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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회 | 우리는 브라질과 '올스타전'을 한 게 아니다
게시물ID : soccer_853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는나!!
추천 : 15
조회수 : 948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3/10/14 11:01:58


출처 : http://sports.news.nate.com/view/20131014n04091?mid=s1001&isq=5887

지난 2006년 내셔널리그 고양 국민은행을 응원하고 있던 나는 이해 K리그 수원삼성과의 FA컵 4강 경기를 잊을 수 없다. K리그 팀을 연달아 격파하며 준결승까지 진출한 고양KB는 경기 내내 수원을 거칠게 대했다. 수원 선수들이 공만 잡으면 두세 명씩 달라 붙어 상대를 피곤하게 했고 위험 지역이 아닌 곳에서는 거친 플레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전까지 고양KB 경기에 주목하지 않았던 이들은 돌풍을 일으키는 내셔널리그 팀과 K리그 빅클럽의 중요한 FA컵 경기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졌고 텔레비전을 통해서도 이 경기가 중계됐다. 고양KB가 처음으로 많은 축구팬들 앞에서 플레이를 선보이던 날이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뒤 고양KB를 향해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고양KB의 거친 플레이에 대해 “평소에 내셔널리그에서 축구를 그딴 식으로 지저분하게 하느냐”는 욕이 축구팬들 사이에서 난무했다. 억울했다. 내셔널리그 최강자였던 고양KB를 내가 이때까지 쭉 지켜본 결과 수원전 이전 경기에서 단 한 번도 거친 플레이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셔널리그에서는 한 수 아래인 상대팀에 고양KB가 거칠게 당하는 쪽이었다. 하지만 고양KB는 K리그 빅클럽과의 맞대결에서 전략적으로 거친 축구를 구사했다. 이기기 위해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내셔널리그에서는 거친 축구에 당하던 고양KB였지만 자신보다 훨씬 강한 상대 앞에서는 입장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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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과 네이마르는 경기 내내 이렇게 충돌했지만 이 둘은 경기가 끝난 뒤 악수를 나누며 화해했다. (사진=연합뉴스)

거칠었던 한국,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지난 주말(12일) 열린 한국과 브라질의 평가전을 두고 말이 많다. 이청용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이 브라질, 특히 네이마르를 거칠게 대했다면서 “중국 소림축구 욕할 거 없다”, “나라 망신이다”라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여러 차례 몸 싸움을 펼치며 네이마르를 비롯한 브라질 선수들을 피곤하게 한 결과는 이런 홍명보호의 비난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나는 이 경기가 거칠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전혀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서 고양KB 이야기를 한 것처럼 우리보다 한 수 위 기량을 가진 팀과의 경기에서는 당연히 거친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고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브라질 선수들을 거칠게 다룬 게 뭐 그리 잘못된 문제인가. 우리가 보고 싶었던 게 승패와 상관없이 쇼맨십 발휘하는 올스타전이었나.

텔레비전 중계 화면에 비친 모습은 이청용이 네이마르를 괴롭히는 장면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충돌(?)이 있기 전 상황도 파악해야 한다. 전반 37분 네이마르는 한국영에게 파울을 범했고 한국영은 그라운드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에 대해 이청용은 파울 뒤 미안하다는 표시도 하지 않고 돌아서는 네이마르를 잡고 “일으켜 세워 사과하라”고 했다. 하지만 네이마르는 이청용의 손을 뿌리친 뒤 그냥 돌아가 버렸다. 이후 이청용에게 파울을 당한 네이마르는 이청용이 내미는 손도 무시했다. 눈에 보이는 장면만 놓고 보면 이청용이 악감정을 가지고 네이마르를 괴롭힌 걸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전부터 이 둘은 서로 이렇게 신경전을 펼치고 있었다.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 더 잘못했는지 따지자는 게 아니라 이청용이 일방적인 가해가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또한 이걸 이청용이 감정 자제에 실패했다고 보는 것도 무리가 있다. 경기 전 홍명보 감독은 직접 선수들에게 “위험 지역에 진입하기 전에 최대한 거칠게 브라질 선수들을 다루라”고 지시했다. 이청용 역시 “브라질 선수들이 개인기가 워낙 좋기 때문에 가만히 있다가는 당할 수밖에 없었다. 동료들과 서로 거칠게 하자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뛰어난 개인기를 보유한 데다가 한 번 흐름을 타면 감당할 수 없는 브라질을 상대로 거친 플레이를 펼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경기 초반부터 몸값이 수백 억 원을 호가하는 브라질 선수의 기에 눌리면 경기는 이미 진 것이나 다름없다. 거칠게 다뤄서 침착성을 잃게 하고 더 나아가 멘탈을 흔들어 놓아야 브라질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경기를 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고양KB가 수원을 상대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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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마라도나는 카메룬 수비수들의 거친 플레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결국 월드컵 역사상 가장 이변이라고 평가받는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사진=국제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강팀을 대하는 하나의 전술이자 방법일 뿐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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