 심하게 하곤 했는데
요즘은 "자해? 그게 뭐졍? (코 후비적)" 할 정도로 많이 나아졌답니당ㅎㅎㅎ
음... 사실 남편 자랑 좀 해보려고 쓰기 시작한 글인데
엄청 장황해졌네요... 마무리는 어떻게 한담...
어쨌든 안녕히 계세요????? (????)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